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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효재 Oct 30. 2024

한 무슬림 청년과의 대화

얼굴 보며 대화하기

지난 주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밴쿠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옆자리에 앉은 청년과 상당히 길고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30대의 이란 유학생이었다. 자기가 먹던 오레오 과자 봉지를 나에게 건네주며 먹으라고 했다. 고마웠다. 그의 선하게 웃는 얼굴이 친근해 보였다.


이란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그에게 물어보자 그는 이란은 다른 중동 국가들과 전혀 다른 나라임을 강조하면서 설명했다.


"캐나다에서 무슨 일을 하느냐"는 내 질문 때문에 우리의 건조한 객관적 대화가 개인적 대화로 했다.


그는 고향인 이란에서 공학 석사 학위를 딴 인재였다. 하지만 이란이 미국과 대립하면서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원리주의 종교지도자들이 이끄는 폐쇄적인 세상이 답답해서 좀 더 넓은 세상에서 살고 싶어  캐나다에 유학을 왔다고 했다.


그는 일 년 뒤에 공부를 마치면 캐나다에서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고 걱정했다. 아직 서툰 영어와 중동  출신 사람들에 대한 높아지는 장벽, 전공 관련 직장의 희소성  등으로 자신의 미래가 두렵다고 했다.


그의 얼굴이 불안하고 슬퍼 보였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를 위로해주고 싶었다.


나는 우리의 종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무슬림이고 나는 기독교인임을 상기시켰다. 이슬람의 신과 기독교의 신은 구약성경 창세기가 말하는 이 세상을 창조하신 창조주이심을 먼저 언급했다.

 

이 세상을 창조하신 신(하나님)이 세상을 번영하게 하고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를 창조하신 것임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우리가 직장에서 하는 을 통해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하시기를 원하신다고 했다. 하나님은 네가 일하기를 바라시기 때문에 너는 반드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가 이런 말을 한 것은 그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신의 뜻이 그렇기 때문에 믿음으로 포기하지 말고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계속 문을 두드리면 언젠가 열릴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주고 싶었다.


이것은 희망고문이 아니라 믿음의 힘이라고 나는 힘주어 강조다.


나는 그 청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계속 말했다. 그리고 아주 반복적으로 "너는 좋은 사람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면 신은 너를 사용하실 것이다"라고 두어 번 반복해서 말해주었다.


그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는 나를 "교수님"이라고 부르며 기쁜 마음으로 경청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내 경험을 떠올리며 "네 미소가 주는 느낌은 백만 불짜리이니 어떤 상황에서도 미소를 잃지 말고 당당하게 구직 인터뷰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악수를 청했다.


대화가 깊어지자 그는 자기 부모와 형제들사이에 있는 힘든 일들을 꺼내고 개인적인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와 오래 대화를 하다 보니 비행기가 밴쿠버 공항에 착륙했다.


그날 이후 나는 그 무슬림 청년을 기억하며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일자리를 주시라고 하나님께 기도했다. 기독교인인 내가 무슬림 청년을 위해 기도할 수 있어 감사했다. 사랑은 종교에 구애받지 않는다.


아들뻘 되는 그가 내년에 공부를 마치고 일자리를 찾지 못해 좌절하지 않기를 나는 간절히 기원하고 있다. (혹시 그에게 불이익이 갈까 염려돼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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