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 15: <<전념>> 피터 데이비스
각각을 한 단어로 표현해 보면 앞사람은 제너럴리스트(여러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뒷사람은 스페셜리스트(한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라 할 수 있습니다.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를 리더와 팀원으로 생각하면 좀 더 이해가 쉬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게는 동아리 회장과 각 부서장, 학생회장과 각 부서장. 크게는 기업의 오너와 각 실무책임자, 혹은 군대의 장교와 부사관을 예시로 들 수 있겠습니다.
위 두 용어는 반의어처럼 쓰일 수 없습니다. 성공한 제너럴리스트는 이미 스페셜리스트였습니다.
“리더”는 역할만 놓고 보면 제너럴 리스트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팀의 방향성을 설정하고 특정 업무가 아닌 전체 업무를 어느 정도 인지하고 조율합니다. 반대로 "실무자, 부서장”들은 스페셜리스트에 속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1순위입니다. 물론 팀으로서 어느 정도의 협력은 필요하지만 이는 리더가 중심이 되어 이끌어줘야 할 요소입니다.
통상적으로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는 서로 반의어처럼 사용됩니다. 둘 중, 한 단어를 검색하면 자연스레 다른 단어가 같이 따라옵니다. 그리고 이 두 단어 사이에 “VS”를 붙여 각자를 대조하는 글이 이미 많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사견이지만, 제너럴리스트라는 용어 자체는 스페셜리스트의 반의어가 될 수 없습니다. 한때 제너럴리스트를 꿈꾸고 확실한 장점 한 가지를 말하지 못해 나는 뛰어난 제너럴리스트라고 자위했던 스스로를 반성하면서, 오늘 가짜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환상을 깨트리고자 합니다.
열두 가지 재주에 저녁거리가 없다. 어줍짢은 재능 여러게 있는 것 보다 한가지 재능이 있는게 낫다는 의미입니다.
스포츠 중 축구를 생각해 봅시다. 아무리 축구를 잘 몰라도 공격수,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처럼 역할이 나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럼 감독 입장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를 선호할까요? 아니면, 공격수면 공격수, 수비수면 수비수 같이 한 가지 역할만 수행하는 선수를 선호할까요? 제가 감독이라면 당연히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줄 아는 선수를 선호할 것입니다. 활용 방안이 다양하며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이 선수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요. 말 그대로 어디든 땜빵을 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감독들은 특정 위치에 팀에서 그 자리에서 제일 잘 뛸 수 있는 선수를 배치합니다. 그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여러분, 꼭 축구가 아니더라도 어떤 스포츠 종목에서든 제너럴리스트로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 선수가 기억나시나요? 추측하건대 한 포지션에서 미친듯한 역량을 뽐낸, 더 나아가 특출난 한 가지 역량을 뽐낸 스페셜리스트가 더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즉, 여러 개를 적당히 잘하는 것보다 한 개를 뛰어나게 잘하는 스페셜리스트가 더 기억되고 오래갑니다. 물론, 축구를 조금이라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위와 같은 예시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하실 겁니다. 아무리 멀티플레이어라 해도 대부분 수비수라는 큰 틀안에서 세부적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니까요. 혹은, 너무 큰 차이가 안 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바로 이것이 성공한 제너럴리스트는 이미 스페셜리스트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이 멀티플레이어들도 축구 선수라는 그리고 수비 포지션이라는 스페셜함을 지녔기에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역할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애초에 프로선수로서 수비 포지션에서 일정 기준 이상의 실력을 보이지 않았다면 감독에게 쓰이지도 않습니다. 즉,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다양한 역량도 펼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예시로 군대를 보겠습니다. 장교는 제너럴리스트 입니다. 병력들을 관리하고 전술과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각 병력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합니다. 부사관은 스페셜리스트입니다. 자신의 보직, 담당에 지식을 공부하고 경험을 쌓으며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육군부사관학교에는 “정통해야 따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리더들이 모든 일을 완벽히 혼자 할 수 없듯, 장교도 모든 병과를 완벽히 아우를 수는 없기에 부사관과 장교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그럼, 제너럴리스트로서 뛰어난 장교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장교도 부사관, 병과 마찬가지로 병과(대학교 전공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란게 있습니다. 이들도 자신의 병과에 대한 지식을 쌓은 채로 자대에 옵니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자신의 병과와 관련된 부대로 자대를 받습니다. 기갑병과라면 전차부대에 포병 병과라면 포병부대에 화생방병과라면 화생방 부대로 갑니다.
