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는 대학생이 즐겁게 사는 방법
자취를 한지 반 년이 다 되어간다. 자취를 정신없이 시작하며 나의 생활패턴이 엉망인 상태에서 혼자 모든 걸 다 해내야하다보니 힘들었다. 특히, 이번 여름에는 번아웃이 오고 체력도 낮아지며 내 정신건강 상태가 많이 흔들렸었다. 만성 위염이 찾아보고, 생리불순이 왔다. 몸이 힘들면 정신도 힘들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우울한 나날들을 보낸 탓인지, 아님 학교에 질린 탓인지 방학이 끝나도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리고 휴학을 했다.
사실 휴학을 하고나서도 힘들었다. 어쩌면 휴학을 해서 더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갈 곳 없이 작은 원룸에 가만히 있으니 몸도 마음도 더 쳐졌다. 그렇게 7월부터 시작해 9월까지 처절한 시간들을 보냈다. 내 마음을 돌아보려고 노력하고, 습관을 고치려고 노력했다. 만성 위염에 시달리던 내 몸을 바꾸고 싶었다. 건강했던 사람이 건강을 신경쓰지 않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깨달았다. 나는 건강한 생활을 해서 건강한 사람이었지 선천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느리게, 느리게 내 몸은 돌아오고 있다. 여전히 나는 내 위장과 사투 중이다. 내과도 가보고, 한의원도 가봤지만 이건 약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습관을 고치고 내가 노력해야 할 문제였다. 지금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위가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서 걷기로 했다. 오전 내내 좁은 방 안에 있는 것은 나에게 무척 안 좋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나가기 귀찮아 안 나갔던 적도 많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급하게 생각하지 않았고 이러다보면 언젠간 나가고 싶어지겠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아침에 나가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몸소 느꼈던 나는 점점 아침에 나가는 것이 귀찮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저번주, 2023년 11월 13일 월요일. 러닝을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서 달렸다.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는 것이 귀찮지 않으니 조금씩 달리기 시작했다. 3km를 달렸다. 걷고 뛰고를 반복하고 아침 풍경을 바라봤다. 학교에 가는 사람들, 출근하는 사람들, 가게를 여는 사람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좋았고 아침 바람을 맞이하는 것이 좋았다. 일주일이 지나니 이제 더이상 아침 달리기는 '해야 된다'가 아닌 '하고 싶다'로 바뀌었다. 일어나서 아무 생각 없이 주섬주섬 옷을 입는 내가 되었다. 그렇게 5일을 달리고 이틀을 쉬었다. 딱히 '쉬자'라는 마음을 먹어서 쉰 것이 아니고 주말에는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주가 되었고 아침에 시간이 생기자 나는 또 나가서 달렸다. 그런데 웬걸, 저번주까지는 20초를 달리면 힘이 들어 걸었는데 이번주는 2km를 쉼없이 달릴 수 있게 되었다. 너무 놀랐다. 이렇게까지 빨리 체력이 늘었다고? 이렇게 쭉 달려도 힘들지 않았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휴식을 통해서 내 체력이 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생각해보니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기분이 쳐지는 일도, 화가나는 일도 사라졌다. 미친듯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아닌데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졌다는 것과 삶이 생동적이어졌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아, 달리기가 이렇게 정신건강에 좋구나. 이렇게 나는 다시 운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의 건강했던 나의 체력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달리기에 힘입어 12월달은 요가를 신청했다. 근처 문화센터에서 수영을 배우려고 했지만 수강신청에 실패하는 바람에 아쉽게 수영을 하지 못했다. 수영 대신 다른 거라도 해봐야지 생각하다 요가를 골랐다. 나는 심장이 뛰는 운동이 하고 싶었는데 자세교정을 위해 요가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아침에 운동할 수 있는 건 요가밖에 없었다. 아침에 운동하고 싶었던 나는 요가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벌써 2023년이 끝나간다. 올해는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이다.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변화가 많았다. 회사 취업 생각이 없었던 내가 회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자취를 시작했고, 체력이 처음으로 떨어져보기도 했으며 체력과 면역력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기도 했다. 올해, 여름이 나에게 힘든 해였지만 그만큼 내가 또 성장하고 있다. 내가 굳건히 믿고 있던 것들이, 23년 동안 똑같이 유지해왔던 것들이 달라지며 아, 내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 철썩같이 믿고 있었던 것들이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2017년이 나의 첫번째 터닝포인트였다면 2023년도 삶의 태도를 다시 돌아보게 해주는 해였다.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게 되었고 그들과의 관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이렇게 변화하며 나는 한 뼘 성장하고 있는 중이다.
나의 목표는 결국 즐겁게 사는 것. 즐겁게 살면 장땡이다. 나는 즐겁게 살 것이다. 그리고 내가 즐겁게 살기 위해선 내 주변 사람들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러니 여러분, 즐겁게 사세요. 제가 즐겁게 살아야 하거든요.
우리 모두 재밌게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