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사는 심정으로 中
또 어쩌면 참 좋아 보이던 것들, 화려해 보이던 것들은 전부 사라지겠지.
그것들이 한순간 무의미해지는 날이 올 거야.
그럴 때면 이 푸른 어항 속 가장 밑바닥엔
눈여겨보지 않았던 조용하고 잔잔한 존재들만이 남아.
이 세상을 흑백사진으로 담는다면,
그제야 티끌 하나 없이 맑고 현명한 눈으로
사랑받아 마땅한 것들을 바라볼 수 있는 걸까.
오묘하고 신비로운 이끌림은
순식간에 스며들기 마련이라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린 매사에 참 어리석지.
가냘픈 두 손에 꼭 쥔 진주알과 보석들을 놓지 못하는 건 어떤 이유에서 일까.
그것들을 움켜쥐느라 놓쳤던
소중한 이들의 손은
먼 훗날의 후회와 미련이 될 텐데.
마침내 떠나간 후에야 우린
그 진주알들이 사실은 가짜였음을 깨닫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자신을 자책할 게 뻔하잖아.
그러니 이제는 모두가 시선에 사로잡힌 채 살아가지 않기를,
끊임없이 유혹해 오는 색채들에 동요되지 않기를.
그댈 감싸고도는 휘황찬란한 빛들에 눈이 부시더라도
비로소 흔들리지 않는 당신이 되기를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