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딩 따님이 고맙게도 수영장을 함께 가준다고 하시니, 나도 지체 없이 수영장에 갈 계획을 세웠다.
8월 6일 화요일 / 언니, 대학생 조카, 고1과 초 4 딸이 함께 간 고양워터파크 수영장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송추계곡 주변에는 여름에만 문을 여는 야외 수영장이 몇 군데 있다. 이 수영장들의 가장 큰 특징은 취사가 가능하다는 거다. 수영장 둘레에 설치돼 있는 평상에서 가스버너 혹은 전기그릴 사용이 가능하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 좋은 수영장은 새벽부터 가서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나도 예전에는 그 대열에 합류했지만 이제는 그런 열정이 없을뿐더러 그렇게 사람 많은 곳은 좀 피하고 싶다. 다행히 한 달 전에 시댁 가는 길에 새로 오픈한 수영장을 봐 두었고,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테니 사람이 별로 없을 것 같아 그곳으로 장소를 정했다.
수영장을 가기 전날, 수영장에서 해 먹을 음식 재료를 사러 마트에 갔다. 수영장에 가면 꼭 먹어야 할 메뉴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삼겹살이다. 수영장에 갈 때마다 매번 삼겹살을 굽다 보니 좀 지겨워져서삼겹살을 준비해 가지 않은 적이 있다. 하지만 삼겹살을 굽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기분, 옆 평상에서 넘어오는 삼겹살 냄새가 그렇게 고소하게 느껴질 수가 없더라는... 때문에 삼겹살은 무조건 사야 한다.
삼겹살 외에 간식거리로 컵라면, 소시지, 어묵탕, 과자, 빵, 과일 그리고 또 혹시 삼겹살이 모자랄까 봐 구이용 닭목살과 불고기, 편육까지 준비했다. 여기에 밥과 김치, 취사도구까지 챙기니 이미 짐은 커다란 가방 두 개가 됐다. 아이들의 튜브와 구명조끼, 수영복, 수건까지 챙기면 또 가방 두 개 추가다.
"와, 수영장에서 2박 3일 있다 올 거니?"
남편이 현관 앞에 쌓아놓은 짐을 보고 놀린다. 하지만 내 경험상 이렇게 챙겨가도 꼭 빼놓은 게 있고, 아쉬운 게 있기 마련이다. (수영장에 가자마자 선풍기를 가져왔어야 했다고 아쉬워했다)
수영장 오픈 시간인 9시에 맞춰 수영장 앞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가 몇 대밖에 없어서 우리 예상 대로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기뻐했는데, 미니 버스 두 대가 오더니 사람들이 계속 내렸다. 똑같은 티셔츠를 입은 젊은 남자들이 수영장 입구를 꽉 막고 섰다. 헉, 단체로 온 건가!
입구에 서 있던 직원한테 살짝 물으니, 그들은 인근 부대에서 온 군인들이고 두어 시간만 놀다가 갈 거라고 한다. 수영장 안에 워낙 사람이 없어서 100명이 넘는 군인들이 왔어도 수영장이 붐비지는 않았다.
사진 뒤쪽 검은 옷은 모두 군인
군인들은 민간인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하라는 명령이라도 받았는지 인원수에 비해 조용히 놀았다. 군인들이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공부하느라 같이 못 온 고3 아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지금 고3인 내 아들도 머지않아 군대에 가게 될 텐데. 나는 어느새 군인이 아들같이 느껴지는 나이가 되고 말았다.
한 시간쯤 놀다 나온 아이들이 배가 고프다고 해서 삼겹살을 구웠다. 김치와 소시지도 구웠다. 음, 수영장 평상에 퍼질러 앉아 구워 먹는 삼겹살 맛이란, 삼겹살은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이렇게 야외에 놀러 나와서 먹는 삼겹살이 단연 으뜸이다. '엄지 척'이 절로 나온다.
전기 그릴에 구운 삼겹살과 김치, 여기에 볶음밥도 해 먹었다
군인들은 11시쯤 모두 돌아갔고, 이제 수영장은 많이 한적해졌다. 나도 좀 즐겨볼까. 튜브를 집어 들고 물에 발을 담가본다. 차다. 들어가지 말까. 망설이면 못 들어간다. 에라, 모르겠다. 튜브를 끼고 물속으로 첨벙. 와, 헉, 차가... 시원해. 차가움은 금방 후련함으로, 시원함으로 바뀐다.
수영장은 50분마다 10분씩 휴식 시간이 있다. 모두 물밖으로 나와야 한다. 물밖으로 나오면 뭘 하겠는가? 먹어야 한다. 나와언니는 잠깐 물에서 놀고 평상에 누워 낮잠을 자다가 쉬는 시간이 가까워지면 간식을 준비했다. 아이들은 신나게 놀다가 빵과 과일, 컵라면,어묵탕 등을 먹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오후 5시, 수영장 문을 닫는다는 방송이 나왔다. 아직 더 놀고, 더 먹고 싶은데... 놀다 보면 하루가 너무나 짧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