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는 대학생의 집밥일기
나는 오후 5시간만 일하는 인턴 3개월 차.
어제는 일찍 퇴근했다.
오전 회의가 있어 9시에 출근, 끝마치고 퇴근하니 3시쯤.
집에 들어가며 계란과 당근을 샀다.
일찍 퇴근하니 저녁 준비 시간이 여유롭다. 오랜만에 반찬을 만들어볼까 하여 고민하다 계란말이와 어묵볶음을 만들기로 하였다. 어묵은 집에 있고, 필요한 재료인 계란과 당근만 사들고 집에 들어갔다. 채소가게에서 다른 것들도 살까 고민했지만 이번주와 다음 주는 연말 약속들이 있으니 대부분 사 먹을 것 같아 사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니 4시가 넘었다. 아직도 시간이 여유로워 빨래를 돌렸다. 빨래를 얼마 만에 돌리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왜 빨래하는 게 귀찮을까? 화장실 청소와 빨래, 이 두 가지가 집안일 중에서 제일 귀찮다. 시간을 보니 5시. 이제 슬슬 밥을 준비해야 된다.
내 멋대로 어묵볶음 만들기
1) 어묵을 데친다.
2) 양파, 당근, 어묵을 취향대로 자른다.
3)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마늘을 넣는다.
4) 마늘향이 나면 어묵, 당근, 양파 투하
5) 간장, 맛술, 올리고당을 조금씩 넣으며 간을 본다.
어묵볶음을 완성하고, 계란말이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 멋대로 계란말이 만들기
1) 당근, 양파를 마음대로 자른다.
2) 자른 당근과 양파에 계란을 깨고 섞는다.
3)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섞어둔 계란물을 3분의 1 정도 붓는다.
4) 밑이 익어가면 타이밍을 봐가면서 돌돌 말아준다.
5) 나머지 계란물을 두 번에 나누어 넣어준다.
6) 계속 돌돌 만다.
계란말이를 만들면서 깨달은 생각, '아, 밥을 안 했다.'
미리 불려둔 쌀을 밥통에 넣고 버튼을 눌렀다.
계란말이를 다 말고 이리저리 눌러가며 최대한 네모난 모양으로 만들었다. 계란말이가 잘 썰어지도록 계란말이를 도마 위에서 식혔다. 계란말이가 식는 동안 밥도 완성이 되어 밥 냄새가 자취방에 퍼졌다.
밥냄새가 난다. 기분이 좋아진다.
계란말이를 식히는 것이 꽤 시간이 걸렸다. 계란말이를 따뜻하게 먹으려고 어묵볶음을 먼저 했는데 식히는 시간을 간과했다. 다음엔 계란말이를 먼저 만들어도 될 것 같다. 드디어 저녁이 준비되었다. 배가 고파 그릇에 얼른 밥을 담았다. 시간을 보니 어느새 6시 30분. 반찬 2개를 하는데 1시간 30분이 걸렸다. 역시, 아직 요리를 엄마처럼 빠르게 척척 해내는 건 힘들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오래 걸리는 요리가 좋다. '시간이 이만큼이나 흘렀어?'라고 생각이 드는 것은 그만큼 집중할 수 있었다는 얘기니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즐기고 있다는 얘기니까.
냉장고에서 김치도 꺼내 어묵볶음 옆에 놓았다. 음식이 최대한 맛있어 보이게 열심히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냈다. 엄마가 조만간 요리공부하러 유학하겠다고 하는 건 아니냐고 웃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요리는 재밌으니까.
밥을 먹고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유튜브를 시청했다. 산책을 가려고 했는데 따뜻한 방에 있으니 나가기가 싫었다. 그렇게 한참 유튜브를 보다가 졸려 10시 30분에 잠이 들어버렸다. 요리까지 한 건 참 좋았는데 유튜브를 보느라 저녁 시간을 다 써버렸다. 이럴 때마다 허무하다. 유튜브를 오래 하면 허무함이 가득하다. 줄이고 싶은데 집에 오면 그게 잘 안 되는 것 같다. 집에 와서 공부를 해보고 싶은데 나에게 공부란 왜 하기 싫은 종목이란 말인가. 그럴 때면 이게 다 입시화된 한국 교육 때문이야! 라며 한풀이를 해본다. 가끔씩 무력해지는 순간이 오면 학교가 나를 무력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학교가 원하는 대로 맞춰지지 않았더라면 스스로 억압받는다고 느끼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도 지나간 건 붙잡을 수 없다. 그냥 나름의 시행착오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틀을 깨기 위해, 부정적 감정이 찾아올 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더 즐거운 나날을 보내기 위해 오늘도 노력한다.
난 앞으로 성장한 일만 남았으니까
세상은 재밌는 거 투성이니까
아이, 재밌어라
살아가는 건 즐거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