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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태 Jan 21. 2023

사람들이 "독서" 하도록 만드는 글쓰기 스킬

[독] 13 : 서평 쓰는 법

그 어느 때보다 독서를 권장하는 시대


책 관련 컨텐츠는 우리가 책을 읽게 만든다.

“연봉 10억을 만들어준 5권의 책”, "교수님 찐 추천도서 4권" 평소엔 눈곱만큼도 없던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썸네일의 유튜브 영상들. “30,40대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최고의 명저 5권”, “트렌드 파악을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같이 피드를 넘기다 우연히 마주쳤지만 ‘읽어볼까?’ 생각하게 만드는 책 추천 인스타 게시물들. 온라인 영상 컨텐츠의 시대 속 우리는 글로 된 책을 추천받습니다. 이전에는 지인 혹은 권위 있는 대학이나 연구자가 꼽은 추천도서들만 알았다면 지금은 누구나 책을 주제로 컨텐츠를 만들고 추천하는 그 어느 때보다 독서를 권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유튜브  <라이프 해커, 자청>
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
인스타그램 <스터디언> (좌), 인스타그램 최고수준 (우)


그렇다면, 인스타그램, 유튜브가 등장하기 전에는 어떻게 책이 권장되고 읽혔을까요? 책 제목을 검색하면 항상 함께하는 연관 단어가 있습니다. “서평”. 서평은 영상이 아닌 글로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책을 다루는 가장 오래된 컨텐츠 입니다. 그런데 막상 서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영상, 게시물 같은 다른 매체들에 비해 딱딱하고 지루한 느낌이 확 듭니다. 영상이 익숙한 시대에 누가 서평을 읽기는 하겠습니까...?     


그러나 우리는 시대에 변화 속에서 서평이 전달되는 형태가 바뀌었을 뿐 왜 계속 살아남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서평이 필요 없다면 왜 책을 팔아야 하는 출판사가 굳이 상세페이지에 서평을 넣을까요?     


그 이유는 서평이 사람들의 독서 여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서평이란


서평의 정의

소크라테스가 말하길 “지혜는 용어의 정의에서 시작된다.”라고 했습니다. 서평이 무엇이지 정확히 집고 넘어가 봅시다. 서평이란 書(글“서”) + 評(평할 “평”) = 책을 평가하는 글입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우리는 독후감과 서평을 혼동하곤 합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독후감과 서평은 서로 상호보완적 관계입니다.

pg 27마음이 치유되는 만큼 책을 더 깊이 통찰할 수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 책에 대한 통찰은 책을 읽는 나 자신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독후감과 서평 비교 표

우리는 책을 평하기보단 독후감처럼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쓰는 것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때문에 독후감과 서평을 구분 지어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굳이 독후감과 서평을 구분 지어 쓰려 하기 보다 아래와 같은 맘가짐을 갖는 게 서평을 쓰기로 마음먹었다면 더 도움이 될 듯합니다.     


pg 37 “독후감이 보여주는 감동과 깨달음에 논리와 체계를 부여하여 설득력을 배가한 것이 서평이다.“



서평의 핵심요소 요약과 평가

요약이란 말 그대로 책의 중요 부분을 정리한 내용이며 평가란 여러 근거와 맥락을 바탕으로 책을 평가함을 뜻합니다. 만약 서평에 요약만 있다면 이는 아무런 특색이 없는 그저 정보 전달의 무미건조한 글이 될 것이며 평가만 있다면 어떠한 근거도 없이 맹목적으로 서평가의 주장만 내세우는 글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두 가지 핵심요소를 잘 구성하는 것이 좋은 서평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책은 항상 새롭게 읽혀야 한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 서평을 통해 구현된다.


1 책과 독자는 항상 새롭게 만난다.

책은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입니다. 작가의 삶, 이야기, 철학이 책에 녹아있습니다. 그리고 독자는 자신만의 경험, 의문, 이야기, 문제의식, 지식을 가진 채로 책을 읽습니다. 그러나 책은 한 번 쓰이면 변하지 않는 데에 반해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애초에 한 명이 아닌 각자의 삶과 이야기를 가진 개개인이며 만약 한 명일지라도 시간이 지나며 개인의 가치관과 경험이 바뀝니다. 그렇기에 책과 독자가 만날 때마다 새로운 고유한 이야기가 탄생합니다.     


책이라 하긴 힘들지만 참고서를 에로 들어보겠습니다. 시험공부할 때 처음 참고서를 완독하면 다 공부한 것 같지만 회독을 거듭할수록 놓쳤던 부분, 잘못 이해했던 부분들이 눈에 보입니다. 마찬가지로 소설, 에세이도 어렸을 때 읽은 감정과 지금 읽었을 때의 감정이 다릅니다. 시간이 지나며 개인의 이야기(가치관, 경험)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2 책을 읽게 만드는 서평의 영향력

서평은 영어로 Book Review 즉 책을 다시 본다는 의미입니다. 말 뜻처럼 서평은 서평가와 독자에게 다시 보기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서평가는 서평을 쓰기 전 책을 읽을까요? 안 읽을까요? 당연히 서평을 쓰기 위해서 책을 읽었을 것이기에 서평가도 작가이기 전에 독자입니다. 게다가 그 누구보다 책을 정독하고 이입했을 애서가(책을 사랑하는 사람) 입니다.독자로서 책을 읽으며 영감을 받거나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책이 있다면 허점을 찾고 비판합니다. 이러한 평가를 담은 글을 작성함으로써 독자는 서평가가 됩니다. 서평을 쓰기 위해 책을 몇 번씩 "다시" 읽고 수많은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고 탐구하며 책을 "다시" 읽습니다.     


