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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영환 Dec 23. 2024

니추찬두부(泥鰍钻豆腐)

니추찬두부(泥鰍钻豆腐)는 중국 요리 중 하나로, 미꾸라지와 두부를 주재료로 한 독특한 요리다. 중국의 대표적인 두부요리는 취두부, 발효두부, 삭힌두부 등인데, 이 요리는 미꾸라지의 부드러운 육질과 두부의 담백한 맛이 어우러져, 단순하지만 풍미 깊은 요리로 사랑받고 있는 독특한 두부요리다. 이 요리는 이름 그대로 "미꾸라지가 두부 속으로 들어간다"는 비유에서 유래된 것으로, 미꾸라지가 두부 사이를 헤엄치듯 자연스럽게 요리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신선한 미꾸라지와 두부, 생강, 마늘, 파, 고추 등의 향신료, 소금, 간장, 식초 등 기본양념이 함께 어우러진 요리로 미꾸라지를 깨끗이 손질한 뒤, 두부는 부드럽게 썰어 국물에 넣고 향신료와 기본양념을 넣고 끓이면 되는 조리법 또한 간단하다.


부드럽고 고소한 두부에 미꾸라지의 감칠맛이 더해져 독특한 풍미를 내는 이 요리의 주 재료인 미꾸라지는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여 건강에 좋고, 두부와 함께 섭취 시 영양적으로도 균형이 잡힌다. 전통적으로는 미꾸라지의 신선한 맛과 부드러운 두부의 조화가 핵심인, 중국 가정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양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니추찬두부(泥鰍钻豆腐)의 유래는 중국 전통문화와 요리법에서 비롯된 것으로, 주로 농촌 지역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요리는 단순한 재료를 활용해 풍미와 영양을 극대화하려는 지혜에서 탄생했다고 전해진다.


과거 농촌 지역에서는 고급 재료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꾸라지와 두부라는 값싸고 흔한 재료로 보양식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한 농촌에서는 논에서 잡은 미꾸라지와 직접 만든 두부로 가족 모두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영양가 높은 음식을 준비하곤 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지역 공동체 안에서 재료를 나누고 활용하는 지혜로 이어졌다. 미꾸라지는 농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였고, 두부는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고단백 식품으로 조합이 잘 맞았다.


"미꾸라지가 두부를 뚫고 다닌다(泥鰍钻豆腐)"는 생동감 있는 이 표현은 중국인들이 요리의 외형적 특징을 이름에 담는 전통적인 방식의 사례이다.


전해 내려오는 일설에 따르면, 한 농부가 홍수로 고립된 상황에서 미꾸라지와 두부로 간단한 국을 만들어 가족들과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이때 미꾸라지가 두부 속으로 스며들어 독특한 맛을 냈고, 이를 계기로 이 요리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출처: https://korean.cri.cn/1760/2013/12/07/1s206346.htm

미꾸라지는 중국에서 예로부터 기력을 회복시키는 음식으로 여겨졌다. 두부와 함께 조리하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소화에 도움을 주며, 전반적인 영양가를 높여주는 음식으로 발전했다. 특히 중국 남부 지역에서 더운 날씨로 인한 피로를 이기는 음식으로 사랑받았다. 이처럼 니추찬두부는 지역적 특성과 서민들의 창의성이 결합된 전통 음식으로, 간단하지만 건강과 풍미를 모두 만족시키는 요리로 자리 잡았다.


중국 남부 지역, 특히 저장성(浙江省)과 장시성(江西省) 일대는 강과 호수가 많아 신선한 수산물을 활용한 요리가 발달한다. 미꾸라지 같은 민물 생물을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저장성(浙江省) 요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 담백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중시하는데, 니추찬두부는 이러한 특성을 잘 반영한 요리다.


장시성(江西省)은 두부 요리가 발달한 지역 중 하나로, 두부와 생선을 함께 사용하는 전통 요리가 많다. 농촌 지역에서 미꾸라지와 두부를 활용한 간단한 보양식으로 시작된 이 음식은 장시성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이 음식은 남부 지역에서 시작되었지만,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도 퍼지면서 조리법과 풍미에 약간의 변형이 생겼다. 쓰촨성(四川省)은 매운맛이 강조된 버전으로, 고추와 화자오(마늘씨)를 첨가해 얼얼한 풍미를 더했고, 안후이성(安徽省)은 담백함을 유지하며 약재를 첨가해 보양 음식으로 발전시켰다.


