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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드 Mar 30. 2024

귀국에 대한 소회

과거와 현재, 뒤바뀐 계절, 공명하는 나

2024. 02. 08


새벽 비행기를 타고 아침 해와 함께 한국에 도착했다. 귀국 후 첫 발을 내딛던 순간, 공항에서 뜨끈한 미역국을 먹던 순간, 돌아오는 차에서 자다 깨다 하며 점점 동네에 가까워지던 순간, 동료들이 근무하고 있을 회사를 지나고, 아이가 다니던 학원 버스를 마주치며, 꿈을 통과하듯 그 순간들을 지나왔다. 종일 여러 차례의 쪽잠에서 깨었다. 그럴 때마다 짙어가는 현재와 아득해가는 과거가 공명하듯 잠시 멍 했다.


한 달 만에 돌아온 집은 익숙한데 낯설고, 컵을 어느 선반에 두었는지 생각해 내는데 버퍼링이 걸렸다. 반가운 마음과 버벅거리는 행동을 반복하며 오늘을 보냈다.


그리고 모처럼 내 책상에 앉았다. 두고 온 시간처럼 일력은 출국하던 날, 1월 5일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아직 용도를 정하지 않은 코코넛 볼과 눈을 감으면 선한 야자수 수채화 엽서가 함께 놓여 있다. 떠나기 전의 나와 떠나 있던 나, 그리고 다시 돌아온 내가 한자리에 모여 앉아 누군가는 선명해지고 누군가는 흐려졌다.


여름이 가고 가을을 보내며 겨울을 맞이한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날아오는 5시간을 통과하며 여름이 겨울로 변했다. 손과 발끝이 금세 계절을 감지하고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놀래지 않으려 애쓰는 내 모습이 피부의 솔직함 앞에서 대조적으로 드러난다. 대조성의 거울이 있다면 이런 걸까?


한 달간의 베트남 나트랑 살이를 마치고 오늘 집에 왔다. 이만하면 되었다 싶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었다. 다만 그곳에서 사랑했던 것들을 두고 와야 한다는 것이 슬펐다. 한편 그곳에서는 안락하고 내 물건들이 제 자리에 있는 집을 그리워하기도 했다. 다만 잠시 홀딩해 놓은 일상을 마주하는 시간이 다가오는 게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집에 두고 온 온갖 현실들이 고지서처럼 쌓여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


여행이 좋은 건, 여행이 좋았던 건 과거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래에 대한 걱정, 그리고 현실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있어서 아닐까? 그저 오늘 하루를 즐겁게 보내면 되는 것이기에 눈앞의 행복에 집중하게 된다. 지난 나트랑 한 달 살이가 그랬다. 매일의 해가 뜨면 나는 매일의 행복만 생각했다. 모든 선택의 기준에 행복이 최우선이었다.


그렇게 행복했던 여행은 끝났다. 지난 일은 이미 과거가 되어버렸고, 잠시 접어두었던 현실이 다시 펼쳐졌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달라졌다. 새로운 경험과 생각이 입혀졌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여행은 새로운 일상이 되어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새롭게 설레보려 한다. 앞으로 펼쳐갈 일상의 여행을 기대하며.




한 달을 훌쩍 넘긴 귀국 소회를 다시 꺼내어 옮겨 적어보았다. 그때의 풍경이 눈앞에 생생하다. 그리고 마지막 대목에서 생각에 잠겨본다. 나는 정말 달라졌을까? 어디가 어떻게 달라졌을까? 혹은 달라져야 하는 걸까?


지나간 시간을 되감기 하듯 나트랑 살이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당시의 메모와 사진에 의지하여 지금의 내가 다시 바라보려 한다. 그럼 이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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