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SR Dec 20. 2021

In Nha Trang #81

 나트랑, 나짱


 새벽 6시가 되어서 도착했다. 내린 사람들 모두 너무 일찍 도착해서 모두 멍 때리고 있었다. 도착시간이 8시라고 했는데 2시간이나 일찍 도착할 줄이야. 이건 운전기사가 잘못한 거다. 우리는 모두 멍 때리고 있다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동하자 다 같이 각자의 목적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인지라 거리에 있는 희미한 불빛을 가이드 삼아 걷거나 어두운 골목에 들어갈 때는 핸드폰 조명을 비추며 걸어갔다. 숙소에 도착하자 다행히도 아주머니가 깨어 계셔서 문을 열어주었다. 모든 숙소가 그렇듯 어차피 체크인은 늦게 할 수밖에 없었다. 물어보니 12시부터 체크인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커피를 주었다. 아주 뜨거운 커피를. 이 커피는 베트남에서 유명한 g7 커피라고 했다. 나와 함께 온 친구는 잠시 컴퓨터를 이용하더니 소파에서 자기 시작했다.



 나짱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나트랑이라고 적혀있지만 현지식은 나짱이라고 한다. 이 도시는 액티비티의 도시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었다. 짐을 숙소에 맡긴 후 나와 걸으니 곳곳에 걸린 베트남 국기들이 바로 보였다. 독특하게 마름모꼴로 정돈된 나무들도 보였다. 아침을 먹고 싶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 닫혀있었다. 플랜 A부터 C까지 다 막혔다. 걸어가는 길에 보였던 KFC까지 닫혀 있어서 한숨을 쉬다가 일단 걸었다. 돌아보다가 때가 되면 먹으면 되지 뭐.



 베트남은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적이 있어 그때 종교가 유입되어 많은 성당이 지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그중 나짱에 있는 나짱 대성당으로 걸어갔다. 나짱 대성당은 높은 곳에 세워져 있었지만 입구부터 성당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는 건축물과 성모 마리아가 있었다. 서양인 느낌이 아닌 동남아 사람 느낌이 나는 마리아 상이었다.



 오르막길을 올라 성당 부지로 들어가니 푸른색 옷을 입고 있는 마리아가 반겨주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높은 건물이 없는 나짱이라 나름 탁 트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주변에는 예수의 12제자들의 상이 있었다. 예전에 베드로가 영어 이름으로 Peter인 걸 알고 깜짝 놀랐었는데 이 상 앞에도 이름으로 Peter라고 적혀 있는 걸 보고 12제자인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예전에 교회를 다닌 적이 있었지만 다른 제자들의 이름은 잘 모르겠다. 부지에 성당은 유럽과 거의 비슷했지만 화려하진 않았다. 독특한 건 성당 내부에 시계가 두 개가 있었다. 하나는 원래 시간을 가리키는 시계, 그리고 하나는 잘못된 시계였다. 마귀나 사탄들이 미사 시간을 방해할 수 없도록 잘못된 시계를 걸어놓는다고 했다. 시간을 착각하여 찾아올 수 없도록 말이지.



성당을 갔으니 이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롱손사로 향했다. 롱손사는 나짱에 있는 최대 규모의 불교 사원이다. 1800년대에 지어진 그리 오래된 사원은 아닌 것 같다. 나짱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있다고 하니 역시 땀이 줄줄 흘렀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 건 엄청 큰 흰색 불상이었다. 사원은 묘지의 역할도 하는 듯 보였다. 우리나라 납골당처럼 칸마다 사람들의 이름과 생년이 적혀있었다.



 단숨에 뽀나가 첨탑까지 향했다. 가는 건 무척 힘들었다. 베트남 자체가 인도가 의미가 없었는데 가는 길은 아예 인도가 없었다. 도로로 걸어 다닐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수리소와 기타 공장들이 몰려있어서 공기도 엄청 탁했고 주변 거리도 잿빛이었다.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겨우 뽀나가 첨탑에 도착했다. 불교가 아닌 힌두교가 성행할 시절의 건축물이라고 한다. 그럼 오늘 가톨릭, 불교, 힌두교를 다 접해본 셈이었다.



 시원한 물을 더울 때 마시려고 챙겨놨었다. 다 둘러보고 마시려고 하니 이미 너무 뜨거워 마시지 못할 상태였다. 라면도 익힐 수 있을 것 같았다. 햇빛이 너무 세 그늘이 있다면 그곳으로 가서 숨어야 했다. 첨탑인지라 주변을 잘 볼 수 있었는데 특히 트란푸다리가 잘 보였다. 낚싯배가 두둥실 떠다니는 게 보기 좋았다. 어깨가 빨갛게 변해 땀띠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그냥 탄 거였다. 일부러 나시를 입거나 팔을 올려서 다녔는데 결국 다 타고 말았다.



 드디어 밥을 먹었다. 숯불로 구운 고기가 맛있었다. 줄 서서 먹어야 하는데 나는 오후 늦게 가는 바람에 사람이 없었다. 위생상으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조금 끈적한 테이블과 너무 낡은 선풍기 그리고 나무젓가락은 왠지 시꺼메보였다. 나는 여기서 소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밥을 주문했고 추가적으로 맥주를 주문해 먹었다. 마치 일본 음식 규카츠처럼 내가 직접 구워서 먹어야 하는 1인 화로였다. 시장이 역시 맛을 더 좋게 만들어주었다. 가게 자체가 시원한 가게가 아니어서 땀을 흘리며 먹을 수밖에 없는데 그때 마시는 맥주가 참 맛있었다. 위생과 더위만 아니었다면 무척 좋은 식당이 되지 않았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In Ho Chi Minh City #80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