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10주년 작가의 꿈
K장녀, 삼 남매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자영업을 거쳐 현직은 어린이집 조리사다. 거기에 '브런치 작가'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추가하며 '인생 2막'으로 가고 있는 한 사람의 개인이다. 이제는 내 마음을 하나로 굳혔다.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곱게 빻아 무지개떡을 만들어 볼 수 있겠다.
살면서 파랑새를 쫓아 여기까지 왔다. 파랑새가 있다, 없다의 얘기가 아니다. 개인의 서로 다른 해석의 영역이면서 '나, 지금 여기 있노라!'의 실질적인 문제다.
지난 일 년 브런치에 글을 올리며 작가라는 명함이 내 자존감의 꼭대기에 지존처럼 앉아있다. 작가명으로 불려질 때면 그 익숙하지 않음에 화들짝 놀랄 때가 많았다. '브런치 스토리'는 나의 자아를 속이며 아주 은밀하게 접촉했다. 내면의 검열관에게 들통이라도 나면 언제나 그렇듯 못해낸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와 저런 이유가 더해져서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야말로 쥐도 새도 모르게 조용히 작가 자격을 획득했다. 모든 과정에는 '비포'와 '에프트'가 있듯이 글을 쓰기 전에는 누가 알까 쉬쉬했던 마음이 설거지통 세제거품처럼 제알아서 꺼졌다. 그 이후는 어땠을까? 비밀스럽게 난립으로 글을 쓰면서도 등뒤에서 날개가 돋아나고 있는 것 같은 기분 좋은 통증을 종종 맛보았다. 지나고 보니 이 모든 과정이 1인 코미디 같지만 스스로에겐 참신한 도전이었고 결과는 생각지 못한 선물이었다.
작가라는 페르소나를 덪입히고 가는 이 길은 나의 '70'이 설레일 수 있는 곳으로 가는 아름다운 여정이다. 나에게 '브런치 스토리'는 지금까지의 전반적인 삶, 그 모든 것을 수용하는 품 넓은 산실이 되어주고 있다. 브런치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응원하고 개인기를 존중한다. 이 안전한 공간에서 글을 쓰며 '나는 어떤 작가가 될 수 있을까?'를 섣불리 정의하지 않기로 했다. 나만 보고 말았던 어느 날의 일기가 삼자에게 보여주는 글이 되고 있음이 현실을 살아가는 에너지가 되고 있다. 글쓰기 방향이 내 안이 아닌 밖으로 향하고 있다는 새로운 시작에 가끔은 축배를 들어 용기를 충전한다. 지금은 자유롭게 신변잡기를 에세이로 쓰며 글쓰기 트레이닝을 하는 중이다. 누구와도 경쟁하지 않으며 오직 나와의 경쟁만 한다. 이거 해? 말어? 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싶었잖아? 멍석 깔렸는데 왜 뒷걸음질이지? 그렇게 날마다 밀당하는 중이다.
브런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품앗이 공간이 되어준다. 한편 두 편 쓰다 보면 넋두리가 어느새 가지런해지고 저마다의 글쓰기로 자리를 잡아가는 교정의 공간이 '브런치' 플랫폼인 것 같다. 저마다 인생스타일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자율주행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목적지로 가고 있다. 초보에서 고수까지! 큰 물, 작은 물 여러 부류의 글감들이 모여드는 이곳에서 서로의 글을 읽고 쓰며 까치발을 하고 논다. 누군가의 글이 또 누군가의 꿈이 되게 하는 글쓰기 현장을 보면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단순한 옛 믿음에 가치가 더해지는 것을 본다. 모든 장르의 전문성이 텍스트로 출몰하는 곳이 '브런치' 글쓰기 공간이 아니던가! 서로 다른 취향과 교양이 소중한 정보가 되어 층층이 쌓여가는 곳에 날마다 새로운 글들이 더해지는 걸 보니 무지개가 연상된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작가로서의 꿈이라면 '나는 앞으로 어떤 글을 쓰겠다.' 하는 결과를 규정하는 단계는 아니다. 우선은 지금 먹은 이 마음이 다할 때까지 글 쓰는 일을 맘껏 해보는 것이 나의 서원이다. 그러고 나서 글쓰기에 강약을 조절할 능력이 더해지는 즈음에서 나의 전문성을 살린 '글 쓰는 요리사'로 브랜딩 되고 싶다. 음식에 담겨있을 추억과 사랑, 시간과 시절을 연결하여 백세시대의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가는 것이 작가로서의 바람이다. '인생 2막'을 향한 여정, 내 삶의 진정한 채움을 위하여 오늘도 한 편의 글로 '브런치'를 향해 달려간다. 일단 출발하자! 어디든 도착한다! 원더풀 마이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