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기억 교실을 다녀오고 나서
글 곽찬희
동아리 친구들과 세월호 기억 교실에 다녀왔다. 졸업을 앞둔 고3이 고등학생으로 시간이 멈추어버린 교실에 다다르자 감회가 새로웠다. 2014년,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나에겐 그저 안타까운 형 누나들이었다. 그러나 2025년, 지금의 우리 교실과 똑같이 시간표가 있고, 꿈이 있는 것을 보고 돌아보게 되었다. 이 참회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 부족하지만 글로 옮겨 적어본다.
채워요_ (산문)
너희의 시신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입속에서 새가 나왔다. 새들은 햇살을 받으며 너희의 교실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이루다만 꿈들이 올려져 있었다. 너의 꿈은 방송 PD였다. 너의 옆자리에는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았다. 그 자리는 배에서 널 두고 도망친 주연의 것이었다.
교실 문이 열리고 주연이 걸어왔다. 그녀는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너의 자리에 올려두었다. 적막만이 감도는 공간에서 너는 한숨조차 내쉴 수 없었다. 주연의 고개는 계속에서 바닥을 향해 처박았다.
4월 16일, 그날의 파도는 꽃바람을 타고 치고 있었다. 수학여행이라는 단어에 모두가 항구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너와 주연도 서로 마주 보고서 웃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둘은 같은 13반이었다. 담임 선생님은 우리에게 배 티켓을 나누어주었다. 너와 주연은 다른 객실이었다. 학교에서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친구들이 주연의 팔짱을 끼고 배로 들어갔다. 사람이 많아서 너는 주연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다. 너는 발로 끄적이듯 배안으로 몸을 실었다.
네가 객실로 들어가자 이미 모르는 친구들이 모바일 게임을 하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 너를 보아도 모른 체하는 친구들이었다. 너는 침대에 짐을 풀고 앉았다. 창밖의 항구를 바라봤다. 뱃고동이 울리며 항구와 멀어지게 했다. 너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수다 소리가 들려오지 않더니 객실이 물로 차오르는 게 보였다. 물 위로 너의 머리만 떠올라서 숨을 헐떡였다. 네가 그렇게 죽어간다고 생각이 들 때쯤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너는 자리서 일어나 객실을 나왔다.
복도를 지나 수다소리가 공간을 메우는 중앙 식당으로 왔다. 주연이 다른 친구들과 밥을 먹고 있었다. 너도 식판에서 밥을 받았다. 주연을 바라봤다. 너는 혼자 앉았다. 배가 흔들리고 있었다. 주연도 자리서 일어났다. 너도 일어났다. 식기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배가 기울어지고 있었다. 너희들은 책상 아래 다리를 잡았다. 배에서 방송이 나왔다. “큰일 아닙니다. 기다리세요.” 물은 너의 신발에 들어와 양말을 적셨다. 주연의 친구들이 창밖을 넘어가고 있었다. 주연은 널 바라봤다. 너는 고개를 저었다. 주연은 창밖을 넘어갔다.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다. 젖은 양말 안에 발가락 사이로 습기가 차올랐다. 마치 이명처럼 비명이 들려왔다.
꿈은 공포에 젖은 신음으로 변해버렸다. 너에게 꿈을 선물해 준 건 다름 아닌 주연이었다. 주연은 너에게 디지털카메라를 선물했다. 주연이 창밖을 넘어가는 모습이 어른거렸다. 목까지 물이 차올랐다. 숨이 막혀 재채기가 나왔다. 너의 입에서 노란빛을 내뿜는 새가 나왔다. 새는 천장에 머리를 부딪히고 물속으로 떨어졌다. 자꾸만 내려가는 배와 함께 너도 물속으로 들어갔다. 몸부림치는 학우들 속 날개가 처진 새가 보였다. 학우들의 입에서도 새가 나와 물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바닥에 내려앉았다. 너의 눈도 감기어지더니 숨도 끊어지고 말았다.
4월 16일, 그날의 꽃바람은 파도를 덮치고 있었다. 파도 속으로 너희는 들어가 버렸다.
너희의 시신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입속에서 새가 나왔다. 새들은 햇살을 받으며 너희의 교실로 돌아왔다. 책상 위에는 이루다만 꿈들이 올려져 있었다. 너의 꿈은 방송 PD였다. 너의 옆자리에는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았다. 그 자리는 배에서 널 두고 도망친 주연이었다. 주연은 그날로 너를 찾아오지 않았다. 너는 책상 위 누군가를 부여잡고 울다가는 사람들을 지켜만 보았다. 마침내 주연도 너 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너는 그녀를 안아주고 싶었다. 그녀가 주저앉아 미안하다고, 연신 말했다.
글 곽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