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Naked Eclipse
벌거벗고 두 사람이 마주하는 것이
거짓 없는 유일한 시간이라면
나는 부끄러워 거짓을 벗을 수 없었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그것이 삶이 끝나는 순간이 아니라
삶보다 끝없는 영원이 시작될 것 같은 공포여서다.
어긋난 시간을 되돌리면 되돌릴수록
영원히 응시하지 못하는, 안구에 앉은 먼지처럼
곁에 있어도 마주할 수 없다.
그래서 어긋난 시간을 죽음처럼 종료하고
뒤돌지 않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려 하니
뒤틀린 시간이 영원의 시작처럼 무섭다.
어긋난 시간이 돌고 돌다 보면
죽음 전에 한 번은 일식처럼 거짓 없는 시간이
나타난다는 꿈은, 숨구멍처럼 남겨 놓기로 했다.
그날 두 사람이 부끄럼 없이 벌거벗을지,
벌거벗고 싶을지, 한 사람이라도 그 자리에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그래도 거짓 없이 벌거벗은 일식이 오기는 한다는
그 사실을 남겨 놓으면, 영원이란 검은 시간에
바늘구멍 하나 뚫은 것처럼 옅은 숨을, 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