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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지 Sep 02. 2022

13. 달콤한 디저트를 찾는 어른의 이야기

어른이란 어떤 사람일까, 8월 홈카페 이야기


어른이란 뭘까.

8월엔 유독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나날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즐기는 홈카페는 느긋하게 보내는 맛이 있어 일상을 하나하나 모으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고민을 곱씹어하는 것처럼 홈카페 일상의 지난 사진들도 여러 번 들여다보는 걸 반복해서 우리의 이야기들이 담긴 홈카페 일상을 담은 사진들만 추려 오늘의 글 하나가 탄생되었다.


몽글몽글 했던 지난 홈카페 일상들 돌아보면서

주말을 앞둔 오늘은 고생한 우리를 위로하는 시간 갖기.




멋진 반달 오브제와 달콤한 골드키위


가마가 텅 빈 날 나들이를 다녀오던 날.


반가운 사장님과 안부를 묻고, 맘에 드는 작품들을 담아오면서 우리가 가마가 텅 빈 날의 작품 같은 그릇들을 늘 애정 하신다는 걸 알아주셔서 이쁜 반달 오브제를 선물로 받았었다.


과일이나 디저트를 올려먹기에 딱 좋았던 맘에 드는 오브제.


올여름은 복숭아에 계속 실패하던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날은 그 와중에 단맛을 기대하는 내 마음을 배반하거나 실망시키지 않는 골드키위로 남편과 심심한 입을 달랬던 날이었다.


얼마 전에도 너무나 피곤해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무심히 골드키위를 반 똑 잘라 건네주는데 그 새콤 달콤한 맛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그리고 새겨둬야지 다짐했던 한 가지.


'늘 기억해야지.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은 스쳐 보내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아삭한 오이 토스트 그리고 바질 페스토와 방울토마토가 올라간 바게트로 맞는 아침



소금에 저항할 틈을 주지 않고 절여버린 오이는 화려한 식감을 자랑한다.



쫄깃하고 아삭한 오이의 식감은 단순한 재료이지만 토스트를 먹는 재미를 배로 늘려준다.

담백한가 싶으면 고소하고, 고소한가 싶으면 짭조름하고 구워진 빵이 좀 눅눅해졌나 싶으면 아삭한 오이가 나타나고 그런 변주를 느낄 수 있는 오이 토스트.



그리고 쫄깃한 바게트를 사선으로 길게 잘라 바질 페스토를 올려주고 컬러 방울토마토와 좋아하는 치즈류를 곁들여주면 함께 먹으면 좋을 브런치 메뉴가 쉽게 하나 더 탄생한다.


신선한 재료에는 발사믹 식초를!


나라는 사람은 집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같은 듯 다른 자아를 보이는데 식재료도 그런 것 같다.

기본 식재료는 같은데 어떤 재료와 만나는지, 어떤 조리방법을 썼는지에 따라 너무나도 다른 맛을 낼 수 있으니까.


핑크레몬에이드와 수박히비스커스



남편의 알록달록한 마음이 담겼던 홈카페 어느 날.


'산성이랑 만나면 색이 변한대!' 하면서 과학 실험실에 처음 입장한 호기심 많은 안경잡이 초등학생 같은 모습으로 핑크레몬에이드를 만들던 우리 남편.



그리고 그냥 먹어도 맛있는 수박을 너무 이쁜 음료로 바꿔줬던 수박 히비스커스까지


잔잔한 호수 같은 나에게 액티브하고 경쾌한 바다의 파도를 불어넣어 주는 우리 남편

덕분에 '신기해! 맛있다!' 하면서 시원한 홈카페 하루를 보냈던 날.


안 만들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만든 사람은 없을, 바스크 치즈케이크



처음 시도한 그날의 성공을 시작으로 무한히 만들어보고 있는 바스크 치크케이크.


부드러운 건 물론이고, 촉촉하고 깊은 풍미를 가지는데 만드는 방법은 왜 이렇게 쉬운 건지.

도저히 계속 만들어서 선물해주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이놈의 바스크 치즈케이크라는 녀석.


