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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달 Jul 26. 2022

[영화 리뷰] 피에타

자본주의 속 가족의 의미

영화: 피에타

감독: 김기덕

개봉: 2012.09.06.



  나는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앞으로 볼 생각도 없었지만 대학생 때 들은 영화 관련 수업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많이 다뤘고, 그중에서 피에타를 흥미롭게 봤던 게 생각나서 다시 찾아보게 되었다.


  내가 영화의 초반부에서 든 생각은 ‘돈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었고, 영화의 후반부에서 든 생각은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이었다. 우선 이 영화의 주인공인 ‘강도’는 저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까 싶을 정도로 희망이 없고, 사람의 진심이 통하지 않는 잔인한 사람이다.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 사람들의 생계를 짓밟아버리고, 그 가족에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강도는 돈을 위해서라면 불 속에도 뛰어들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부유하게 사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고, 채무자 가족들에게 저주를 받는 악이 가득한 삶을 살고 있다.

  처음에는 강도의 삶이 피폐해진 원인이 돈에 대한 집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칭 강도의 엄마라고 주장하는 ‘미선’이 나타나고, 지켜야 할 가족이 생긴 강도는 더 이상 남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토록 잔인했던 모습은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미선에게 의지하며 보통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낄 수 있게 된다. 강도가 잔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던 이유는 돈이 아니라 사랑의 가치를 알려줄 수 있는 가족의 부재였던 것 같다. 처음에 미선이 자신의 엄마라고 주장할 때는 의심하며 배척했지만, 결국 완전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강도가 느끼고 있던 외로움과 공허함은 표현할 수 없이 컸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런 감정조차 느껴지지 않는 잔인한 삶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서 처음 본 엄마를 쉽게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강도는 자신을 버린 가족들을 원망하기보다 그리워한 게 아닐까 싶다. 강도는 마음속 깊은 곳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었지만, 오지 않을 걸 알기에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다가 모든 감정을 잃어버린 것 같다.



     

  이 영화의 결말을 이야기하면, 미선은 자기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강도에게 복수하기 위해 강도의 삶 들어온 사람이다. 강도가 미선을 가족으로 받아들였을 때, 가장 고통스럽고 슬픈 감정을 느끼게 하기 위해 자신이 강도의 엄마라고 거짓말한 것이다. 미선의 친아들은 강도에게 돈을 빌렸지만, 갚을 능력이 없어 협박에 시달리다가 결국 자살다. 가족을 잃은 고통으로 강도에게 복수하는 미선, 그리고 미선을 통해 엄마의 사랑을 느끼고 변화된 강도. 이 상황은 둘 모두에게 잔인하다.

  모든 문제의 시작은 돈이었다. 돈 때문에 사채를 쓰고 죽는 채무자들,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지만 막상 돈에 대한 집착은 보이지 않는 강도. 강도는 돈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받아내지만, 많은 돈을 소유하고 싶던 게 아니라 그저 자기가 해야 할 일로만 생각했던 거 같다. 강도의 삶은 오직 돈을 위한 삶, 그 자체였다. 그런 강도에게 미선은 돈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가치를 알게 해 준 사람이었다. 둘이 함께한 시간은 짧았지만, 강도에게는 이전의 삶보다 미선과 함께한 그 짧은 시간이 더 가치 있는 삶이 아니었을까 싶다.

  강도에게 가족이란 무엇이었을까? 강도에게 가족은 자신을 시궁창 같은 삶에서 구원해줄 수 있는 한 줄기 희망이었던 것 같다. 마지막에는 결국 강도와 미선 둘 다 죽게 되지만 복수에 성공한 미선과 그 사실을 모두 알게 된 강도 모두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었다. 강도는 미선을 통해 엄마의 사랑을 느꼈고, 미선은 가족의 복수를 했다. 하지만 동시에 강도는 다시 더 고통스럽게 가족의 부재를 경험하게 되었고, 미선은 강도에게 동정심을 느끼며 힘들어한다.


  다른 이야기지만, 영화에서는 강도의 입장을 변호해주듯이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강도에게 동정심을 갖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강도가 미선을 만나기 전에는 채무자들과 그 가족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준 것은 확실한 잘못이다. 영화는 사람들에게 매우 큰 영향력을 끼친다. 아름다운 영화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영화 속 범죄를 모방해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 영화를 보면 강도에 대한 동정심이 들기도 하지만, 가해자인 강도에 감정 이입해서 이해하고 동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강도와 미선의 마음은 어땠을지 궁금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질문이 생겼다.

1. 마지막에 미선은 강도를 용서했을까?

2. 미선이 정성껏 뜨던 니트가 자기가 괴롭혔던 채무자의 시체에 입혀져 있을 때 후회하고 반성했을까?

3. 강도가 죽을 때 채무자의 트럭에 몸을 달고 죽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렇듯 피에타는 한 장면도 여러 시선으로 볼 수 있고, 강도와 미선의 생각과 감정을 예상하며 볼 수 있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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