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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드 Jan 08. 2024

나트랑의 첫인상

베트남 한 달 살기를 시작하며

나트랑 Day4


밤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날을 포함하여 오늘로 4일째를 맞고 있다. 나트랑의 도심에 있는 지금, 창 밖으로 끊임없이 소리가 들려온다. 크고 작은 차와 오토바이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소리가 백색소음처럼 깔려있다. 창 밖 도로를 내려다본다. 수많은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누구 하나 멈춰있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마치 그들만의 규칙을 잘 알고 있는 개미떼처럼 끊임없이 줄지어 간다. 다른 게 있다면 이어지고 끊어지며 각기 제 갈 길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은 아슬아슬하면서도 평화롭다. 교통 신호 하나 없이 모두가 동시에 움직이는 그 모습! 하지만 속도가 한국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전력질주가 아닌 조깅을 하듯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신호등이 없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 속에서 과속하지 않고 일제히 등속으로 달리는 것도 매우 신기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질서가 이 속에 녹아 있겠거니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보행자가 되면 상황은 매우 다르다. 횡단보도는 많으나 신호등은 없는 상황. 복잡한 갈래길 사이사이에서 바퀴들은 물밀듯이 흘러들어온다. 긴 줄넘기 속을 뛰어들 듯 아슬아슬하다. 이 속도와 체계에 맞는 눈치와 리듬감이 필요한가 보다.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길을 건널 날이 오겠지?



1월, 나트랑은 건기에 접어들었다. 해외에 나갈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준비하는 부분 중 하나가 기후이다. 베트남은 처음이기에 기온과 그에 맞는 옷차림 등이 무척 궁금해 열심히 찾아보곤 했다. 다행히 도착한 후로 나트랑은 내내 파란 하늘과 뽀얀 동동 구름을 보여주고 있다. 햇볕은 뜨거우나 바람이 불어 크게 덥지는 않다. 그야말로 야외 활동하기 딱 좋은 날씨다. 유독 추운 겨울을 보내고 왔던지라 나트랑에 오면 마음껏 햇볕을 쪼이며 걷고 싶었다.



하지만 걷기의 복병은 날씨가 아닌 다른데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도로상황이 그것이다. 큰 길일 수록 곡예를 하듯 길을 건너야 하고 작은 길에는 인도에 오토바이가 가득 주차되어 있다. 올해는 꼭 유산소 운동 루틴을 가져보리라 결심하고 나트랑에서 걷기를 시작하려 했는데, 그러다가 점차 달리기로 넘어가야겠다는 야심 찬 꿈도 꾸었는데...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을 부디 만나기를 바랄 뿐이다.


소개가 늦었다. 나의 이번 여행 메이트는 만 7세 딸아이다. 그리고 우리 딸은 한국에서부터 베트남 쌀국수를 매우 좋아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 2위에 든다. 베트남 음식 이야기를 하려니 딸아이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베트남 현지에서 맛보게 될 쌀국수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직접 맛본 그 맛은, 아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태껏 먹어 본 쌀 국수 중 최고의 맛"이란다. 궁금한 마음으로 조심스레 국물을 한 숟가락 입에 넣으면 금세 "음~"하는 감탄사가 나오게 되는 그런 맛. 외국에 나와 긴장했던 마음이 뜨끈한 국물에 풀어지는 그런 맛이다. 그리고 감칠맛 도는 육수의 맛이 뽀얀 국수에 충분히 배어있다. 절대 따로 노는 법 없이!

돼지고기와 양념을 넣고 비벼 먹는 분 띳 느엉은 한국에서 먹던 분 보 싸오를 닮았다. 쌀국수 종류는 지내면서 공부를 좀 해야겠다. 

그렇게 아이와 나는 마주 앉아 국물 쌀국수, 비빔 쌀국수를 번갈아가며 후루룩 먹었다. 익숙하면서도 더 깊었고, 아는 맛이면서도 더 맛있었다. 그래서 마음이 편안하면서도 들떴다. 낯선 곳에서 먹는 아는 음식, 그런데 더 맛있는! 이것 역시 여행자가 누리는 행복이겠지. 음식을 먹으며 긴장이 즐거움으로 변하는 순간을 우리는 온 미각과 후각을 집중하며 만끽했다.



나트랑의 첫인상은 이렇게 온화하면서도 복잡하고 이국적이면서도 익숙하다. 그래서 긴장과 안도가 자주 교차한다. 그리고 내 마음도 그러하다. 이곳에 온 게 너무나 신이 나면서도 어쩌자고 한 달씩이나 있자고 했을까 덜컥하기도 한다. 아직은 인상도 감상도 어느 한쪽으로 정리하기는 이른 때다. 여유 있는 시간을 계획하고 온 만큼 나를 두고 바라보기로 했다. 어떤 길로 흘러가는지, 어떤 경험과 생각을 마주하는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것이다. 나는 그저 궁금하다. 이곳은 어떤 곳일지, 이곳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갈지. 그렇다. 이번 긴 여행 속 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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