위 서평가가 쓴 하나의 서평은 이제 영향력을 갖기 시작합니다. 여러 잠재 독자(아직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에 읽히며 잠재 독자가 책을 읽을지 말지 고민하게 만듭니다. 누군가가 서평을 보고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구매해서 읽기 시작합니다. 역시 서평에서 말한 대로 이 책은 논리적이고 좋은 부분이 많습니다. 허나, 읽다 보니 이 부분은 서평이 잘못 접근했다는 느낌도 들고 서평과 상관없이 책 자체에서 다른 칭찬할 만한 요소를 발견했습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서평을 써 내려갑니다. 또, 이 서평은 누군가의 독서에 영향을 줄 것입니다.     


이는 "고전"이 지금까지 계속해서 해석되고 읽히는 이유입니다. 고전도 처음에는 신작이었습니다. 그렇나 오랜시간 수많은 사람에게 읽히고 평가되며 여러 해석이 곁들여저 지금과 같은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문학 연구자 이현우는 <<햄릿>>에 대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햄릿>>도 처음에는 만만한 텍스트였지만 점점 숭고한 텍스트로 격상되고, 이제는 작품의 결함조차도 의미를 갖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핵심 내용 3가지를 되새기고 가겠습니다.

1 서평은 책을 평가하는 글이다

2 책은 항상 새롭게 읽혀야 한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 서평을 통해 구현된다.

3 서평은 잠재독자(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게 영향(책을 읽을지 말지)을 미친다.         





책 관련 컨텐츠는 현시대의 서평이라 할 수 있는가?


다시 맨 첫 문단을 살펴보면 책 유튜버, 인플루언서들이 추천하는 책을 보고 우리는 책을 구매해서 읽을지 말지 고민합니다. ” 즉 컨텐츠를 “보고” 책을 구매할지 말지 “결정”하며 읽을지 말지 “걸졍”합니다. 그렇게 서평(컨텐츠)은 잠재 독자(구독자)가 책을 읽을지 말지 결정하도록 하는데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나 여기서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블로그,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만들어지는 컨텐츠들이 책 <<서평쓰는법>>에서 설명하고 있는 서평일지, 한낱 이들은 “독후감”에 지나지 않은지 고민하게 됩니다.(그러나, 애초에 SNS에서 만들어진 컨텐츠들은 서평을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 이 고민은 이 글의 초반 서평이 여러 형태로 변화했다는 말을 점검하려는 목적이다.)     


특정 책을 추천하는 컨텐츠에 비해 비판하는 컨텐츠의 수는 현저히 적습니다. 출판사는 당연히 책을 팔아야 하니 일게 하는 방향의 글일 것이며 광고를 받았다면 당연히 추천이며 개인이 ”책“이라는 지식의 정수 같은 인식을 선사하는 매체를 비난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다가 ”어 이건 좀 아닌데?“라는 느낌을 받아도 글로 승화하기 보다 스스로의 통찰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제가 계속 남기고 있는 책에 대한 글들도(이 글을 포함해) 서평이라 하기엔 한없이 부족함이 많습니다. 서평은 한 권의 책을 평가하기 위해 방대한 조사와 근거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저는 평가보다는 일단 이 책에서 배우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책을 읽기에 긍정적 태도로 독서를 합니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누군가 조금이라도 이 글을 읽어주길 바라며 #서평 헤시 태그를 사용합니다.     


비단 글이 위주가 되는 블로그로 범위를 넓혀봐도 이 책에서 설명하는 서평의 요소들을 갖춘 서평들은 블로그, 출판사 상세페이지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학술적 서평은 대중들이 관심을 갖고 읽을 가능성이 낮습니다. (그러나 이는 고전이 가치를 지니는 이유에서 설명했듯 학술적으로는 큰 가치를 지닌다.) 이런 이유에선지 대부분의 서평이라 명칭 되는 글들은 정보 혹은 개인의 생각과 감정 위주의 글입니다.

     

그렇기에 이 글의 초반부 서평이 여러 형태로 변화해왔다는 말에는 어패가 있습니다. 애초에 서평의 목적 자체로 만들어진 컨텐츠들이 아닐뿐더러 서평이라 명명하더라도 서평의 모든 요소를 갖고 파생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전문적인 서평보다 이런 컨텐츠들이 잠재 독자의 독서 여부에 더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서평이 쓰인다는 건 책이 읽히고 있다는 뜻입니다.      

pg 169 ”서평의 수량이 증대하는 현상을 간과 해서는 안 됩니다. 일단 양적으로 누적되어야 질적으로 향상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서평 쓰는 법>> 은 2013년 한국출판평론상 우수상을 수상한 이원석 작가님의 책으로 서평의 요소, 평가 그리고 서평 쓰는 법을 알 수 있습니다다. 무엇보다 책과 독자의 관계, 책을 대하는 서평가의 태도를 통해 애서가로서 한 걸을 더 나아가는 방향성을 제공해줍니다.




비단 제가 쓰는 글들도 누군가의 독서에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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