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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세흔 Mar 01. 2023

빠네를 먹다.

남편과 빠네

얼마 전 별총총님의 빠네 이야기에서 남편이 빠네를 못 먹어봤다고 하기에 오늘 빠네를 먹으러 갔다.

남편에게 이름을 이야기하고 몇 번 먹어본 것임을 확인시켰다.


주문한 빠네가 나오자 남편은 "이거 까르보나라 아니야? 이게 빠네야?" 한다. 까르보나라는 남편이 외우는 몇 안 되는 음식 이름 중의 하나이다. 빠네는 기억도 못하더니만 까르보나라는 잘도 기억한다. 아마 딸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라서 그런 것 같다. 딸바보 증거가 하나 나왔다.


"이게 빠네야." 옆에서 딸이 알려줬다. 그러자 남편이 하는 말;

"빵 안에 넣어서 빠네야?"

순간 남편의 조어 능력에 또 한 번 감탄했다.

'빵 안에"가 "빠네"가 되는 순간이다.

딸이 거든다.

"빵 안에 뭐든지 넣으면 빠네인데, 이건 까르보나라를 넣은 거지. '빵 안에'가 '빠네'는 아니지만 외우기 쉽게 그렇게 알고 있어도 되겠네."

지금부터는 남편이 외우는 메뉴가 하나 더 늘어날 것이다.


남편은 음식을 특별히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

그런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분명히 좋아하는 거와 싫어하는 음식이 있다.

그래도 자기는 뭐든 잘 먹는다고 생각한다.


어쩜 옛날부터 우리의 어른들이 뭐든 잘 먹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서 온 일을 아닌가 생각해 본다.

싫어하는 음식이 있는 사람은 나쁜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음식조차 구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금의 습관으로 남게 된 것 같은 생각이다.

음식 투정은 나쁜 행동이라는 것이 우리의 생활 불문율이다.

그 습관이 결정 장애로까지 가는 길잡이가 된 것은 아닌가 한 번 생각해 본다.




오늘의 빠네 음식을 먹는 것은 즐거운 우리 가족의 브런치로 기분 좋은 식사였다.


내일부터는 딸이 개학이라 이런 여유 있는 식사나 카페 탐험은 부부만의 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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