니추찬두부(泥鰍钻豆腐)는 중국 남부 지역의 전통 가정식으로, 그 독특한 조리법과 풍미 덕분에 오늘날 중국 전역에서 사랑받는 건강식으로 자리 잡았다. 다행히 필자는 중국 현지식도 없어서 못 먹지, 매우 좋아하고 잘 먹는 편이다. 그럼에도 향신료가 많이 첨가된 음식이 익숙하지 않지만, 이 음식을 처음 접하면서, 팔자는 단순한 맛의 경험을 넘어 하나의 인문학적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음식을 맛있게 먹으면 되지, 왜 또 고민을 해야 하나? 필자의 팔자려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파고들고 싶었다.



미꾸라지의 피난처


미꾸라지가 두부 속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단순히 재료의 조화 때문만이 아니다. 미꾸라지가 두부 속으로 숨는 장면을 살펴보면, 그것은 고난과 선택을 상징하는 듯 보인다. 예를 들어, 뜨거운 국물 속에서 벗어나 차가운 두부 속으로 피신하는 미꾸라지의 모습은 마치 인생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환경으로 도망치려는 인간의 본능을 떠올리게 한다. 처음에 미꾸라지는 뜨거운 물에서 벗어나 차가운 두부 속으로 몸을 피한다. 그 순간은 일종의 회피일 수 있다. 뜨거운 환경에서 벗어나 차가운 두부 속에 몸을 숨기며 잠시 안도감을 찾는 모습은 마치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고난과 시련에서 잠시 숨을 돌리려는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누구나 고통을 피하고 싶은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꾸라지는 결국 두부 속에서도 뜨거운 온기를 느끼게 된다. 처음에는 차가운 피난처라고 생각했던 두부 속도 점차 가열된 국물 속에서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미꾸라지의 최후는 결국 피난처의 덫에 걸린 것이다. 피하기 위한 선택이 오히려 자신을 더 큰 고통으로 몰고 간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고통의 선택과 인간의 삶


이 장면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의 삶을 떠올릴 수 있다. 고통을 피하고자 선택하지만, 때로 그 선택이 새로운 고통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미꾸라지처럼, 우리는 피난처를 찾기 위해 잠시 안정을 취하지만, 그 안에서 점차 변화해 가는 상황에 대한 인식 부족이 결국 우리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삶에서 우리가 맞이하는 고통의 순간들이, 사실 한 번 선택한 피난처에서 발생하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새로운 직장을 피난처로 선택했지만, 그곳에서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발생하곤 한다. 또는 사람들은 관계에서의 갈등을 피해 다른 관계로 도망치지만, 그 관계 속에서도 결국 비슷한 문제가 재현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가 피하려고 했던 고통이 또 다른 형태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리는 피하려고 했던 고통이 또 다른 고통을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해볼 수 있다. 인생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길은 단기적인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통을 넘어서 성장으로


하지만 이 이야기가 단순히 고통을 피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메시지로만 끝나는 것은 아니다. 미꾸라지가 뜨거운 두부 속에서 건강식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마주하게 되듯, 고통은 종종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으로 바뀔 수 있다. 미꾸라지가 두부 속에서 죽어가는 과정은 변화의 상징이다. 우리가 겪는 시련도 언젠가는 성장과 치유의 기회로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삶의 고통 속에서 우리는 잠시 쉬어 가기도 하고, 때로는 피하거나 숨고 싶지만, 결국 그 모든 경험들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고 할 수 있다.



결론


니추찬두부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것은 미꾸라지의 선택과 고난을 통해 삶의 복잡한 현실을 반영하며, 인간의 선택과 성장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미꾸라지가 두부 속에서 겪는 고통은 우리 모두가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비유하는 듯하지만, 동시에 고통을 통해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고난을 지나쳐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한다.


그래서 나는 중국에 가면 이 요리를 먹으며 음미한다. 미꾸라지가 두부 속에서 겪는 고통을 통해 우리는 고난을 피할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된다. 오늘 아침, 니추찬두부를 생각하며 고난을 겪은 후에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자신을 꿈꾸어 본다. 문득, 니주찬두부가 생각나는 아침이다.

@thebcstory

#중국여행 #니주찬두부 #두부요리 #미꾸라지 #Niquchan Tof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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