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는 날이었다. 딱히 안 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닌데, 기분이 많이 가라앉은 상태였다.
가족 모두 차를 타고 어디를 가는데 차 안이 너무 조용하다. 아이들은 각자 휴대폰을 보고 있다. 심심해서 괜히 막내딸에게 말을 걸었다.
"지윤이 바보"
"욕 하지 마."
"바보는 욕 아냐. 바보는 바다의 보배야."
"보배가 뭐야?"
"보배는..."
내가 말을 정리하느라 멈칫한 사이, 딸아이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보조 배터리야?"
딸의 말에 조용했던 차 안이 웃음바다가 됐다. 방전됐던 머릿속이 다시 충전된 듯 맑아졌다. 막내딸은 나의 보조 배터리, 나의 보배!
-1년 전에 써놓은 보배를 찾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