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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Oct 29. 2023

이 새벽론(論)

새벽이란 언급한 대로 하루의 시작에 앞서 버티는 새로운 벽이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새로운 벽을 허물기 위하여 숱한 애를 쓰고 있다. 억지로라도 일어나야 할 사람은 얼람을 맞추고, 어떤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새로운 벽을 허물기 시작한다. 일찍 일어나야만 하루를 준비할 수 있는 도매상, 동대문 시장, 경매장, 수산시장, 활어 경매장, 그리고 새벽을 깨는 사람들을 위한 버스, 택시, 전차, 기차, 지하철, 항공기, 여객선, KTX, 및 SRT 등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사람들은 자신의 벽을 이렇게 깨어 간다. 그 중에는 이른 새벽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다. 어둠속에 잘 보이지 않은 이순신 공원의 전망대를 터벅터벅 걸어간다. 조금가면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고 색색가지 LED전등이 예쁘게도, 새침스럽게 맞아준다. 한 바퀴는 봉화대가 있는 정상으로 올라가고, 또 한 바퀴는 함께 도는 사람들과 섞여서 돈다. 씩씩 거리며 걸어가는 사람, 달려가는 사람, 달리다 힘이 달려 걷기도하는 사람, 앞에 가는 사람을 추월하려고 온 힘을 다하여 걷는 사람, 그러다보면 새카맣던 바다의 얼굴이 다가와 보이고, 엷게 트는 동은 은근히 등을 밀어 주고 있다. 모두들 이렇게 이 새벽을 깨고 하루를 시작하고, 기분 좋게 출근을 한다.     


새벽을 잘 허물어 내어야 좋은 하루가 시작되듯 이 새벽은 하루의 시작이기도 하며, 한 인생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 세벽은 그렇게 살아온 것 같다. 누구나 젊어서 안 해본 일이 없듯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을 허물어 가면서 하루를 쌓고, 또 부딪히면 다른 발길로 새로운 길을 찾곤 했다. 사법고시공부도 해보고, 회사 대표도 해보고, 그러다 전혀 새로운 감각으로 글을 쓰기로 한다. 언제 그렇게 팠는지 그 깊이가 태평양의 깊은  협곡보다도 깊어서, 글을 읽는지, 현실에 몸을 담았는지 읽는 사람은 착각할 뿐이다.  잠시 앓고 나더니, 머리에 강한 주파수를 맞았는지, 본인만의 아뜨리에를 만들어 스스로의 사상을 구현할 수 있는 카페에 도전한다. 또한, 세벽은 적어 두었던 시에 곡을 붙여 가타 맨으로 변신하여 걸걸한 목소리로 사람의 마음을 허물기 위해 언드그라운드 가수로 새장을 열고자 한다.

      

마음을 쓰지 않고 버려두면 고민이란 잡초만 무성해 질 텐데, 새벽을 잘 허무는 세벽은 넓은 마음에 분홍색을 띄는 국화를 키우는 것 같다. 

     

[마음속에 분홍색을 띄는 국화]

           

이 새벽은 아주 단단한 장벽이라 보통 사람은 깨려고 하지 않고 넘기려하지만, 이 세벽은 이 새벽을, 장벽을 기다렸다는 듯 부쉬어 내고 자신의 사상을 쌓고 있다.     

누구에게는  한평생이 길게 느껴지기도 하고, 누구에게는 아주 짧게 느껴 질 수도 있다.

이 새벽을  장벽으로만 생각하고 부쉬어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한 평생이 길고 지겨울 수 있으나, 이 세벽은 무수히도 할 일이 많아 한 평생이 짧기도 할 것이다.     

바람 부는 날 둥지 트는 새는 바보라서가 아니라, 좋은 날엔 더 높게 날기 위하여 시간을 저축하는 것이다.     


새벽은 깨어져야 밝고 고운 알을 낳는다. 누구나 새벽을 깨어야할 이유가 될 것이다. 

[새벽을 깨고 나온 고운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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