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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희태 Feb 01. 2023

당신의 뇌는 끊임 없이 분류하도록 설계되었다

[독] 14: <<정리하는 뇌>> -대니얼 J. 레비틴

당신은 냅킨을 언제 사용하는가? 본래 냅킨은 손이나 입을 닦는 용도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메시(축구에 관심 없더라도 메시는 들어봤을거다.)와 유명 축구 구단 바르셀로나의 계약은 한 장의 냅킨 위에 서 진행되었다. 이 계약서에서만큼은 냅킨이 종이의 기능을 대신했다. 즉, 종이와 냅킨이 글씨를 쓸 수 있는 물질로서의 기능적으로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어린 메시의 냅킨 계약서(좌), 일반적인 냅킨(중), 트리아제 분류(우)


두 가지 다른 예시를 보며 이 글이 어떤 주제를 다룰지 대략적이라도 고민해 보길 바란다. 응급환자 발생 시 색을 활용해 환자들의 중증도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트리아제 체계(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는 조금 다르다)라고 불린다. 예를 들어 빨간색은 정말 긴급한 환자, 녹색은 비응급환자, 검은색은 생명에 가망이 없다고 여겨진다. 이 기준 덕분에 치료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한정된 인력과 자원으로 더 많은 환자를 구할 수 있다.


상상해 보자, 카페에 앉아서 혼자 여유롭게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며 휴식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건너편에 앉아있는 남자가 자꾸 눈에 띈다. 옷도 깔끔하고 키도 크고 무엇보다 잘생겼다. 호감이 생기고 눈길이 간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얼마 안 있어 남자가 의자에서 일어나 밖에 나가더니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다. 흡연자였던 것이다. 갑자기 호감도가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똑같은 남자였지만 흡연의 여부로 호감에서 비호감으로 바뀌었다.


이렇듯 우리는 살아가며 모든 것을 구분, 분류, 유형화한다. 있어 보이는 약간 고급 진 단어로 이를 범주화라 한다. 사물이나 추상적인 개념의 용도, 속성, 관계 등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위의 예시에서 사물의 용도(냅킨과 종이), 사람의 속성(환자의 중증도) 그리고 개인의 판단기준(흡연&비흡연)에 따라 사람을 유형화(호감& 비호감) 하는 예시를 들었다.





생존을 위해 꼭 필요했던 분류 능력

사람은 본능적으로 무엇이든 구분 짓고 분류한다. 이는 우리의 먼 조 상때 부터 작동한 뇌의 특성이다. 왜냐면 범주화가 생존에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포식자와 사냥감, 살아있는 것과 죽은 것. 선조들은 외양에 따라 구별하고 생존에 유리한 쪽을 선택했다. 나아가 “음식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같은 좀 더 개념적인 범주도 활용했다.


마찬가지로 생존을 위해선 아는 것이 많을수록 도움이 된다. 독버섯의 종류를 많이 알고 있으면 나 쁠게 없다. 먹을 수 있는 풀의 종류에 대한 지식이 많을수록 같은 환경에서 더 많은 식량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본능은 지구상의 모든 것에 이름을 붙이려는 인류의 의지에서 드러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용 가능 식물 3만여 종 중 단 11종만이 인류가 먹는 식량의 93%정도를 차지한다.(즉, 생존을 위한 식량으로서 11종만 알고 있으면 된다.) 그런데도 우리는 만족하지 못하고 모든 식물을 알아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금도 식물뿐만 아니라 물고기, 새, 곤충등 모든 분야에서 끊임없이 탐구가 진행되고 있다. 직관적인 사물, 생명뿐만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원소에 이름을 붙이고(원소 주기율표), 연속적인 빛의 파장을 구분해 색 명칭을 부여한다.

분류의 집대성 백과사전(좌), 원소 주기율(중), 책<<색이름352>>(우)
<<정리하는 뇌>> pg 69. 우리 뇌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알아내고, 그것을 질서 잡힌 구조 안으로 체계적으로 분류해 넣을 때 기분 좋게 도파민이 뿜어져 나오도록 진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탐구는 뇌가 범주화 하는 기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범주화는 직관적인 생존을 넘어 뇌의 과부화 방지를 위해 필수적인 기능이다. 같은 소나무여도 크기, 색, 형태, 질감, 이파리의 양등 모든 게 조금씩 다르다. 만약 뇌가 이를 소나무라는 상위개념으로 묶어서 인지하지 못하고 하나하나 구분짓고 이름 붙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뇌의 용량은 한계를 넘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다.


<<정리하는 뇌>> pg 64. 때문에 우리는 하나의 범주로 뭉뜽그려 인지적 경제성을 추구한다.





성공한 사람들의 범주화 능력.

