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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최양 Mar 08. 2024

문제적 격 조사, 보격 조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1866)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지원으로 서울북인스티튜트(Seoul Book Institute, SBI)에서 진행되는 이옥란 대표님의 재직자직무향상과정 <[교정Lv.1] 어문규범과 문법>을 듣고 있다. 그간 쫌쫌따리 혼자 공부하며 문학 작품의 글귀를 예시로 브런치에 <문학 글귀로 보는 말의 법칙> 시리즈를 써내려가고 있었는데, 이제야 문법의 정석을 배우고 있어서 아무래도 이후에 대거 수정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훈련은 두 달 과정인데, 참여할 수 있다니 주어진 환경에 정말, 진심으로 감사하다.


오늘 다룰 요소는 격조사(格助詞)  보격조사(格助詞)다. 이전 시간에 살펴본 것처럼 관계언에 해당하는 조사에는 격조사, 접속조사, 보조사가 있는데 그중 격조사에 속하는 보격조사가 다소 문제적이다. 비슷한 용어들이 나열되어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들의 관계를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관계언 ⊃ 조사 ⊃ 격조사 ⊃ 보격조사



사실, 지난 시간에 솔벨로의 ≪오늘을 잡아라 Seize the Day≫ 한 구절을 예시로 관계언에 대해 한 차례 살펴보았다.


주격 조사서술격 조사목적격 조사보격 조사관형격 조사부사격 조사


여동생 캐서린도 윌헬름처럼 몸집 크고 금발이었다. 나이 마흔인데 아직도 화가 되겠다는 야망 버리지 못했다. 그녀는 매우 열심히 노력했지만 뉴욕만 해도 붓 물감 만지는 사람 5만 명은 넘을 텐데 사실상 저마다 저 잘난 맛 산다. 뉴욕은 미술계 바벨탑 다름없다.


초록색으로 하이라이팅한 부분이 보격 조사인데, 다시 떠올려 보니 그때도 구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보격 조사는 무겁게 생각할 요소는 아니지만, 알고 지나가는 것과 모른 상태로 주의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으니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다음은 앞서 예시로 살펴본 구절 중 보격 조사를 포함하는 문장이다.


(캐서린은) 나이가 마흔인데 아직도 화가가 되겠다는 야망을 버리지 못했다.



보격 조사를 알아보려면, 우선 문장을 단어 단위로 쪼개고 품사로 나눌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위 문장을 단어 단위로 나누어 9품사로 분류해보자. 


캐서린    명사    고유명사

은          조사    보조사

나이       명사    보통명사

가          조사    격조사    주격 조사

마흔       수사

인데       '이다' 서술격 조사 어간 + '-ㄴ데' 어미

아직       부사

도          조사    보조사

화가       명사    보통명사

가          조사    격조사    주격 조사?

되겠다    동사    자동사                 

는          조사    보조사

야망       명사    보통명사

을          조사    격조사    목적격 조사  

버리지    동사    본동사

못          부사

했다       동사    보조동사


이처럼, '화가가 되겠다'는 관형절은 '화가가'라는 명사구와 '되겠다'는 동사구로 나뉘고, '화가가'의 조사를 격조사로, '되겠다'는 자동사로 구분하면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명확히 보면, '화가가 되겠다'는 주어와 서술어만으로 뜻이 완전하지 못한 문장이다. 생략된 주어 '캐서린 자신이'가 덧붙여져야 완전해지며 '화가가 되겠다'에서 '화가가'는 오히려 불완전한 곳을 보충하여 뜻을 완전하게 해주기에 '보어' 역할을 한다. 따라서 '화가가'의 조사 '가'는 '보격 조사'가 되는 것이다. 참고로, 보격 조사를 ‘되다’, ‘아니다’ 앞에 조사 ‘이’, ‘가’를 취하여 나타나는 문장 성분이라 정의한다면 더 쉽게 기계적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장에서 보어 역할을 하는 문장 성분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보격 조사를 기계적으로 구별하는 방법까지 알아보았으니 이번에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일부를 발췌해 문장 성분을 구분해보자.



그리고 자기가 아는 아이들 중 돼지가 되면 썩 어울릴 아이들을 생각하며 (중략) 중얼거리다가, 몇 야드 떨어진 나뭇가지에 체셔 고양이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앨리스는) 자기가 아는 아이들 중 돼지가 되면 썩 어울릴 아이들을 생각하며 (중략) 중얼거리다가, 몇 야드 떨어진 나뭇가지에 체셔 고양이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부사       접속부사

앨리스             명사       고유명사

는                   조사       보조사

자기                대명사    인칭대명사    3인칭대명사

가                   조사       격조사         서술격 조사

아는                동사

아이들             명사       보통명사

중                   명사       보통명사      의존명사

돼지                명사       보통명사

가                   조사       격조사         보격 조사

되면                동사

썩                   부사

어울릴             동사

아이들             명사       보통명사

을                   조사       격조사        목적격 조사

생각하며          동사       본동사

중얼거리다가    동사        보조동사

몇                  관형사     수관형사

야드               명사        의존명사

떨어진            동사

나뭇가지         명사        보통명사

에                  조사        격조사       부사격 조사

체셔               명사        보통명사

고양이            명사        보통명사

가                  조사        격조사       주격 조사

앉아               동사        본동사

있는               동사        보조동사

것                  명사        의존명사

을                  조사        격조사       목적격 조사

보고               동사        본동사

깜짝               부사

놀랐다            동사        보조동사




이전보다 문장 분석이 명확해진 건 사실이나, 오늘도 오류가 있으면 어쩌지 걱정이 된다. 날카로운 피드백은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니 언제든 환영이다. 그래도 확실히 공부를 하니, 다루고 싶은 주제가 굉장히 많아졌다. 조사 선택과 뉘앙스의 관계, 연결어미, 의존명사, 통사적 형태소(어간-어미) 분석 등 독서하며 예문을 찾아 정리할 예정이다. 책도 꽤나 읽고 있어서 기록이 독서와 공부의 양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스스로도 의외의 순간이다. 

+) 오늘은 오후 반차를 쓰고 집에 왔는데 저자님과 중요하게 논의할 부분이 있어서 저녁 8시가 되어서야 개인 시간이 생겼다. 이토록 반차가 아까운 날이 또 있을까. 신간을 준비하느라, 공부하느라, 개인적인 시간도 애써서 누리려 노력하느라 정말 바쁘기도, 기쁘기도, 쉬고 싶기도 한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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