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일본어도 못하는 내가, 한 달간 혼자 일본에 왔다.
일본어 한 마디 못하는 내가
한 달 혼자 일본을 간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괜찮겠어?”라고 물었다.
나도 잘은 모르겠는데,
이미 비행기표를 끊어버린 뒤였다.
되돌리기엔 수수료가 아까웠다.
공항 바닥에 캐리어를 내려놓는 순간,
설렘보다는 “아... 진짜 가는구나” 하는 약간의 당황.
유럽 이후 처음 하는 장기 여행.
두근거림이 나를 밀어야 하는데
낯선 언어와 혼자라는 사실이 오히려 나를 붙잡았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걸 보면
나도 나름 추진력은 있는 사람 같다.
이륙 직전, 창밖 활주로를 보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무모함도 재능일 수 있겠다.’
비행기가 떠오르자
두려움은 공항에 남겨두고
조금 늦게 출발한 설렘이 뒤따라왔다.
(느릿느릿)
규카츠
6월의 오사카는 여름이었다.
습도는 팔에 붙은 머리카락처럼 끈적했고
숨을 쉬기만 해도 뜨거운 공기가 밀려들었다.
도착도 하기 전에 지쳐버린 나를 보며
나는 잠시 스스로에게 물었다.
“도대체 뭘 위해 여기까지 와야 했을까.”
짐을 끌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여행 전에 제일 먹고 싶었던, 규카츠 식당.
테이블 위 화로에서 직접 구워 먹는
튀김옷 입은 고기 한 점.
겉은 바삭, 안은 촉촉.
한 입 먹는 순간, 속으로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래. 이걸 먹으러 일본에 왔지.”
걱정이 사라지는 단순해지는 순간이다.
1박에 2,500엔 도미토리
식당을 나와 캐리어를 끌며 숙소로 향했다.
걸어서 6분. 지도만 보면 아주 가까웠다.
하지만 일본 6월의 더위 속,
캐리어 하나 끌고 걷기엔 정말 길었다.
저렴한 숙소는 늘 이유가 있다.
문을 여는 순간 퍼지는 낯선 냄새,
채광 없는 작은 방.
무거운 공기와 끈적한 땀.
그 안에서 하루를 버텨야 하는 건, 다름 아닌 나였다.
두 밤만 자면 되잖아.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하며 캐리어를 풀었다.
글리코상
바로 오사카의 랜드마크, 글리코상을 만나러 나갔다.
숙소에서 5분 거리.
이 숙소를 고른 이유였다.
에비스 다리에 다다르자
어디선가 버스킹 음악이 흘러나왔다.
사람들 목소리가 겹쳐지고,
강물에는 조명이 떠다녔다.
글리코상 앞에서는
각국의 여행자들이 인증샷을 찍고 있었다.
누구는 점프를 하고,
누구는 몇 번이고 포즈를 바꿨다.
나도 글리코상과 같이 찍고 싶었지만
도움청하기도 민망하고 카메라를 둘 데가 없어서
잠시 고민만 하다가 그냥 글리코상만 찍었다.
돈토보리의 밤은 화려했고, 그 한가운데 혼자인 게 낯설었지만,
그게 여행이 시작된다는 신호 같았다.
여행의 이유
편의점에서 푸딩 하나 골랐다. 이유는 모르겠다.
뭔가 달콤한 게 필요했다.
숙소에 돌아와 낡은 침대 위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오하요 푸딩이랑, 여행 시작하는 이유를 천천히 씹어봤다.
곰곰이 생각하니
이유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너무 부드러워!”
무엇보다 살살 녹아내리는 맛에 취해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
아무것도 대단한 일을 하지 않은 하루였지만
내가 나 자신과 하루를 보냈다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렇게, 일본에서의 첫날이 조용히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