맹수의 위협, 식량의 부족처럼 근본적인 생존의 개념으로부터는 많이 멀어진 지금(적어도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해당한다.) 범주화는 필요한 기능일까? 그렇다. 본래 인간은 지식을 즐기도록 만들어진 존재다. 세상에 구조를 부여하도록 만들어졌다. 안타깝게도 지식에 대한 본능적인 욕망은 실패의 근간이 되기도 하며 동시에 성공의 근간이 되기도 한다. 모든 정보가 쓸모 있지는 않다. 또한, 모든 일이 중요하지는 않다.


그렇기에 자신의 판단과 기준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능동적으로 분류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기준을 가시적으로 목록화하면 더 쉽게 분류할 수 있다. 이는 시간을 절약하고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하도록 돕는다. 후버댐을 건설한 유타 건설의 CEO 에드먼드.W.리틀필드는 우편물을 네 더미로 분류했다고 한다.


1. 당장 처리해야 할 일

2. 중요하지만 나중에 처리해도 되는 일

3. 중요하지 않고 나중에 처리해도 되지만 그래도 갖고는 있어야 할 일

4. 버릴 것.


범주화를 통해 우선순위를 설정한 셈이다. 이러한 분류 작업을 통해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고도의 집중력을 의도했다..


<<정리하는 뇌>>  pg 72.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에 일을 시작하면 자기가 하는 일이 지금 이 순간에 당연히 하고 있어야 할 가장 중요 과제임을 알기 때문에 깜짝 놀랄 정도로 강력한 능력을 발휘하게 된다.


허나, 성공이라는 말과 반대되는 나약함이 분류와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류 및 수집을 인간의 가장 나약함을 내포하는 행위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는 나약하다. 분류 및 수집을 통해 나약함을 인정하고 성장하게 되기에 분류가 성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아닐까?





범주화의 세 가지 방식

그래, 범주화의 기능도 알고 장점도 확실히 인지했다. 그런데 이 범주화는 뇌에서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일반적으로 세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첫 번째, 외양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이는 전체적 외양과 세부적 외양을 기반으로 구분된다. ‘가디건를 하나 사야겠다.’ 무신사(혹은 에이블리)에 들어가 검색창에 ‘가디건’라고 친다. 그럼 별의별 운동화들이 쫙 펼쳐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은색 가디건를 사기로 한다. 그럼 필터(검색 항목에서 세부사항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의 색상에서 검은색을 택한다. 그럼 검은색 가디건만 걸려져 우리에게 보여진다. 처음 검색창에 가디건라고 입력했을 때 모든 가디건이(가디건과 유사하게 생긴 옷까지 포함해서) 펼쳐진 것은 가디건이란 전체적 외양에 따라 모든 의류에서 구분된 것이다. 그러나 필터를 활용해 검은색이라는 세부적 외양을 통해 우리는 검은색 가디건만 분류했다.

가디건 검색-> 필터(검정)-> 검정가디건

그러나, 우리가 운동화라고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외양의 운동화가 나온다. 외양적 특성으로 묶어도 될지 모르겠는 운동화라 칭하는 것들이 나온다. 물론, 외양으로 유사한 점이 있다. 그렇기에 이들을 운동화라는 큰 범주로 묶을 수 있다. 헌데, 이들은 외양으로만 분류하는 게 맞을까?



두 번째, 기능적 동등성을 고려한다.

급할 때 냅킨이 종이가 되고 피곤하면 책을 배게 삼는다. 배가 너무 고프다면 아무거나 먹어서 허기를 채우면 된다. 사과, 피자빵, 제로 콜라, 아몬드 다 상관 없다. 놀랍게도 이들은 겉보기에 전혀 닮은 구석이 없다. 배고픔을 없애줄 기능적 동등성을 가졌다고 여긴다.


개인적으로 기능적 동등성을 얼마나 다채롭게 활용할 수 있냐가 현명해질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전투기를 정비하던 사람은 민간 항공 전투기를 고칠 때 드라이버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우스갯 소리가 있다. 파타고니아의 창업자 이본쉬나드는 책 <<파타고니아_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에서 "아는 것이 많을수록 필요한 것은 줄어든다"라고 했다. 아는 것이 많고 경험이 쌓일수록 최소한의 도구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다.


기능적 동등성과 관련된 지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한 가지 물건의 최대한 다양한 용도를 생각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활용 방안에 대한 고민은 사물의 관찰에서 시작하겠다. 만약 플라이어, 니퍼 같은 처음 듣는 도구라면 직접 사용해 보며 기능을 익히면 훨씬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계속 활용법을 고민해야 한다.


