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가자≫ (장류진, 2021)
지난 시간,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라는 작품의 일부를 발췌해 문장을 형태소 단위로 구분해보았다. 이때 구체적인 대상이나 동작, 상태를 표시하는 실질 형태소와 실질 형태소에 붙어 주로 말과 말 사이의 관계를 표시하는 형식 형태소로의 구분이 다소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럼, 뜻을 잘 모를 때 더 시적이란 말입니까? 오역이 의미를 그럴듯하게 만들어주는 건 계시종교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질 형태소(어휘 형태소):
그럼(부사), 뜻(명사), 잘(부사), 모르다(동사), 때(명사), 더(부사), 시적(명사), 말(명사),
오역(명사), 의미(명사), 그럴듯하다(형용사), -게 만들다(보조 동사), -어 주다(보조 동사), 것(명사), 계시종교(대명사), 가능하다(형용사), 생각하다(동사)
형식 형태소(문법 형태소):
을(목적격 조사), 모르다 + 관형사형 어미 ㄹ, 이란(보조사), 이다 + -ㅂ니까 종결어미,
이(주격 조사), 를(목적격 조사), 는(보조사), 은(보조사), 에서(부사격 조사), 만(보조사), 고(인용격 조사), -았- (-였-)+ -다, 만(조사)
어렵게 느껴진 이유는 단어를 기능, 형태, 의미에 따라 나눈 갈래인 품사의 종류를 잘 알고 있지 못해서다. 품사는 크게 체언, 관계언, 용언, 수식언, 독립언으로 나눌 수 있고 오늘은 품사 중 체언(體言)을 살펴보려 한다.
이 체언은 다시 명사, 대명사, 수사로 나뉘는데 이는 구체적인 대상이나 동작, 상태를 나타내기에 실질 형태소로 분류된다. 앞서 살펴본 실질 형태소에서 체언은 다음과 같다.
체언:
뜻(명사), 때(명사), 시적(명사), 말(명사), 오역(명사), 의미(명사), 것(명사), 계시종교(대명사)
명사는 다시 고유 명사, 보통 명사, 자립 명사, 의존 명사 등으로 구분되지만 굳이 더 세분화하여 살펴볼 필요는 없으므로 앞의 예시에서 살펴보지 못한 수사에 대해서만 추가로 알아보자. 수사는 사물의 수량이나 순서를 나타내는 품사로 양수사와 서수사가 있다.
양수사: 수량을 셀 때 쓰는 수사. 하나, 둘, 셋 따위다.
서수사: 순서를 나타내는 수사. 첫째, 둘째, 셋째 따위의 고유어 계통과 제일, 제이, 제삼 따위의 한자어 계통이 있다.
체언의 정의와 종류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이제 다른 문학 작품 속에서도 체언을 찾아볼 것이다. 다음은 출판사 창비에서 출간된 현대문학 ≪달까지 가자≫의 일부다. 제과 업계 톱으로 꼽히는 대기업 마론제과에서 평가도 그저 그렇게 받는 비공채 출신 3인 중 은상 언니에 대해 소개하는 부분이다. 다음 내용에서 체언, 즉 명사, 대명사, 수사를 찾아보자.
은상 언니는 내 친구 중에 가장 돈을 밝히는 사람이다. 밝힌다는 표현이 좀…… 그런가? 돈독이 올랐다고 한 정도는 아니니까 괜찮지 않나? 좀 다른 말로 바꿔봐야겠다. 은상 언니는 경제적인 인간이다. 이윤욕이 강하다. 다시 말해 이익을 추구한다. 매사에 금전적으로 유리한 선택을 하고 싶어한다…… 뭔가 부족하게 여겨진다. 그래, 어쩌면 이 말이 가장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은상 언니는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명사: 언니, 친구, 중, 돈, 사람, 표현, 돈독, 정도, 말, 경제적, 인간, 이윤욕, 이익, 추구, 매사, 금전적, 유리, 선택, 부족
대명사: 은상
한 명, 두 명, 한 개, 두 개, 첫 번째, 두 번째 등에서의 수나 양을 나타내는 표현(한, 두, 첫)은 명, 개, 번째라는 의존 명사를 꾸미는 수관형사이기에 수사의 적절한 예시를 찾기 힘들었다. 따라서 기분 좋은 다음 장면에서 살짝 보고 넘어가도록 하자.
나는 핫도그 가게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빠르게 외쳤다.
"감자핫도그랑 체다치즈핫도그랑 고구마치즈핫도그 하나씩 주세요."
이제, 내가 너무나 듣고 싶었던 그 말이 들려올 차례였다.
"셋 다 설탕에 굴려드릴까요?"
나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네, 설탕 많이요."
앞선 설명에서 띄어쓰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못 하다'에 밑줄을 그어두었다. 이는 실수가 아니라 두 표현에 대해 어떻게 구분하는지 언급하기 위해서였다.
우선, '못하다'는 '잘하다'의 반대 의미다.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능력이 없음을 나타내며 표준국어대사전에 한 단어로 등재되어 있다. 하지만 '못 하다'로 띄어 쓰게 되면 능력과는 별개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뜻한다. 즉, 같은 문장이어도 띄어쓰기에 따라 다음과 같이 의미가 다르다.
죄송해요, 지금은 못해요. : 예전에는 잘했지만 지금은 실력이 떨어져 예전만큼 못하다. 잘하지 못하다.
죄송해요, 지금은 못 해요. : 지금 상황이 안 돼서 하지 못 하다.
(출처: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qna_seq=241280&pageIndex=1)
따라서 앞서 설명에서 밑줄 그어둔 부분은 '못하다'로 붙여 쓰는 것이 맞다.
어렵게 느껴진 이유는 단어를 기능, 형태, 의미에 따라 나눈 갈래인 품사의 종류를 잘 알고 있지 못해서다.
더 세분화하여 살펴볼 필요는 없으므로 앞의 예시에서 살펴보지 못한 수사에 대해서만 추가로 알아보자.
늘 고전과 현대문학의 감상 비율을 적당히 조절하려고는 하나, 어느 분야에서든 굉장한 근본충(..)이기에 뿌리가 부족하다 느끼면 불안해서 고전을 더 많이 읽게 된다. 이번엔 알라딘에 들렀다가 오랜만에 현대문학 작품을 들었다. 인사고과나 1인가구의 이사, 월급, 월세, 비트코인 등 가까이서 직접 접하는 이야기를 글로 보니 확실히 공감이 되고 술술 읽힌다. 과하게 이야기하면 내 이야기인 것 마냥 현장감이 느껴진다. 오랜만에 잘 읽히는 도서를 읽고 브런치 글감으로도 활용하니 꽤나 흐뭇하다.
오늘부터 고등학교 동창 N이 개설한 네이버 밴드에서 함께 독서 미션을 수행하기로 했는데, 그 숙제까지 완료다. 살짝 아쉽지만, 글을 보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기에 내일을 위해 이만 끝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