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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가까이 있던 행복을 찾은 날

by 윤아람

유튜브에서 서울 근교 트레킹하기 좋은 장소를 몇 군데 소개하는 영상을 봤다. 그중에 우리 집에서 가까운 송추 계곡길이 있었다. 송추 계곡은 한때 평상과 돗자리를 깔아놓고 백숙이나 도토리묵 같은 음식을 팔던 식당들이 계곡을 막고 있던 곳이었다. 여름이면 물놀이를 온 사람들로 북적북적했고 식당을 이용하지 않으면 가기 불편한 곳이었다. 나도 꽤 오래전에 백숙과 막걸리를 먹으며 물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식당이 모두 사라진 최근에는 가보지 못했다.


토요일 오후면 언니랑 스크린 골프장을 가는데 이번 주에는 스크린 골프장보다는 송추계곡을 가야만 할 것 같아 언니한테 말했다.

"우리가 지금 골프 치러 갈 때가 아니야. 가을을 느껴야지."


낮 12시쯤 송추 계곡에 도착했다. 계곡을 따라 난 길을 걸었다. 계곡을 막고 빽빽하게 들어선 식당들 때문에 보지 못했던 계곡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완만해서 걷기 편안했고 중간중간 숲 속으로 난 흙길을 걸을 때는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가까운데 이렇게 좋은 곳이 있다는 걸 왜 이제야 안 거지?"

나는 되도록 집에서 먼 곳을 찾아다녔다. 북한산 가까이에 10년 넘게 살면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밖에 가보지 않았다. 전에 남양주에 살 때는 주변에 천마산이 있었고 강원도쪽이 가까웠는데 거기 사는 2년 동안 주로 서해 쪽으로 여행을 다녔다. 나는 늘 어느 먼 곳만을 동경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을 먼 데서 찾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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