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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수한아빠 Feb 24. 2023

외부 영업? 내부 영업?

작은 사무실 속 복잡하게 얽힌 그들의 관계

 A회사 3년 차를 앞두던 나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담당하는 거래처들은 전국에서도 순위권의 매장들이었고, 본사 핵심 부서의 관계자들도 하나둘씩 내 이름을 알법한 시기였다. 연차로 보면 아직은 신입에 가까운 때였지만, 나름 스스로 업무 루틴도 생기고 그네들은 못할 일도 나는 할 수 있을 거란 오만이 넘치던 모습이었다.


 문제는 항상 작은 곳에서 시작한다.

 명절을 앞두고 중요한 거래처에 대목 상품의 시식 행사를 계획했다. 사전에 조율이 필요한 부분을 정리하고, 현장 투입되는 인원을 점검했고, 거래처 측의 발주 계획도 넉넉히 확정받았다. 행사 당일 아침에 문제가 터졌다. 거래처 측의 물류센터에 문제가 생겨 팔아야 할 상품이 매장에 공급되지 않았다. 상황 해결이 최우선인지라 나는 가장 가까운 본사 운영의 물류센터로 달려가 그곳의 재고를 우선 확보하기로 했다.


"출고할 수 없습니다."

담당자는 이 한마디만 남기고 사라졌다. 이유인즉슨, 정식 회사의 프로세스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한 내 사정을 읍소해 봤지만, 기계적으로 안된다고만 하는 담당자가 너무나 야속했다. 억울한 마음에 지점장님께 급히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더니 피식 웃으시고는 "기다려봐" 하시곤 전화를 끊었다. 5분 정도 흘렀을까. 감정이라곤 없을 것 같던 담당자가 다시 나타나더니 상품을 꺼내주는 게 아닌가.


"인마. 그 사람들은 네가 어떤 상황인지, 얼마나 급한지, 이유가 무엇인지 전혀 알 바 아니야. 영업사원은 밖에서 일 잘한다고 다가 아니야. 회사 내 사람들도 다 네 편으로 미리 만들어놔야 해. '내부 영업'을 잘해야 한다고."


 이후로 되도록 사무실 내 모든 직원들에게 최대한 친절하려 애쓰고 있다. C회사 시절 말이 안 통하는 고집불통 CS팀 여직원과는 늦은 저녁시간까지 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운? 적이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정당한 것을 요청했는데, 특별한 이유도 없이 그저 거절할 뿐이었다. 당시엔 너무 화가 나서 잠도 이루지 못했지만, 결국 CS팀과 등질 경우 아쉬운 건 나였다.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해 근처 스타벅스에서 직접 커피를 사다가 언쟁일 벌이던 직원에게 속 없이 웃으며 건네주기도 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그렇게까지 하는 내가 너무나도 굴욕적이었다...)


 회사 조직 구성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물류, CS, 회계 3개 팀에게는 열심히 내부 영업을 해야 한다. 논리 혹은 감정만으로 부딪힌다면 결국 손해 보는 건 영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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