소설가 다이앤 애커먼은 저서 <<사랑의 백 가지 이름>>에서 남편과 “연필로 글 쓰는 것 말고 뭘 할 수 있는지”말하는 게임을 했다고 한다. 드럼 치기, 머리 묶기, 거리 측정하기, 풍선 터뜨리기 등등. 특별하거나 어려운 게 아니라 누구나 생각할 법하고 한 번쯤은 연필을 가지고 해봤을 행동들이다.


<<정리하는 뇌>> pg 525. 여기에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독창성을 발휘하고, 새로운 연결 관계를 발견하고, 기발한 생각과 시험이 우리 사고방식의 정상적이고 습관적인 일부로 자리 잡는 기회가 열림으로써 다 나은 문제 해결이 가능해것이다.


한 가지 간단한 내 사례를 말해보겠다.(자랑이다.) 최근 누군가 이 울타리 안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임시로 문을 잠가야 할 수요가 갑자기 발생했었다. 그러나 문을 잠글 수 있는 자물쇠나 쇠사슬 같은 마땅한 도구가 없었다. 그때 케이븙 타이 두, 세 개를 쇠사슬 겸 자물쇠로 활용해 문을 잠갔다. ‘이 정도는 누가 못하냐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평소 도구의 활용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면 몇 초 만에 바로 해결책이 나오기란 쉽지 않다. 그러니 앞으로 새로운 지식이 들어오면 특징을 관찰하고 다양한 활용성을 고민하는 연습을 하도록 하자.


케이블타이(좌) 쇠사슬(우)

마지막은 개념적 범주이다. 

”다음 항목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휴대폰, 지갑, 차 키. 이들은 외향적, 기능적 공통점이 전혀 없다.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건 ”외출 시 갖고 나갈 물건들이다.“ 또 다른 예시를 보자. 어릴 적 사진, 보석, 현금, 반려견. 이들은 ”집에 불이 났을 때 밖으로 갖고 나가야 할 것들이다.“ 집에 불이 난 경험이 없을지라도 대부분 위 주장에 동의한다. 이렇듯 주로 특정 상황과 연관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의 책상 서랍, 선반, 가방, 옷장, 휴대폰 갤러리는 각자의 규칙에 따라 정리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다못해 카카오톡 단톡방은 특정 상황과 목적에 맞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다. 이처럼 물리적 사물, 도구가 아니어도 우리는 범주를 나눈다.





<<정리하는 뇌>>에 따르면 범주의 형성과 유지는 뇌 속에서 일어나는 생물학적 과정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이 밝혀졌다. 뇌 속의 세포들은 셀 수 없이 많은 방식으로 서로 연결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연결되는 과정이 학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 이 연결 자체가 곧 학습이다.


우리의 뇌 속은 지금도 셀 수 없는 많은 연결이 일어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 다른 개념의 공통점을 찾고 묶는다. 그럼 서로 다른 것들의 공통점을 찾고 완전히 다른 영역을 넘나드는 게 어떤 힘을 발휘할까? 책 <<mix>>의 저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브랜드 보이는 서로 다른 무언가를 섞어 새로움을 창조하라 한다. 유명 스트릿 패션 브랜드 슈프림은 슈프림 벽돌, 슈프림 오토바이 같은 희한한 물건들과 브랜드를 접목시키니 계속 바이럴이 된다.  


위와 같이 거대한 일을 해야만 연결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지식, 철학 등이 서로 서로 연관됨을 느낄 수 있다. 간단하게는 위의 2번 기능적 범주를 소개할 때 책<<파타고니아_파도를 칠 때는 서핑을>>의 내용이 떠올라 인용한 것도 예시가 될 수 있다. 두 개의 책을 동시에 펴놓고 공통점이 있는지 찾으며 읽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에서 <<정리하는 뇌>>의 내용과 <<파타고니아_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의 문장이 연결되었을 뿐이다.


즉, 여러 분야, 다양한 사물, 개념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범주를 나누는 유연성을 기르면 사고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 이는 다양한 경험 혹은 간접경험을 제공하는 독서를 통해 키울 수 있다.




범주화의 원리와 중요성은 500쪽이 넘는 <<정리하는 뇌>>의 극히 일부이다. 이번 글에서 우리의 뇌가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분류와 범주화의 개념을 의식적으로 인식하게 만들도록 하고 싶었다. 무의식을 의식적으로 인지할 때 느껴지는 경험히 신선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한,  아쉽게도 책에서는 범주화에 관한 글에서 소개한 것 이외의 다양한 사례들이 나온다. 허나, 한편에 글에 모든 사례를 담아내기에는 무리였다. 뿐만 아니라 더 직관적이고 쉬운 사례를 일상생활에서 가져오고자 노력했다.


책 <<정리하는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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