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비 Jul 16. 2023

2-8. 공황장애는 어떻게 생기는가?

<불안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여명이 밝지 않은 어둑한 어둠을 헤치고 또다시 자정이 되면 서늘한 찬바람이 불어왔다. 

그렇게 차가운 냉기를 온몸으로 맞으며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듯한 몸을 방바닥에 뉘이면 꿈속으로 회오리 치며 빨려 들어갈 듯했다.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선잠이었다. 자려고 누우면 오히려 의식은 또렷해졌고, 나풀거리는 이불을 덮고 있는데 돌덩이를 얹어 놓은 것 마냥 가슴팍을 짓눌렀다. 그렇게 검푸른 어둠이 희미해지면 끝나지 않은 어제를 등에 업고 또다시 오늘을 시작해야 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빈속에 새카만 커피를 들이부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일에 매달렸다. 여기에서 밀리면 끝이라 생각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래서 일 이외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쉬고 노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도 사치라 생각했었다. 그렇게 젊은 시절의 나를 몰아치며 스스로를 갈아 넣었다. 극한의 스트레스를 견디며 온종일 죈 걸음으로 나를 몰아붙였다. 이렇게 해도 괜찮을 줄 알았다. 언제나 그랬듯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었기에 앞으로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궁극의 한계까지 내몰린 치열한 경쟁과 감당할 수 없는 중압감은 조금씩 내 정신세계를 무너뜨렸다.


갑자기 어지러웠다. 

잠에서 깨면 이불이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달음박질치고 생각은 갈지자로 춤을 췄다. 통제할 수 없는 생각의 흐름에 초조함이 거세지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더해졌다.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 먹고 싶은 욕구가 사라졌다. 이리저리 날뛰는 생각의 널림에 머릿속은 항상 끊임없는 공상으로 가득 찼다. 몸은 쉬고 있어도 주체적인 본질은 그렇지 못했다. 어제를 내려놓고 번잡함을 씻어내야 할 시간에 나는 어디론가 달리고 있었다. 언제 멈춰야 하는지 모를 끝없는 육체의 긴장감은 미묘한 균형을 깨고 드디어 자신의 욕구를 드러냈다.


슬렁슬렁 반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면 그 시간이 모여 거대한 암흑이 됐다. 그 시커먼 구덩이가 나를 삼키면 몇 시간이 지나도 일어나지 못했다. 겨우 눈을 떴을 땐 주변이 온통 암흑 천지였다. 갑자기 그 상황이 너무도 두려웠다. 이대로 경쟁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좌절감 때문인지 밀려드는 미칠듯한 공포감에 용수철처럼 몸이 튀어 올랐다. 그렇게 발을 동동 구르며 울기만 했다. 그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었다.


공황 발작은 이렇게 나에게 왔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한 극한의 긴장감은 자율 신경계의 균형을 깼다. 외부 자극에 대응하는 자연스러운 균형이 깨지며 신체 내부 기능이 망가졌다. 코르티솔 (급성 스트레스 호르몬)이 다량으로 분비되고 심장이 뛰며 맥박이 빨라졌다. 자율 신경계가 각성돼 식은땀, 미칠 듯한 두려움, 가슴 두근거림, 스스로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이 몰려왔다. 그것이 일상이 됐고 언제 올지 모를 발작에 대한 두려움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컸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어떠한가?


예전의 나처럼 몽롱한 상태로 잠들지 못하는가?

스트레스에 짓눌린 몸과 마음을 흡연과 음주로 달래는가? 혹은 나를 내려놓을 시간에도 어딘가를 향해 달리기만 하는가? 때론 자신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냥 던져버려야 한다. 그렇게 해도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하니 자신을 둘러싼 스트레스와 긴장, 압박감을 잘 다스려야 한다. 일상에서 오는 여러 감정들에 의한 불안과 긴장의 역치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며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황장애 같은 정신 질환이 온다. 세상에 떠밀려 자신 스스로를 잃어버릴 때 정신 질환이 당신을 잠식한다.


지칠 때마다 내일을 생각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라.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라.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하라. 


그렇게 살아 있음을 느끼며 살아라.
작가의 이전글 도대체 어쩌라는 말이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