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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세흔 Nov 01. 2022

가을 여행 2

혼자의 여행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어제 약초 수업의 현장 실습 두 번째 날이었다.

물론 월요일은 출근길이 힘든 요일이지만, 가을 단풍여행이 끝나기 전에 여행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월요일이었다. 길이 많이 막혔다. 기사 아저씨는 나름 길을 바꿔 선택해 봤지만 결론은 많이 막혔다. 

그래서 우린 올 때는 조금이라도 일찍 도착하려고 일찍 떠났지만 역시 길이 많이 막힌 월요일이었다. 

다음팀부터는 월요일이 아니라 목요일에 현장실습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가을 하늘과 공기, 단풍은 좋았다.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일상을 떠난 여행이었다. 

나는 혼자 가는 여행이 별로 없고, 무릎 관절경 수술 이후 걷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것 같은 생각에 혼자서 움직이는 것을 피해왔었다. 현장수업은 어김없이 산행을 해야 하는데 차에서 내리자 얕은 돌다리를 건어 산으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못 가겠다고 했다. 물을 건너는 것이 헛디딜까 봐 무서웠다. 그런데 수업은 올라가야만 이뤄지는 것이어서 용기를 내고, 조교선생님들의 도움으로 물을 건넜고, 살살 올라가면서 설명을 듣는 수업인데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걷는 수업을 나는 운동 안 한 것이 확실히 드러나는 모양새로 숨은 헉헉 거리고, 허리는 아프고, 다리는 넘어지지 않으려 힘을 팍팍 주면서 걸으니 배로 힘든 상황이었다. 

그래도 천천히 다 올라갔다. 그런데 내려오는 일은 정말 걱정이었다. 다행히 사무국장님이 먼저 내려갈 때는 차로 가시자고 얘기를 해주시니 고마웠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데... 크게 용기를 내고 간 것인데...


긍정적인 생각으로 용기를 잃지 않으려 생각을 바꿨다.


 



사람들은 세 번째 만남으로 친해지기 시작했다. 남자 학생들이 더 많은 우리 팀 반장은 여자 선생님이 하셨고, 어색했던 기운이 없어졌다. 조교선생님들이 친절하고 옆에서 우리를 잘 돌봐주고 있었다.

내가 돌봐주던 시절이 지나니 돌봄을 받는 때가 되는구나 하고 세월의 흐름을 느꼈다. 

자격증을 20개 정도 따신 분도 계셨다. 대단하다!!!  '다들 열심히 살고 계셨구나' 하면서 나도 나의 삶을 되돌아봤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모두들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고들 계셨었다.

열심히 사시는 분들을 만나니 에너지가 느껴져 좋았다.


 



브런치 글을 보면서 작가님들이 열심히 사시는 모습들이 좋았는데 약초교실에 가서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니 그 또한 좋았다. 나의 삶은 그동안 학교라는 공간에서 선생님들과 에너지 많은 학생과의 삶 속에 살아온 것이 굉장한 축복이었고, 우물 안 개구리 임도 다시금 느끼고 있다. 이제는 다른 삶 속에 살던 사람과의 새로운 만남을 용기내어 해 볼 것이다.


나의 가을 여행은 용기를 내어 혼자 해본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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