동생네 부부한테도 꼭 선물해야지 하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오븐을 데울 준비했던 그날이 떠올랐다.



한 장의 사진으로는 다 담아낼 수 없지만 아뿔싸. 이날은 베이킹은 계량이 전부라는 말을 실감했던 날이었다.


바스크 치즈케이크를 계속 성공하니까 신나는 마음에 계량의 중요성을 잊고 그냥 녹차 바스크치즈케이크는 녹차가루만 넣으면 되는 거 아니야? 하는 겁 없는 질문을 던져보았던 것 같다.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어렵고, 두려운 계량. 적. 당. 히라는 계량을 우리 식대로 풀어내어 녹차가루를 세상에나 30g이나 투하했던 녹차 바스크 치즈케이크.


맛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부들부들 마치 계란찜 같던 그 식감과 비주얼은 사라지고 아주 단단하고 진한 녹차 맛 케이크가 탄생했다.


항상 잘 나가는 사람이 있더냐.

인생도, 일도, 공부도, 그리고 요리도.


굴곡이 있어 우리는 넘어져도 보고 또 배우고 성장하겠지.


그 이후 우린 그 어느 때보다도 계량에 신중해져, 더 맛난 빵을 구워낼 수 있게 되었다.



바나나 베이글, 살짝 얼린 단팥빵, 딸기 퓌레를 얹은 그릭요거트와 보코치니 샐러드

그리고 부드러운 우유 크림이 있는 라떼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쟁여뒀던 바나나 베이글이 거의 동나고 있다. 

맛있게 먹고 있다는 뜻.


진한 바나나향이 나는 바나나 베이글에 취향대로 요거트나 쨈, 치즈를 발라 먹어도 좋다.



조금 텁텁한가 싶을 땐 딸기 퓌레를 얹은 그릭요거트를 한술 뜨면 상콤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더 쉽고 빠르게 텁텁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면 라떼나 아메리카노를 시원하게 들이켜줘도 된다.



빵을 즐겨하지 않았지만 내가 만든 빵에는 애정이 가서 기간이 오래 걸려도 꼭 다 먹어버리고야 만다.


엄마가 준 단팥빵은 살짝 얼려서 먹으면 팥의 단맛이 더 응축되어 느껴져서 누구나 단팥빵 러버가 되게 한다.

알록달록한 방울토마토와 보코치니를 넣은 샐러드까지 자그마하게 곁들여주면 정말 알록달록한 브런치 한상이 완성된다.



컬러테라피는 이렇게 식탁 위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설레고 신나는 색감을 만지고 먹으면서 힐링할 수 있는 두어 시간.


맛있는 복숭아를 먹고 싶은 염원을 담아,

복숭아 콩포트를 곁들인 갓 구운 토스트 그리고 복숭아 갈레트



요즘 남편과 우리 이동 반경의 가까이 두고 재밌게 읽고 있는 책 2권.

전공서적도 좋지만 힐링을 주는 이런 책들도 너무 좋다.


채소 마스터의 당근 레시피는 아직 찬찬히 들여다보기 무섭지만 언젠가 당근 레시피를 따라 만들고 있는 나 자신을 볼 때 어른이 되었다!라고 할 수 있을까?



여름은 무엇보다 복숭아가 있어 반가운 계절이지만 아직까지 우와 할만한 복숭아를 만나지 못한 우리는 복숭아의 단맛을 최대치로 끌어올려보겠다는 일념으로 복숭아 콩포트와 복숭아 갈레트를 만들었었다.


복숭아 덩어리가 숭덩숭덩 씹히는 복숭아 콩포트는 갓 구운 토스트 위에 얹어 먹어도 좋고 그릭요거트 위에 올려먹어도 맛있다.


적당히 시원한 우유와 함께한다면 여름철 바쁜 아침에 잠시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갓 구워져 나온 복숭아 갈레트를 처음 만났던 그날.