포병대대의 지휘권자인 대대장이 포병병과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간부와 병사의 병과가 포병인데 누가 지휘권자를 따를까요. 결과적으로 이들도 제너럴리스트이기전에 병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야합니다. 그래야 뛰어난 제너럴 리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제너럴리스트란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선행이 이루어진 다음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만의 강력한 한 가지 무기가 없는 제너럴 리스트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한 가지 자신 있는 강력한 무기가 필요합니다.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추면 놀라운 일이 발생합니다. 그 전문성으로 다른 분야 혹은 사회 현상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령 작년 여름 서울에 물난리가 났습니다.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건축, 공간으로 이 사건을 바라봤습니다. 그러나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는 자연의 관점으로 이를 바라봅니다. 이를 활용하면 동일한 사건, 공간을 바라보는 여러 전문가의 관점을 배우면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83TMMilG3U
https://www.youtube.com/watch?v=gQ-VAZ2PlUY
무엇보다, 우리는 한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업적을 세운 이들을 동경합니다. 복싱의 무함마드 알리, 수영의 펠프스, 주식의 워렌 버핏처럼 대중적인 분야에서부터, 침팬지 연구의 제인구달, 네이비씰 저격수 크리스 카일, 흑인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과 같이 지엽적인 분야까지. 남들이 쉽게 그리고 오래하기 힘든 분야에 깊이 파고들고 전념한 사람들을 우리는 존경합니다.
일단 어느 정도의 성장을 이루려면 스페셜리스트가 돼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 깊이 파고들기로 마음먹었다면 4가지 위험에 마주하게 됩니다.
무언가를 진정으로 바꾸려면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법입니다. 헬스장에서 처음 며칠 운동하면 별로 달라진 게 없어 보이지만, 꾸준히 운동했다면 1년 뒤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허나, 그 긴 시간은 너무나 지루합니다.
이 지루함으로 흐트러진 주의력 속 주위 모든 것들이 저를 유혹합니다.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고 집중력을 빼앗깁니다. 그럼 별의별 생각이 다 듭니다.
어떤 분야든지 ‘주의’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_『전념』 Pg 255.
“내가 올바른 결정을 했나?”, “이게 옳은 결정인가?” 선택의 확신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언제든 노선을 변경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열어놓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선택의 후회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물론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깊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선택한 이후에도 계속 이전 고민에 대한 선택지를 열어 놓는다면 앞으로 갈 수 없습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 행동하면 됩니다. 선택을 잘하려고 하기 보다 선택을 최고의 결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올바른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내 선택이 올바른 것이 되도록 만드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_ 『전념』 Pg 255.
선택의 불확실성 속에서, 다른 분야가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내가 가지 않은 길, 그 길에 뭔가 더 값어치 있는 미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전념하기 때문에 포기한 경험들이 셀 수 없이 많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_『전념』 Pg 202.
그렇다면 1차적으로 지루함을 막는게 가장 효과적인 방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루함 보다 재미를 느낀다면 산만함, 불확실성, 유혹이 찾아오지도 않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그동안 읽었던 책에서 힌트를 얻어 지루함을 조금 덜어드리고자 합니다.
1) 목표를 세분화하여 단계별로 성취해 갈 것_『아주 작은 습관의 힘』
2) 삶의 의미와 목표를 소중히 여길 때는 흥미진진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세상에 참여할 수 있다._『지루함의 심리학』 Pg176.
3) 재미란 무언가에서 남들이 못 보는 가변성을 찾는 것이다. 따분함과 단조로움을 돌파해 숨어있는 아룸다움을 찾는 것이다. _『초집중』 Pg64.
우리는 처음부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프로축구선수 급의 축구실력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애초에 단기간에 상위 몇 %의 실력을 가지긴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왕초보라면 초보를, 초보라면 중급자를 목표로 능력을 키우면 됩니다. 그러나, 어느정도 실력이 쌓이면 도전해야 합니다. 일정 수준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 이를 활용할 줄 알아야 진짜 능력이 됩니다.
그래서 위에 장교는 “병과에 대한 어느 정도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이들은 전략, 전술, 인적관리가 핵심 역량입니다. 부사관만큼 병과에 대한 전문성을 깊게 가져가는 건 나쁠 건 없지만 장교들의 핵심을 놓칠 수 있습니다.
장비 정비를 예로 들면 해당 병과 출신 장교들에게 공구를 쥐여주고 정비를 하라 하면 못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대신, 이들은 일정관리를 통해 장비를 정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고 보고서와 건의를 통해 더 나은 직무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시 한번, 장교 중에도 병과에 대한 깊은 이해도가 있으신 분들 있고 부사관 중에도 장교보다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하는 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알아야합니다. 애초에 깊이파고들고 전념하는 건 힘듭니다. 거대한 나무가 자라기 위해 뿌리가 깊이 들어가야 하듯 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꽃을 피우기 위해 불편한 감정을 극복하고 끈질기게 메달릴 줄 알아야합니다.
감각(원하는 미래)와 현실(지금의 나)의 괴리를 메우는 방법은 어마어마한 양의 작업과 연습을 통해 점점 나아지는 것 뿐이다. _『전념』 Pg 207.
책 『전념』은 계속해서 선택지를 열어두는 무한 탐색의 시대에서 꾸준히 전념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제는 선택해서 스페셜리스트가 되시면 됩니다. 이후에, 한 분야에서 어느 정도 능력을 쌓으면 계속 전문가로 남을지 아님 리더의 역할을 맡아 전문성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될지 선택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