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내게 글 쓰는 재미가 찾아왔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게 글감으로 반짝거렸고 아침에 눈을 떠서 잠들 때까지 글 생각을 했다. 가끔은 꿈에서도 글을 썼다. 난 그렇게 글 쓰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는데, 몇 달 전부터 우리 사이에 권태기가 찾아오더니 얼마 뒤에 집을 나가버렸다.
내 재미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처음에는 그냥 내버려 뒀다. 아쉬울 게 없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허전함을 느꼈다. 한때는 날 위로해 주고 행복하게 해 주던 재미를 다시 찾고 싶어졌다. 그런데 어떻게 찾아야 할까? 여러 가지 고민을 하던 중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강원국 작가님의 강연을 듣게 됐다.
그 강연에서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날마다 도서관에 가서 글을 써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도 도서관에 가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일 년쯤 전에 했었으나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다. 이번에 한번 해봐야지.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을 만들다 보면 집 나갔던 재미가 다시 돌아올지도 몰라!
결심을 하고도 한 달이나 지나 최근에야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가족들이 모두 나간 뒤, 노트북을 넣은 가방을 메고 8시 50분에 집을 나선다. 9시가 조금 넘어 도서관이 막 문을 연 시간에 도착한다.
도서관에 간 첫날, 디지털기기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와이파이 비번을 찾아 연결했다. 한 시간 동안 나는 여기서 글을 쓸 것이다. 어떤 글이든 간에. 굳은 마음으로 노트북을 펼쳤지만 글은 쉽게 써지지 않았다. 누군가 잔기침을 계속한다. 누군가 필기구를 딸가닥 거린다. 출근한 지 얼마 안 된 사서분들이 업무 준비를 위해 왔다 갔다 한다.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책장 위를 걸레질한다. 이 시간의 도서관은 생각보다 조용하지 않았다. 첫날은 그렇게 글쓰기 보다 주변에 신경을 쓰며 시간을 보냈다.
도서관과 친해지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3주 동안 화, 수, 금요일 아침에 도서관에 와서 한 시간 정도 글을 썼다. 도서관이 문을 열지 않는 월요일과 내가 사무실로 출근을 하는 목요일을 빼고. 지금은 주변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고 글을 쓰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낯설었던 이 공간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지난주 일요일에는 가족들 모두 각자의 일이 있어 나간다고 하는데 집에 있기 싫어 도서관에 갔다. 항상 가는 도서관마을이 아닌 <내를 건너서 숲으로>라는 멋진 이름의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윤동주시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지어진 곳이라고 한다. 곳곳에 윤동주 시인에 관한 자료와 사진들이 있고, 전체 공간이 지루하지 않게 아기자기하고 섬세하게 꾸며져 있다. 좋긴 하지만 낯선 공간이라 그런지 글이 써지지 않았다. 나는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에서 글이 더 잘 써지는 편인 것 같다.
도서관을 다닌 3주 동안 같은 시간에 쓰는 습관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글을 완성해 발행하는 횟수가 늘고, 항상 글감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며, 도서관에 가지 않는 날도 틈틈이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한다. 오늘 아침에는 출근길 전철 안에서 휴대폰으로 글을 썼다.
이외에도 도서관을 다니는 데는 좋은 점이 많았다. 도서관을 가기 전에 청소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는 등 집안일을 미루지 않게 됐고, 왕복 30분 정도를 걷는 운동 효과도 있다. 길에서 글감을 얻기도 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니 하루 종일 기분이 상쾌하다. 나는 그렇게 집 나간 재미를 찾으러 도서관에 다니면서 또 다른 재미를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