빵을 구울 때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으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있잖아 막 구워져 나온 빵이 진짜 김이 모락모락 나면서 은은한 버터향이 집안 가득 퍼지고 파이 겉 부분은 진짜 또 얼마나 바삭한 지 그리고 딱 한 조각 잘라서 아이스크림까지 올려먹으면 지인~짜 맛있다?'라고 백번 말해줘도 딱 그 한 조각에 아이스크림 바로 올려서 크게 한 조각 떠 입에 넣어주는 것만큼 강렬한 인상을 줄 순 없다.



갓 구워져 나왔을 그 당시의 생생한 사진이라도. 이건 달콤함이 필요한 어른들을 위한 선물이야!


시어머님 생신을 축하드리며 마들렌 3종



날씬이 우리 시어머님은 고구마를 제일 좋아하시지만 쭉 지켜봤을 때 고구마만큼 좋아하는 음식이 빵이신 것 같았다. 만들어드렸던 바스크 치즈케이크도 종종 다시 생각난다시고


그래서 생신 잔치 가기 전에 오빠랑 신나게 구웠던 마들렌 3종.



마카다미아 같은 견과류들도 넣어보고 또 녹차가루도 넣어보면서 변화를 줬던 그날.

조개 모양의 마들렌 틀은 처음 사용해봤는데 이쁜 배꼽이 쏙 올라온 조개 마들렌도 맘에 들었다.




30대인 남녀 두 사람이 유치원생처럼 사인펜을 들고 어머님께 생신 축하한다는 맘을 전하려고 머리를 맞대로 식탁에 앉았다.


'엄마 유치원에서 이거 만들어왔어! 예쁘지?' 했던 기억 저편의 한 조각


부모님께는 왜 항상 잘해드리고 싶은 맘 칭찬받고 싶은 맘이 공존할까.

영원한 부모님과 자식의 관계.



어른이고 싶었지만 내내 동심으로 돌아갔던 것 같은 최근의 홈카페 일상들.


어른이 되면 모든 것에 조금 더 초연하고 여유로워질 줄로만 알았다. 나에 대해서도 더 많이 알게 되고, 타인의 시선에서도 독립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어른들에게서 몸은 커가고 마음은 자라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본다.


더 많은 것을 조심하고, 두려워하고, 작아지는 숨기고픈 나의 자아를 어른스럽게 포장하기 위해

매일을 애쓰며 살아간다. 나의 진정한 모습을 알아주는 몇몇의 가족들과 사람들이 있음에 그냥 감사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면 누구나 인정하는 어른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일까.


그것에 대해 고민하던 중 며칠 전 한 환자분의 고민을 듣게 되었다.


'항상 이타적으로 살아왔는데, 조직 생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나를 챙길 수 있는 이기적인 마음도 가져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싫으면 싫다고 내 맘을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나도 단순하지 않은 이 질문을 받고 나 또한 그것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 밖에서 만난 지인이었다면 꼭 끌어안고, 손 잡아주고 어쩌면 대화를 나누다 공감하며 울기도 하면서 우리 잘해나가고 있는 거겠지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야 얘기 나눴겠지만 환자와 상담사로 만난 우리의 관계는 또 그렇게 허물없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 또한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지만,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방향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부모님의 보호를 벗어나 세상에 용기 있게 걸어 나온 우리가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의 경험과 시간이 더 필요한 걸까에 대해 스스로에게 또 한 번 질문하게 되었던 것 같다.


커피를 내리면서 원두가 물에 젖어들며 커피 필터에 붙어 물이 쪼로록 떨어지는 걸 멍하니 바라보면서

우리는 그 시간과 그 속에서 느껴지는 커피 향으로부터 위로를 받는다.



빵을 굽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반죽을 하고, 일정 시간 휴지를 시키고, 오븐에 넣어 반죽이 부풀어 오르는 그 천천히 흘러가는 시간을 순서대로 자연스럽게 해내면서 고된 일주일의 흔적을 흘러 보내기도 한다.


커피를 내리고, 빵을 굽는 그런 시간들은 단순히 커피가 좋고 빵이 좋아서만은 아니었음을 이번 홈카페 일기를 쓰면서도 새삼스레 깨닫는다.


우린 언제쯤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진정한 어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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