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99일 차, 20200624
아무도 반기지 않는 그곳에 다시 간다는 것.
모든 식물이 말라가고, 뜨거운 다짐은 오줌처럼 몸에서 분출되어 냄새나 풀풀 풍기다가 변기로 내려가 버리는 그곳.
아름다운 추억 뒤로 하고 현실로 돌아가는 일은 달갑지 않지만 자처하여 돌아간다는 것은 하나의 시위, 삶을 능동적으로 살겠다는 다짐.
그 시작점 앞에서 부푸는 마음을 곱게 간직하려 하여 시작하기 전부터 기대를 높게 세운다.
이런 것도 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런 것도 할 수 있을 것이야.
2주 전보다 더 밝아진 저녁 10시의 하늘을 작별인사하듯 멀어지는 도시의 풍경이 내보내는 초원 들판길에서 밤을 맞이한다.
이곳은 시골이기 때문에 어두운 것인지 시간이 흘러서 어두운 것인지.
아직도 하늘 한편은 밝을 거 같아서 기차 창가 너머 보이지 않는 북쪽 언저리 어딘가를 고개를 꺾어 바라보려 하지만 이미 그 빛은 사라졌다.
정말 그 빛이 사라진 것인지 그 빛을 바라볼 수 없는 각도로 열차가 흘러가는 것인지.
열차 옆 칸에서 들리는 독일 사람들의 크케코쿠 웃는 소리.
아직도 한없이 낯선 그들의 언어에,
그리고 이해했다고 생각할수록 멀어지는 그들의 문화에,
나 홀로 앉아있는 6인용 열차 방 안에서 내 고향 대전이 떠오른다.
어릴 적 추억은 없지만 엄청난 맛집인 일품감자탕. 그리고 그 주변에 사랑방 칼국수.
맛있게 밥을 먹어야 했던 제이뷔페까지.
되뇌고 또 되뇐다. 그럼에도 안될 줄 알기에 더욱 발악하여 되뇐다.
할 수 있을 것이야. 다짐대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야.
열차가 도착한다. 어두움이 반기는 이 젊음의 도시에.
죽어가는 식물들이 반기는 나의 잠잠한 방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