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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땅에서 자라는 허브④ 오미자 (五味子)

우리 허브 이야기

by 가야

우리땅에서 자라는 허브④ 오미자 (五味子)


◆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열매
가을 산길을 걷다 보면, 초록잎 사이로 붉은 구슬이 영롱하게 매달린 오미자를 마주하게 됩니다. 빛을 받을 때마다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반짝이는 그 모습은 한여름의 피로를 한순간에 잊게 해 주지요.


예부터 산에서 이 열매를 따다 조용히 주머니에 담아 내려온 이들은, 그 맛이 신기하게도 다섯 가지라 하여 오미자라 불렀습니다. 달고, 쓰고, 맵고, 짜고, 시다. 하나의 열매 속에 이렇게 다양한 동양의 오행五行을 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신비롭습니다.


◆ 오미자의 긴 역사, 그리고 우리와의 인연
동아시아 한방에서는 오미자를 오래전부터 강장과 폐 기능 회복, 갈증 해소를 돕는 귀한 약재로 사용해 왔습니다. 고려·조선 시대에도 산행을 즐기는 선비나 약초꾼에게 오미자는 일종의 자연 비타민이었고, 관찰사 선물 목록에도 종종 포함되곤 했습니다.


사료에 따르면 여름철 갈증을 씻어내는 음료로 오미자차가 즐겨 마셔졌고, 군사 이동이나 장정들 사이에서도 기운을 돋워주는 귀한 열매로 취급되었다고 합니다. 작은 한 알이지만 시대를 건너 사람을 살리고 흥을 돋우던 존재였습니다.


◆ 다섯 가지 맛이 주는 다섯 가지 효능
오미자의 독특한 맛은 그 안에 함유된 리그난(lignan) 계열 성분과 유기산 때문입니다. 시큼한 맛은 피로한 몸을 일으키고, 쓴맛은 열을 내려줍니다. 단맛은 진액을 보호해 목 마름을 해결하고, 매운맛은 기를 순환시키며, 짠맛은 아래로 가라앉혀 정신을 안정시킵니다. 그래서 오미자는 한약재로도, 일상 건강음료로도 활용 가치가 높습니다. 특히 환절기 목이 쉽게 건조해지거나, 가을철에 기침이 잦아질 때 오미자차 한 잔은 몸을 다독이는 작은 치료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 먹는 방법과 즐기는 법
오미자를 제대로 즐기려면 먼저 찬물에 가늘게 우려내는 방식이 좋습니다. 뜨거운 물보다는 차가운 물에서 성분이 천천히 우러나와 더욱 깊고 깔끔한 향을 느낄 수 있지요. 붉은 빛이 은은하게 스며든 물에 꿀 한 스푼, 얼음 두어 개를 띄우면 여름에는 갈증해소 음료, 겨울에는 따뜻하게 데워 몸을 녹이는 차로도 훌륭합니다. 오미자청을 만들어 두면 요거트에 곁들여도 좋고, 막걸리에 조금 타면 산뜻한 장맛을 더해 색다른 풍미를 내줍니다. 삶의 작은 휴식 같은 맛입니다.

자연상태에서 자라는 오미자 / 강원도 횡성


◆ 우리 땅이 길러낸 귀한 자원
오미자는 북쪽 지역에서 특히 잘 자랍니다. 한반도의 사계절을 따라 영글고 물들며, 서늘한 기운을 머금어 더욱 선명한 붉음을 띱니다. 수확철인 가을이면 농가마다 바람에 말리는 오미자 향이 골목을 채우고, 겨울이 오기 전 저장고에는 붉은 보석 같은 열매가 차곡히 쌓입니다. 우리 땅이 길러낸 귀한 선물이고, 그 선물을 우리는 또 찻잔에 담아 마음을 데우는 이야기로 되돌려줍니다.


◆ 요약정보
학명 Schisandra chinensis
과명 매자나무과(Berberidaceae) 또는 오미자과(Schisandraceae, 구분 자료에 따라 변동)
원산지 한국·중국·러시아 등 동북아시아
효능 피로회복, 폐와 기관지 보호, 항산화 작용, 갈증 완화
활용법 오미자차, 오미자청, 주조·디저트·약재 활용


https://youtu.be/7SBjDmnPtOI?si=BCzeNoT0TwP2qQ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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