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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최양 Dec 19. 2023

격 조사, 접속 조사, 보조사: 관계언

≪오늘을 잡아라 Seize the Day≫ (솔 벨로, 1956)

정말 오랜만에 <문학 글귀로 보는 말의 법칙>을 이어서 써보려고 한다. 그간 한겨레교육에서 주관하는 박문수 편집자님의 <에디터를 위한 교정교열 실무>와 서울북인스티튜트(Seoul Book Institute, SBI)에서 주관하는 책세상 최양순 주간님의 <[교정Lv.2] 교정 과정의 이해>를 모두 수료했다. '편집 교육' 하면 가장 권위 있는 두 곳에서 진행한 주요 강의여서 수료할 수 있었다는 건 행운이었다.


좋은 아이템을 빠르게 채와야 하는 기획 중심의 IT 출판사에서 외부로 미팅을 다니며 주 3일 수업까지 듣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박문수 편집자님의 한글 문법 철칙과 최양순 주간님의 실무 편집 노하우를 모두 배울 수 있어서 뜻깊었다. 뭐, 브런치에 열을 다하지 못한 핑계 아닌 핑계를 주절대봤다.


아무튼. 글쓰기는 제대로 못 했지만 문학동네 앰버서더로 선정되어 읽기는 꾸준히 할 수밖에 없었는데, 가장 최근 완독한 솔 벨로의 ≪오늘을 잡아라 Seize the Day≫ 일부와 함께 문장에 쓰인 단어 사이 관계를 나타내는 조사들의 통칭인 관계언(關係言)을 살펴보려고 한다. 관계언은 1. 격 조사, 2. 접속 조사, 3. 보조사로 나뉜다.



여동생 캐서린도 윌헬름처럼 몸집 크고 금발었다. 나이 마흔인데 아직도 화가 되겠다는 야망 버리지 못했다. 그녀는 매우 열심히 노력했지만 뉴욕만 해도 붓 물감 만지는 사람 5만 명은 넘을 텐데 사실상 저마다 저 잘난 맛 산다. 뉴욕은 미술계 바벨탑 다름없다.


1. 격조사

체언이나 체언 구실을 하는 말 뒤에 붙어 앞말이 다른 말에 대하여 일정한 자격을 나타낸다.

주격 조사, 서술격 조사, 목적격 조사, 보격 조사, 관형격 조사, 부사격 조사


2. 접속 조사

둘 이상의 단어나 구 따위를 같은 자격으로 이어주는 구실을 한다.

와/과, 하고, (이)나, (이)랑


3. 보조사

체언, 부사, 활용 어미 따위에 붙어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더해준다.

캐서린, 그녀, 뉴욕, 5만 명, 저마다, 뉴욕


※ 크, 마흔인 등은 단순히 용언의 어간 뒤에 붙는 어미이다.




붙여 쓰는 게 맞는 '없다'


발췌한 글귀에서 '다름없다'만 글씨체를 다르게 하고 밑줄을 그어 포인트를 주었다. '없다'의 띄어쓰기에 대해 알아보기 위함이다.


'없다'는 형용사이자 한 단어로, 분리하여 자립적으로 쓸 수 있는 말이기에 앞 말에 띄어쓰는 것이 맞다. 하지만 몇몇 '없다'를 포함하는 표현이 표준국어대사전에 그 자체로 '한 단어로' 등재되어 있기 때문에 무조건 붙여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은 그 예이다.


다름없다, 재미없다, 틀림없다, 상관없다, 어이없다, 터무니없다, 어처구니없다, 정신없다, 염치없다, 보잘것없다, 빈틈없다, 뜬금없다, 두서없다, 쓸모없다, 볼품없다, 관계없다, 꾸밈없다, 변함없다, 문제없다, 온데간데없다, 아낌없다, 밥맛없다, 막힘없다, 오줄없다, 싹수없다, 인정사정없다, 할일없다, 두말없다 등


살피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없다'를 포함해 한 단어로 등재되어 있기에 붙여 써야 맞는 표현이 꽤 많아서 놀랐다. 이래서, 우리말은 무조건 사전을 옆에 두고 써야 한다. 당차게 말하자면 이 글도 계몽을 위한 바람을 담고 있는데 이 짧고 얕은, 하지만 올바른 마음에도 오류가 있으리라. 어렵지만 즐겁다.


주절댄 김에 하나 더. 브런치에 글을 남기지 않던 공백 기간 동안 고등학생 시절 2년 간 담임이셨고 입시 원서와 추천서를 모두 도맡아 작성해주셨던 사랑하는 은사님도 만나 뵈었다. 문학 과목 선생님이셨는데 지금은 은퇴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야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교회 월간지를 편집하고 있다고 하셨다. 평일에는 사모님과 아들 둘을 위한 식사도 차리시고 말이다. 존경하던 은사님의 즐겁고 의미 있는 멋진 노후에 감격했다. 어렵지만 즐거운 길을 여전히 나아가고 계신 나의 선생님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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