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카레와 김치, 콩나물무침

자취하는 대학생의 집밥일기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 좋았던 것은 내가 요리를 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요리를 좋아하던 나는 자취를 통해 요리 실력을 올리고 싶었다. 매일 요리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귀찮을 때도 있을 것이고, 힘들 때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럴 때는 그냥 나가서 사 먹으면 된다. 굳이, 힘든데 요리를 애써 할 필요는 없으니까.

여전히 요리하는 것은 재밌다. 요리를 하기 전, 재료를 구입하고 무엇을 해 먹을까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무척 재밌다. 내 입맛대로 레시피를 바꿀 수 있다는 것도 재밌다. 오늘도 무엇을 먹을까 고민했다. 카레다! 오늘은 카레였다. 감자, 당근, 양파를 준비하고 손질했다. 깍둑썰기를 하고 일본 여행에서 사 온 고형 카레를 풀었다. 썰어놓은 채소도 냄비에 넣고 보글보글 끓였다. 맛있는 카레 냄새가 올라온다. 이대로 먹을까 하다 남아있는 가지도 몇 조각 넣었다. 가지는 구워서 먹을까 하다 귀찮아서 냄비에 같이 끓였다. (이건 잘못된 선택이었다. 가지를 같이 끓였더니 가지가 너무 흐물거렸다…) 미리 불려놓은 쌀을 전기밥솥에 얹혔다. 카레 냄새가 작은 자취방 안에 진동하며 밥내음도 같이 풍겼다. 이런 냄새들이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었다. 밥이 다 되자 주걱으로 밥을 담았다. 완성된 카레도 국자로 펐다. 집에서 가져온 김치와 내가 만든 콩나물무침도 조금 꺼내 담았다. 정성스럽게 세팅을 하고 사진을 찍어 엄마에게 보냈다.

어렸을 때는 카레를 싫어했다. 짜장이냐, 카레냐 했을 때 무조건 짜장의 편을 들었다. 카레는 감히 짜장을 넘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때의 나는 카레라곤 오뚜기 카레밖에 먹어보지 못했다. 카레를 좋아하는 사람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카레를 좋아하기 시작한 것은 일본 카레를 맛보고 나서였다. 달짝지근한 일본 카레는 노오란 오뚜기 카레밖에 모르던 나에게 환상적이었다. 카레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니! 그때부터 카레도 좋아졌다. 특히, 일본 카레라면 더더욱 좋아한다. 앞으로는 일본 카레 종류를 모두 먹어보고 싶다. 어떤 카레가 제일 맛있을까? 다음에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카레를 해 먹어야겠다.

오늘도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