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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젊은최양 Dec 21. 2023

문학동네 독파 미션, ≪만년양식집≫

화해로 가는 통로의 글


미션 1. ≪만년양식집≫을 완독챌린지 도서로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을 이전에 읽어본 적이 있나요?

일본 문학은 미우라 아야코의 ≪속빙점≫을 읽은 후 정말 오랜만입니다.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은 처음인데 <스즈메의 문단속>과 최근 몇 가지 이슈들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미션 2. 첫 번째 챕터 '화두'에서는 '만년양식집'이라는 제목이 붙게 된 경위가 등장하는데요, 처음 이 제목을 접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으셨나요? 또 어떤 내용이 펼쳐지리라 기대했나요?

제목만으로는 대대손손 가정 속 유기적인 인물들 사이 따뜻한 이야기를 떠올렸습니다만, 저의 예측은 일정 부분 맞고도 틀렸습니다. 오에 겐자부로를 이미 알고 있었더라면 어쩌면 예상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름에서 오는 당혹스러움과 설명 없이 서술하고 한참 후에야 그 인물에 대해, 그 사건에 대해 파악하도록 하는 흐름에 이야기의 인물들과 함께 녹아드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무런 설명 없이 서술된 후 이후 안내하는 방식 때문에 쉽게 읽히지는 않았지만, 참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미션 3. 대지진과 원전 사고 소식에 충격을 받은 주인공 코기토의 반응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불안한 소식과 실제적인 결과는 마키에게는 심리적 스트레스를 강하게 받는 경향으로, 아카리에게는 지진이라는 단어에 극도로 민감해진 상태로 나타났고, 화자에게는 가족, 그중에서도 자식들을 놓지 못하는 태도로 드러납니다.

포항에서 보낸 학부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국내에서는 드문 규모의 큰 지진을 두 번 겪었습니다. 그 기억만으로도 더 큰 사태라면 얼마나 뇌리에서 떠나지 않게 될는지 알 듯합니다. 내가 끼친 피해가 아님에도 남을 향한 미안하고 죄스런 그 마음까지도 말입니다.


미션 4. 아버지 코기토 곁을 떠나 독립생활을 하게 된 딸 마키와 아들 아카리. 이 남매는 왜 아버지에게 억압을 받고 있다고 느꼈을까요?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자신 대신 당신의 다른 프레임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고, 핵심을 꿰뚫는 옳은 방향이 아닌 위험을 피해 가려는 태도가 억압받고 있다는 느낌을 강화했을 것입니다.


미션 5. 기 주니어의 인터뷰에 응하면서 코기토는 기 형, 하나와 고로 등 앞서 세상을 떠난 이들을 본격적으로 떠올립니다. 이렇게 망자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는 작업이 그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늙은 아버지 코기토에게는 그들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자신에 대한 이해이자 자신과의 화해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현실과 픽션을 넘나드는, 그리고 화자와 그의 그녀들이 주고받는 마지막 소설을 통해 오에 겐자부로는 관계를 떠올리고 기억을 되새기며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과 화해했으리라.

소설만큼 옮긴이의 해설이 와닿았다. 역자 박유하 님은 저자의 초기 작품부터 삶의 마지막 작품까지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쏟았고 그의 사적인 모습까지도 눈에 담았던 분이다. 그렇기에 이만큼 좋은 번역 도서와 해설을 우리에게 선물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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