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한민국이 1인당 명품 구매액 순위 1위를 기록했다.미국과 중국마저 추월한 것이다. 한국의 명품 열풍은 통계자료가 아닌 주변 현상을 둘러봐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MZ세대들은 ‘소확행’이라는 명분으로 월급보다 비싼 명품을 술술 구매하곤 한다. 부끄럽지만 나 역시 명품을 가지고 있다. 문득 궁금해졌다. 우리는 명품을 왜 사는 걸까. 그리고 그 답을 프랑스 철학자 알랭 드 보통으로부터 찾아냈다. 답은 ‘불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드 보통에 따르면, 우리는 무엇을 하든 존재 자체로 인정-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어린 시절과 다르게 성인이 되면서 점점 주변의 관심과 사랑은 ‘성취’와 관련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타인이 우리에게 보이는 관심과 관대함이 우리의 지위와 관계하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더 높은 지위를 갈망하게 된다. 이때, 높은 지워처럼 보이는 효율적인 방법이 사치품 소비이다. 사치품 구매는 불안감을 조장할수록 더 비싸게, 쉽게 팔려나간다. 포모 증후군 마케팅 기법이 그렇지 않은가. 한정 재고 혹은 가격을 올릴 것이란 신호를 주면 주저없이 명품관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봐왔다.
이래저래 불안감을 갖기 좋은 세상이다. 우리들은 중세시대 귀족보다 지금 더 잘 먹고, 오래 산다고 기뻐하진 않는다. 불안은 ‘준거집단’에 따라 형성되며 그리고 높은 지위에 대한 열망은 그 준거집단내에서 형상화 된다. 그렇다면 왜 하필 요즘일까. 전근대 사회에서는 준거집단의 범위가 매우 좁았다. 기껏해야 동네 수준의 범위였기에 질투를 느낄만한 사람이 주위에 많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SNS와 인터넷으로 인한 초연결사회가 준거집단의 범위를 늘렸다. 전라도 섬 마을에 사는 20대 시골청년이라도 서울 강남에 살고 있는 20대 청년을 준거집단으로 인식할 수 있다.
‘사치재의 역사는 탐욕의 이야기라기보다 감정적 상처의 기록이다’고 드 보통은 말했다. 대한민국은 땅 덩어리도 좁고 SNS의 이용률도 굉장히 높은 국가다. 당장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만 들어가봐도 외제차, 명품백, 멋진 연인 상대 등 비루한 월급쟁이이고 차도 없고 집도 없는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이 왕왕 보인다. 나도 제법 꿀리는 않아,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우린 사치재 소비를 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