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효재 Oct 18. 2024

미국과 캐나다

더 많이 가진 자가 더 불행하다

어제 서울을 떠나 거의 하루를 걸려 캐나다 몬트리올에 도착했다. 중간에 미국을 경유했다. 아들 집에 도착해 심야 저녁식사를 마치니 피곤이 몰려왔다.


피곤은 장거리 비행 탓이기도 하지만 미국 LA 공항을 통과하면서 초긴장했던 까닭이다. LA 공항에서 몬트리올행 비행기를 타기까지는 2시간밖에 없었다.


LA공항은 모든 외국인들, 공항밖을 나가지 않는 경유 여행객들까지, 예외 없이 입국심사를 받아 공항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출국 심사를 받고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도록 시스템이 바뀌었다.


아뿔싸... 입국심사줄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다. 초조해졌다. 한 시간을 기다려 앞쪽까지 이동하기는 했지만 내 앞에 있는 중국인들의 심사 인터뷰가 길어졌다. 미중관계의 현실을 보는 듯했다. 10여 명의 중국여행객들을 쉽게 통과시켜주지 않았다.


결국 동행한 아내가 줄을 정리하는 이민국 직원에게 다음 비행기표를 보여주며 사정했다. 기대하지는 않았는데 뜻밖이었다. 그녀가 우리를 앞으로 겨주었다. 여기에서도 한참 기다렸다. 심사대 자리가 30개 넘게 있었지만 오픈한 곳은 10개도 되지 않았다.


여행객들에 대한 무관심과 무배려가 거의 분노로 느껴졌다. 줄이 이렇게도 긴데 심사요원들은 자기들끼리  낄낄 거리고 수시로 자리를 떴다. 마치 기다리는 여행객들을 약 올리듯.


출국하는 과정도 복장 터질 정도로 답답하고 힘들었다. 겨우겨우 몬트리올행 비행기 게이트에 도착한 시간은 보딩을 바로 앞둔 시각이었다. 다행히도 비행기가 30분 늦어져 약간의 쉼을 누릴 수 있었다.


몬트리올 공항은 얼마나 피곤할까 걱정부터 되었다. 비행기가 드디어 캐나다에 도착했다. 입국장에 들어서니 이민국 직원은 보이지 않고 키오스크만 수 백대 설치돼 있었다.


인터뷰도 없었고 기계가 묻는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하니 나가란다. 짐 찾고 나오기까지 일사천리였다.


아들 집으로 오는 길에 미국 욕을 실컷 했더니 아들이 말했다.  "미국에서도 LA 공항은 악명이 자자해. 미국은 여행객들에게 일부러 불편을 주려고 작정한 것 같아." 지금 미국대선에서 이민자 규제가 핫이슈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누가 더 미국입국을 까다롭게 할 수 있느냐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왜 그럴까? 미국은 지켜야 할 것들이 많은 부자나라다. 미국 갈 때마다 나는 느낀다. 이들은 입국 여행객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구나 하는 인상을.


캐나다는 입국할 때 제일 먼저 보는 문구가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이다. 나는 캐나다 올 때마다 환대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미국보다 지킬 것이 상대적으로 적은 나라다.


부자 습관적으로 다른 사람을 의심한다. 사람을 보는 시선이 날카롭다. 자기 재산을 향한 마음은 불안하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 더 불행한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전쟁의 슬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