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몽글몽글솜사탕 Dec 03. 2024

나의 결혼과 이혼 이야기

#001 고민의 길목에서

남편과 별거한 지 벌써 한 달 반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내 머릿속은 이혼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지만, 결정하기엔 아직 마음이 무겁다. 남편은 이혼을 원하지만, 나는 선뜻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혼자서 7개월 된 아기를 돌보며 친정에 머물고 있다. 그와 나, 그리고 아이. 이 세 사람이 맞이하게 될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불안감이 떠나지 않는다.

며칠 전 남편에게서 연락이 왔다. 몸살감기에 걸렸다는 말과 함께, "이틀 뒤에 데리고 와." 그의 말은 아기를 보고 싶어 하는 열망이나 배려는 없었다. 오히려 나에게 '데리고 와라'는 명령처럼 들려 마음이 답답해졌다. 내가 억지로라도 아기를 데리고 가야만 하는 것처럼, 나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럴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지고 피로감은 쌓여만 간다.

우리 사이에 드리운 그림자는 깊고 어둡다. 남편의 외도는 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고, 그 상처는 시간이 흘러도 쉬이 아물지 않았다. 그와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하기가 더 이상 쉽지 않다. 하지만 이혼이라는 결단 앞에서는 아이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이혼 후에 아이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아이가 상처받지 않고 무사히 자라줄까?' 어쩌면 나와 남편이 계속 함께 있는 것이 아이에게 더 나은 환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이혼 후의 자유가 다가온다. 더 이상 남편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나와 아이를 위한 삶을 살 수 있는 자유. 그 모습이 막연하면서도 나를 끌어당긴다. 자산을 나누어 가진다면 경제적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고, 직장도 안정적이라 살아갈 자신이 생긴다. 아이가 조금 더 커서 기관에 다니기 시작하면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미래를 꿈꾸면서도 현실에 발목이 묶인 듯한 기분은 여전히 나를 붙잡고 있다.

또 다른 희망은 부동산 분양권에서 생겨났다. 남편과 계약해 둔 부동산 분양권을 팔면 프리미엄을 꽤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미래가 조금씩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그 집을 전세로 돌리면 대출 부담도 줄어들 테니 부모님과 함께 더 넓은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지낼 수도 있을 것이다. 나와 부모님, 그리고 아이가 함께 사는 새로운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혼란스러운 감정이 몰려온다. 어쩌면 그가 나에게 가장 좋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혹시 내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이 나를 감싼다. 나는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하게 될까. 이 갈림길의 끝에서, 나와 아이의 삶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