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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닥 Nov 13. 2022

우리는 모두 아프다.

똥 만드는 기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준생의 신분이 길어질 무렵, 서울대를 졸업한 자랑스러운 나의 친구는 너와 나를 이렇게 정의했다.

“너나 나나 우린 똥 만드는 기계야”

나는 내가 잉여의 삶을 살아가는 안타까운 청춘이라고 정의했는데 사실 고급스러운 맛을 낼 신분이 아니었다. 역시 서울대구나. 탁월한 인지력에 맞춤한 멋진 표현에 감탄했다.


 만들던 기계는 취업에 성공하고 자신이 꿈꾸던 , 관계,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원초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만드는 기계였는지는  이상 기억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게 오랜 시간 멋진 커리어를 쌓아가던  사고가 있었다. 마음을 많이 다친  아무것도   없다. 당분간은. 창밖을 바라보다 ‘ 만드는 기계 생각났다. 음이 난다. 그때의 우리는 비록  만드는 기계였어도 신나게 돌아가는  기계였다. 원재료와 공정만  주어지면 무엇이든 만들어   있는 반질반질 기름칠되어 반짝반짝 윤이 나는 아름다운  기계. 사고를 겪고 아무것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지금의 나를  만드는  기계로 정의하지 않겠다. 그간의 사회 경험에 걸맞은 탁월한 인지력으로 ‘ 고르기 시간이라고 내가 아닌 때를 정의하겠다. 살아가다 보니 피할  없는 사고로 날개가 꺾이고 바닥에 내려앉아 그저 숨죽여 회복되기만을 기다려야  때가 오더라.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

죽일 때가 있고 치료할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으며

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

찾을 때가 있고 잃을 때가 있으며 지킬 때가 있고 버릴 때가 있으며

찢을 때가 있고 꿰맬 때가 있으며 잠잠할 때가 있고 말할 때가 있으며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


지혜의 왕 솔로몬의 고백이다. 기한이 있으니 이 또한 지나감을 믿겠다. 그게 언제가 될지 얼마나 오래 걸리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지나감은 확실히 믿겠다. 나는 힘이 없다. 우아를 부리고 고상을 떨 힘도 없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 주길 남아 있는 힘을 모아 무릎 꿇어 싹싹 빈다.

어서 제발 지나가 주길.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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