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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SR Nov 29. 2021

In Ho Chi Minh City #80

 호치민시티에서 바로 다낭으로 가는 건 아녔다. 한 번에 갈 수 없었고 그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을 버스에서 보내야 했다. 우선 냐짱을 갔다가 그곳에서 다시 다낭으로 이동하는 것이 티켓에 명시되어 있었다.

얼핏 봐도 최소 하루는 걸릴 시간. 대비하여 이런저런 물품들을 챙겨야 했다. 숙소에서 내 짐을 챙길 때 잃어버리면 큰일 날 것들을 체크하고 그다음으로 챙겨야 할 것은 주전부리였다. 긴 시간 가면서 까먹을 것들을 구입했다. 가장 중요한 건 소금 맛 감자칩! 이게 또 베트남의 명물이었다. 그다음엔 마실 것들과 역시 빠질 수 없는 하리보 젤리를 샀다. 좋아.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캐리어는 이미 버스 트렁크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2층 침대에만 티켓을 주더라. 1층에는 대부분 현지인들이 차지하는 모양이다. 나는 말도 잘 통하지 않아 1층으로 달라는 요구를 하이 않은 탓도 있으려나. 그래서 2층 침대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가방은 발을 넣을 수 있는 곳에 넣거나 안아야 한다. 자리가 좁아서 뭘 하던 불편하겠지만 말이지. 버스에 올라탈 때 신발을 벗고 비닐봉지에 넣어야 하기에 그건 등받이 뒤쪽에 넣으면 괜찮다. 나는 싸구려 신발만 신어서 꾸겨지던 압축이 되던 상관없었다. 다행히도 모든 좌석마다 앞에 물건을 놓을 수 있는 대가 있어서 놓을 순 있지만 도로 사정이 열악한 구간이 있기 때문에 자다가 물병에 맞을 수 있다는 건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주로 내 물건들은 주전부리 비닐에 넣어서 구석에 박아놓고, 잘 때 안경은 가방에 넣었다. 누울 수 있었지만 비행기와 마찬가지여서 자고 일어나도 잤다는 느낌보다는 시간을 때웠다 라는 생각이 강했다. 우선 냐짱으로 가는 버스에서는 몇몇 여행객들이 타고 있었다. 동양계 미국인처럼 보이는 여자분이 계셨는데 엄청 이쁘다고 생각했다.


 자고 일어나니 새벽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낭까지 가는 버스는 서너 시간 뒤에 있어서 잠시 쉴 공간이 필요했는데 버스가 우리를 내려준 여행사 바로 옆에 있는 카페는 왠지 열려 있었다. 나처럼 다낭까지 가는 사람들은 음료를 주문한 후 그곳에서 쓰러져 쉬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달릴 때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한 가지 기억나는 게 있다면 유럽 커플이었다. 대낮이었고 녹초가 된 사람들은 계속 누워만 있었는데 갑자기 남자가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 "웨잇 웨잇!" 무슨 일인가 했다. 버스가 잠시 멈추자마자 달려 나가서 소변을 눴고 여자 친구는 깔깔거리며 웃다가 미안하다고 한 후 오줌 싸고 있는 남자 친구를 계속 찍어대었다. 그러고 보니 동남아를 여행하는 남자 여행자들은 대부분 턱수염을 밀지 않아 털보가 많았다.


 베트남 사람들은 여유로운지 아니면 일상적인지 길을 가다가 기사가 내려 담배를 사고 한대 피우고 다시 타서 운전하기도 했고, 손을 흔드는 사람이 있으면 태운 후 움직이기도 했다. 평화롭게 다낭까지 갔다.



 이번엔 두 번째 다낭이었으니 첫 번째와는 다른 곳에서 머물렀다. 어차피 하루뿐이었지만. 해변가가 아닌 시내 쪽에서 머물렀다. 나는 왜 긴긴 길만 걸어 다니게 되는지. 머물게 된 숙소도 버스 내린 곳에서 40분가량 걸어야 했다. 그래도 걸은 만큼 방은 무척 좋았다.


 도시는 역시 골목을 거니는 게 좋았다. 호치민시티보다 다낭의 해변가보다 좁은 골목이라 실생활에 더 다가간 듯 보였다. 골목은 좁을수록 거주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내가 머무는 곳은 관광객들이 많이 없는 구역이었다. 뜨거운 햇빛에 팔뚝이 태워지고 있었지만 선이 생기는 게 싫어 반팔을 나시처럼 올렸다. 이왕 탈거 고루 타라 하는 느낌으로 말이지.


 다낭의 강 근처 세워진 야자수들은 시원해 보였다. 콩 카페는 역시나 달달하고 아늑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핑크빛 성당을 좋아하는지 다낭에도 있었다. 핑크빛 성당에는 호치민시티에도 있었다. 나는 가보지 않았지만. 걷다가 웬 가게에서 기르는 강아지가 내 발목을 물려고 다가와서 발로 오지 말라고 휘두르고 달렸다. 망할 목줄 왜 안 해놓냐. 이빨이 발목에 스쳐서 광견병 걸리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다. 다행히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저녁이 되어 식사 겸 술을 마시러 식당을 찾았다. 그 식당은 어떻게 보면 조금 어두워 차분하거나 고급스러움을 지향하는 듯 하나, 맥주 브랜드별 여자분들의 판촉행사를 진행하여 들뜬 느낌도 주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서는 열명 정도의 사람들이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하고 있었고 나는 혼자 술을 홀짝이고 있었다.



 안주를 주문하고 삿포로를 주문했다. 삿포로의 옷을 입은 사람이 와서 맥주를 가져다줌과 동시에 따라주었다. 처음 주문한 건 겉을 튀긴 것 같은 삼겹살 슬라이스였는데 엄청 맛있었다. 그리고 한 잔이 빌 때마다 내게 와서 삿포로를 따라주었다. 그리고 안주를 하나 더 주문했는데 그건 또 많았다. 볶음밥 같은 거였는데 말이야. 그래도 맥주를 마시니 또 와서 따라주었다. 맥주를 한 병 더 주문해서 마셨다. 그리고 한 병 더...


 돌아가는 길은 역시나 좁은 골목이었고 가로등은 찻길에만 켜진 깜깜한 길이었다. 간혹 주택이 많은 곳을 걸을 땐 원치 않게 베트남 사람들의 거실 생활을 볼 수도 있었다. 그래도 술에 취해서 숙소로 걷는 길이 무섭지 않았다.


 이후 나는 다시 호치민으로 비행기 타고 갔다가 냐짱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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