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크리스마스 이브 포인세티아의 추억

가야의 글방

Dec 9. 2025

크리스마스의 여왕, 포인세티아 그리고 잊을 수 없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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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와 실내 곳곳에 붉은빛이 스며들기 시작하면, 마음이 먼저 계절을 알아차립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는 신호입니다. 어제 병원 입구에서 마주친 포인세티아 화분과 반짝이는 트리를 보며, 종교를 떠나 해마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알 수 없는 설렘과 들뜸을 다시 느꼈습니다. 세월의 무게가 더해졌어도 이 계절의 마법은 여전히 저를 어린 시절로 되돌려 놓습니다.

성탄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던 아주 어린 시절, 저는 산골 마을에 살았습니다. 작은 마을에도 헛간처럼 생겼지만 난로 하나는 따뜻했던 자그마한 예배당이 하나 있었지요.

크리스마스이브, 눈이 펑펑 쏟아지던 그날 밤, 저는 난생처음 그곳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교회 출입을 엄격히 꺼리던 집에서도 유일하게 허락된 밤이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교회에서 과자와 선물을 준다는 말 때문이었지요. 1960년대 시골 아이들에게 ‘선물’은 일 년 중 가장 큰 사건이었습니다.

함박눈이 쌓인 논길을 걸으며 우리는 관솔불이 일렁이는 불빛에 의지했습니다. 눈길에 미끄러질까 아버지가 고무신 위에 단단히 묶어 주신 새끼줄 덕분에 발걸음은 묘하게 힘찼습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목청껏 부르며 예배당 문을 ‘드르륵’ 밀고 들어갔을 때, 촛불 아래 환하게 장식된 크리스마스트리, 그리고 아기 예수 탄생 연극의 성스러운 분위기는 꼬마였던 제게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낯선 의상과 신비로운 이야기 속에서, 저는 정말 천상의 세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그날 밤 돌아오는 길에는 모두의 손에 소중한 선물 주머니 하나씩이 들려 있었습니다. 튀밥, 사탕, 노트, 연필. 지금 생각하면 소박하기 그지없는 물건들이었지만, 그 행복은 온몸이 꽁꽁 얼어붙었던 추위마저 잊게 했습니다.

그 후로 매년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저는 그 관솔불, 눈 덮인 논길, 그리고 행복에 취해 캐럴을 불렀던 어린 시절의 저를 떠올립니다. 마치 아름다운 꿈을 한 번 다녀온 사람처럼, 그 기억은 제 삶에 오래도록 남아 따뜻한 온기가 되어 주었습니다. 함께 그 밤을 걸었던 언니, 오빠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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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세티아, 축복을 담은 붉은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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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의 추억과 가장 닮은 꽃이 있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포인세티아를 떠올립니다. 학명은 Euphorbia pulcherrima, 우리말 한자 이름으로는 홍성목(紅星木)이라 부릅니다. 크리스마스마다 유독 이 꽃이 ‘성탄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유는, 우리가 흔히 꽃이라고 믿는 그 붉은 부분이 사실은 꽃잎이 아니라 포엽(苞葉)이라는 묘한 상징성 때문입니다. 진짜 꽃은 그 중심에 아주 작게 피는 노란빛의 작은 꽃입니다. 화려함 뒤에 숨은 고요한 중심, 어쩐지 성탄의 의미와도 닮아 있습니다.

포인세티아의 고향은 멕시코입니다. 멕시코 전설에 따르면, 가난한 소녀가 아기 예수께 드릴 선물이 없어 길가에 핀 풀을 꺾어 바쳤더니, 그 잎이 붉은 별처럼 변해 아름다운 꽃이 되었다고 합니다. 값진 물건보다 마음이 담긴 헌신이 더 귀하다는 이야기, 그래서 포인세티아는 오늘날까지 ‘축복’, ‘행복’, ‘헌신’, 그리고 “제 마음은 불타오르고 있어요”라는 꽃말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붉음은 단순한 색이 아니라,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 마음의 불빛처럼 느껴집니다.

크리스마스 이후에도 함께하는 포인세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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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포인세티아를 ‘한철 식물’로 여기지만, 사실은 정성만 더해지면 몇 해이고 함께할 수 있는 식물입니다. 원산지가 열대인 만큼 온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0도 이하의 찬 공기는 치명적이므로 창가의 찬바람을 피하고, 18도 이상 따뜻한 환경을 유지해야 합니다. 햇빛은 밝은 간접광이 좋으며, 한낮의 강한 직사광선은 오히려 잎을 상하게 합니다.

물 주기 또한 섬세함이 필요합니다. 겉흙이 완전히 말랐을 때 실온의 물을 충분히 주되, 화분 받침에 고인 물은 즉시 버려 과습을 막아야 합니다. 특히 과한 물은 뿌리 썩음의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포엽의 붉은빛을 다음 해에도 다시 보고 싶다면, 가을부터 밤에 12시간 이상 완전히 빛을 차단하는 ‘단일 처리’를 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포인세티아가 다시 붉게 물드는 비밀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포엽이 하나둘 떨어지기 시작하면, 이듬해 봄에 줄기를 15~20cm 정도 남기고 과감히 가지치기를 해주고 새 흙으로 분갈이해 주면 다시 새로운 계절을 준비합니다. 이렇게 다시 맞이하는 다음 크리스마스의 붉은 별은, 작년보다 더 깊은 의미로 마음에 남게 됩니다.

붉은 빛에 담긴 시간의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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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제 어린 시절의 크리스마스에는 포인세티아도, 화려한 전구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관솔불 하나, 종이로 만든 별 하나, 그리고 손에 쥐어진 작은 선물 주머니 하나로도 세상은 충분히 따뜻했습니다. 지금은 집집마다 트리도 있고 포인세티아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 시절의 설렘만큼은 어디에도 갇히지 않은 채 여전히 제 마음 속에 살아 있습니다.

포인세티아는 그래서 제게 단순한 계절 장식이 아닙니다. 그것은 눈 내리던 논길, 작고 따뜻한 예배당, 그리고 어린 시절의 떨리는 가슴을 다시 불러오는 붉은 기억의 표식입니다. 이 겨울, 여러분의 창가에 놓인 포인세티아 한 화분도 누군가의 오래된 추억과 오늘의 온기를 조용히 이어주고 있지는 않을까요. 이 붉은 빛이 여러분의 마음 속에도 오래도록 따뜻한 축복으로 머물기를, 그렇게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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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요약
· 포인세티아는 학명 Euphorbia pulcherrima, 홍성목(紅星木)이라 불리는 크리스마스의 상징 꽃입니다.
· 붉은 부분은 꽃이 아닌 포엽(苞葉)이며, 가운데 노란 부분이 진짜 꽃입니다.
· ‘축복’, ‘행복’, ‘헌신’을 상징하며 멕시코의 성탄 전설이 전해집니다.
· 따뜻한 온도, 간접광, 과습 방지, 가을 단일 처리가 건강 관리의 핵심입니다.
· 포인세티아는 계절 장식을 넘어, 겨울의 기억과 마음의 온기를 품은 식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