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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수한아빠 Dec 27. 2022

당신을 멘토로 생각하는 누군가가 있습니까?

미리 결론 말씀드립니다. "없습니다"

 지난 편에서는 그동안 겪은 선배들과의 에피소드를 적어 봤다. 이 번에는 그 후속으로 후배들과의 에피소드를 남겨보려 한다. (역시나 모든 건 우연의 일치, 나만의 허구입니다.)


 우선 나는 동생들보다는 형, 누나들과 지내는 것을 선호한다. 군대에서도 선임들과는 스스럼없이 잘 지냈지만, 후임들과는 마음을 터놓는 관계를 잘 만들지 못했고, 현재까지도 연락하는 지인들을 보면 내 손 윗사람의 수다 훨씬 많다. 어리광을 피운다거나, 보호받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아마 손 아랫사람과 잘 지내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내 성격 때문인지, 단순한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1년 이상 나와 함께 근무한 직장 후배는 단 2명이었다.


 내 회사 인생의 첫 번째 후배 K는 입사 6개월 만에 들어왔다. 지금에서 보면 6개월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당시에 6개월 차이는 업무 능력에 있어 매우 컸다. 특히 나의 첫 직장은 업무를 배움에 있어서 스스로 살 길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다시 말해서 공식적인 매뉴얼 북이 없었다. 선배들이 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유심히 관찰하고 잘 모를 때에는 적절하게 질문도 하며(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혼이 난다..) 배워야 했다. 그래도 내 첫 후배에게는 나름 편한 성장을 선물하고 싶어서 나름 뒤에서 열심히 서포트를 해줬다. 다행히 K는 속칭 ‘일머리’가 있었고, 배운 것을 혼자 응용도 하는 친구였다. 오히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회사 내의 딱딱한 상하관계에 대해 매번 불만을 표했는데, 선배들은 당연히 이를 좋게 보지 않았고 그 사이에서 열심히 줄을 타던 나는 서로를 중재하느라 힘들었다. 가끔씩 K와는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데, 여러 번 이직을 한 나와는 달리 계속 한 직장에 꾸준히 남아 여러 후배들을 이끌고 있어 대견한 마음이 든다. 다만 가끔씩 "요즘 애들은 선배 대우를 할 줄 몰라요. 우리 때는 정말 힘들었잖아요?"라는 이야기를 할 땐 옅은 미소와 함께 복잡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D회사로 이직할 땐, 당시 팀장님이 열심히 힘써주신 덕분에 ‘과장’의 직함을 달고 입사를 했다. 문제는 팀 내에 대리 H가 있었는데 이 분은 나보다 3살 많았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업무 경력에 몇 년간의 공백이 있었단다) 말을 서로 높이고 업무상 자주 부딪히진 않았지만, 직급 순으로 무언가를 하게 될 때마다 괜히 눈치가 많이 보였다. 회의를 할 경우 항상 먼저 움직여 회의 준비를 했는데, 참 부담스러웠다.

"대리님, 혼자 하지 마시고 같이 해요."

"아니에요. 이런 건 대리가 해야죠."

 H는 특히 자료 관리를 매우 꼼꼼히 해서 일 처리에 대한 평가가 좋았다. 다만 욱하는 성격이 심해 본인의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갈 경우 그 대상이 누구든지 대놓고 불만을 표했다. 팀장님에게는 적대적인 모습을 숨기지 않았고, 외부에서 새로 온 대표이사에게 업무 보고하는 자리에서도 본인 일에 대한 질문의 의도를 적개심으로 오해(라고 믿고 싶다..)하여 시원하게 들이받고 말았다. 결국 H는 얼마 못 가 퇴사를 했고, 그의 업무는 내가 인수인계를 받아 현재까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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