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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닥 Nov 14. 2022

우리는 모두 아프다.

창문

내가 사는 집에는 작은 창문이 두 개 있다. 내 몸뚱이 하나 비집고 나갈 수 있을 크기이다. 방충망이 굳건하게 붙어 있으며 작은 창문이 그 마저도 야박하게 빼꼼 열린다. 내 몸뚱이 하나 비집고 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저걸 어떻게 뜯어볼까.


몇 해 전 나는 베란다가 있는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었다. 우리 집은 9층이었고 시원하게 트인 베란다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바로 이 자리에서 저 아래로 내려가 볼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멍하게 서있는데 친구가 전화가 왔다.

“나 베란다에 나와 있는데, 뛰어내릴까 생각했어. 크크크 나 미쳤지?”

“야 얘 진짜 미쳤네. 야 생각도 하지 마. 너희 집 9층. 거기서 뛰어내려도 안 죽어. 아래 화단 있지? 온몸 다 부서지고 엄청 아프게 다치고 죽지 않는대. 생각도 하지 마. 얘 왜 이래. 너 안 죽어. 네가 거기서 왜 뛰어내려.”


아. 엄청 다치고 죽지 않는구나. 아픈 건 무섭다. 난 뛰어내리지 않았다.

두려움이 나를 살렸다.


그리고 오늘 이곳은 15층이다. 여기는 창문이 열리는 각도가 굉장히 야박한 것으로 보아 매우 가능할 것인가 보다. . 그런데 팔에 힘이 하나도 없다. 그리고 너무 귀찮다. 오늘은 게으름이 나를 살린다. 기력도 의지도 없는 주제에 창문 뜯을 생각은 넣어두고 그냥 오늘 하루 지내보자. 지나가 보자.


아. 귀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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