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분석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민중의 핵주먹 마석도(마동석) 형사가 이번엔 온라인 도박 조직을 소탕한다. 시리즈 처음으로 디지털 수사가 진행되고, 필리핀과 국내를 오가며 스케일도 키웠지만, 역시 중요한 건 마석도가 범죄자를 시원하게 때려잡는다는 점이다. 마석도의 주먹은 흡사 장풍을 쏘는 듯 더 강력해졌고, 3편에서 삐끗한 빌런의 존재감도 회복했다. 시리즈 최고의 감초 캐릭터 장이수(박지환)의 활약도 반갑다. 얼핏 보기엔 시리즈의 성공 공식을 모은 듯한 구성. 과연 ‘범죄도시4’(24일 개봉)는 사상 첫 시리즈 3천만 관객을 달성하며 ‘범죄도시’ 프랜차이즈의 명성을 지킬 수 있을까.
◇총평
엔터테이닝을 위한 기획 상품처럼 만들어진 영화인데, 전편들에 비해 순수 재미가 떨어진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최대 강점인 유쾌함과 통쾌함이 줄었다. 1편의 장첸(윤계상)과 2편의 강해상(손석구)을 섞어놓은 빌런 백창기(김무열)의 존재감, 2편의 어두운 톤, 3편의 유머가 모두 들어 있지만, 코믹과 액션이 따로 논다. 전편의 단점은 빼고, 장점만 넣는 데 치중해 시리즈가 갖고 있는 날것의 매력이 감소했다.
◇빌런의 매력
빌런의 존재감이 커진 것은 이번 영화의 최대 장점이다.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백창기는 전투력에 한해선 시리즈 빌런 중 1위이다. 허명행 감독 역시 가장 신경 쓴 지점으로 백창기의 액션을 들었다. 이제까지 빌런들이 악으로 깡으로 싸웠다면, 백창기는 적을 효과적으로 간결하게 제압한다. 권투 선수 출신인 마석도와 살인 무기 같은 백창기의 마지막 싸움은 확연히 다른 스타일로 보는 맛이 있다. 다만 말수가 너무 없어서 캐릭터가 가진 재미 자체는 적은 편이다.
◇감초의 활약
유일무이한 감초 캐릭터인 장이수가 고군분투한다. 3편부터 등장했던 광역수사대 팀원들은 전편보다 분량이 많아졌음에도 극에서 겉돈다. 유머 담당이 마석도와 장이수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1편의 반장(최귀화)이 그리운 걸 보면, 장태수(이범수) 팀장은 아직 관객의 마음에 다가오지 못한 것 같다. 첫 여성 캐릭터 사이버수사대 이주빈도 그냥 설명적인 대사만 수행한다. 아 "저 현장가고싶은데여"란 대사가 있긴 하다.
◇유쾌함
달려가려는 오토바이를 한 팔로 잡아버리는 등 마석도의 압도적인 무력을 기반으로 한 코미디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특유의 말장난은 익숙함보다 식상함에 가까워졌다. 개인적으론 말장난 상대가 없어서 마석도가 외로워 보였다. ‘초롱이’ 등 감초 캐릭터가 돋보였던 3편에 비해 장이수 홀로 짊어진 무게가 너무 크다. 개인적으론 마냥 우스꽝스러운 지금의 장이수보다 묘한 광기가 공존했던 이전의 장이수가 더 매력적이다.
◇통쾌함
‘범죄도시’ 시리즈의 통쾌함은 때려죽일 놈들을 마석도가 ‘주먹몽둥이’로 때려잡는 데서 나왔다. 그런데 백창기는 이전 빌런들에 비해 덜 나쁜 놈처럼 보인다. 백창기를 부려먹는 도박 사이트 경영자 장동철(이동휘)의 악랄함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대결에서 빌런에게 꽂는 마석도의 한 방은 ‘범죄도시’가 주는 카타르시스의 절정. 그런데 마석도가 백창기에게 가한 마지막 일격의 순간, 시사회에서 “어우”란 반응이 나왔다. 빌드-업에 실패한 것이다.
◇성적은 어떨까
충분히 흥행하겠지만, 천만 관객 달성은 어려울 것 같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전편의 단점을 보완하면서 변화했고, 2·3편 연속 천만 영화를 달성하며 보답받았다. 그런데 이러한 단점 보완 전략으로 인해 처음 갖고 있던 매력이 점차 줄었다. 시리즈가 명성을 이어가려면 관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보다 관객의 예상에서 한 발짝 앞서 나아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행히 5편부터는 “확 바뀔 것”이라고 했다.
◇여담
마동석 배우 말론 청불 작품도 다시 생기고, 범죄도시 같지 않은 느낌의 작품도 나올 거라고 한다. 5, 6, 7, 8편 모두 어떤 사건으로 할지도 정해져 있다고. 한꺼번에 영화 네 개를 준비하고, 그 와중에 할리우드랑 미팅하며, 영화 찍는 기간에도 밤새 유머 포인트를 고민하고 꽤 적중시키는 마동석은 영화의 신일까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