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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Z해 Aug 31. 2022

버카충 같은 20대 정치학

지금으로부터 거의 15년 전 ‘버카충’이란 말이 유행한 적 있었다. 버카충은 버스 카드 충전을 줄인 신조어다. 성인들은 대다수 후불 결제가 가능한 교통카드를 활용하기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을 위해 요금을 충전할 필요가 있는 미성년자들이 주로 쓴다고 알려졌다. 정작 미성년자들은 버카충이란 말을 사용한 적도 사용할 일도 없었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나도 교통카드를 충전해 사용했지만, 주변에서 버카충이란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어린 사람들이 주로 쓴다고 알려졌지만 정작 어린 사람들은 사용한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단어. 나는 버카충을 그런 의미로 사용한다.    

 

15년이 지난 오늘날 정치계에서도 버카충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발화점은 2021년 재보궐선거다. 두 자치단체장이 성비위 사고로 물러나며 새로운 인물을 뽑던 선거. 당시 20대는 어느 연령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투표 성향을 보여줬다.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자는 60~70대 이상 노년층보다도 높은 비율로 보수정당 후보에게 몰표를 줬다. 20대 여자는 거대 양당 후보에게 고루고루 투표했지만 군소정당 여성후보에게 15%를 투표했다. 20대에게 기존 선거에선 찾아볼 수 없던 기이한 결과가 나타났다. 선거 결과가 나오자마자 언론은 호들갑을 떨었다. ‘이대남’ ‘이대녀’는 선거결과를 가르는 새로운 캐스팅보드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치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 정치에 관심가지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옳은 방향으로 전달되고 있을까? 언론과 정치권은 여전히 자신이 속하지 않은 세대를 섣부른 추측으로 오판한다. 언론이 주로 인용하는 청년의 목소리는 커뮤니티 사이트처럼 목소리 큰 소수의 목소리로 쏠린다. 그 결과 언론은 20대 남자는 보수적, 20대 여자는 진보적이라는 1차원적 분석에 그치며 진정한 20대를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20대를 대변할 정치인들도 정치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내기 어렵다. 각각 20대 남자와 20대 여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이준석과 박지현이 당을 대표하는 자리에 선임되며 떠올랐지만, 둘 모두 상대 정당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정당에게도 거센 견제를 받으며 추락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 두 차례에 걸친 대형선거가 끝난 후 둘은 토사구팽 되고 있다. 지방선거 도전에 나선 20대 정치인들은 공천 과정에서 자질을 의심하는 정치인들, 선거 과정에서 능력을 의심하는 유권자에게 외면당하며 공직자로 선출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Z세대 트렌드를 분석하는 책은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Z세대의 정치 이념을 분석하는 책은 드물다. 3년 전 천관율 기자가 출판한 ‘20대 남자’와 시사in에서 낸 ‘20대 여자’ 두 책이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나마 두 책도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결과를 해석하는 것에 그친다. 실제로 인터뷰를 통해 20대, Z세대의 목소리를 듣는 내용은 없다. 우리는 20대 대학생들과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정치 이념을 갖게 된 계기, 각도를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그들의 입에서 왜, 어떻게,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내는 게 이 책의 목표다. 이 책을 통해 정치권을 향한 20대들의 목소리가 직관적으로 다가가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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