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씩씩한 봉황새 Sep 24. 2023

시골 약사의 하루

할머니와 불가리스(2)

  대문을 들어서니 꽤 넓은 마당이 나왔다. 한쪽에는 곡식을 저장하는 곳인지 창고가 있었고 안쪽 편에 집이 있었다.


"어르신. 집이 꽤 넓고 크네요."


"응. 할아버지가 계실 때는 농사를 크게 지었어. 지금은 조그맣게 혼자 해."


집에 들어서면서 할머니께서는 냉장고에서 불가리스 하나를 꺼내 오셨다.


"줄게 이런 거밖에 없어."


"네. 어머님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렇게 외투도 벗지 않고 서로 불편하게 앉아서 요구르트를 마셨다. 마시고 금방 일어나려고 했는데 큰 집에 둘이 있다 보니 바로 일어나기가 이상했다.


 "아들들은 다 어디 계셔요. 지난번엔 아드님이랑 같이 약국에 오셨잖아요."


"첫째는 서울 가있고. 둘째는 대전에 가있어. 지난번에 같이 온애는 둘째야. 둘째가 가까워서 한 번씩 오면 병원도 데려가고 해. "


"그럼 오늘은 어떻게 혼자 읍내에 나오셨어요?"


 차로 30분 40분 걸리는 시골에서 읍내로 어떻게 나오시는지 내심 궁금했다.


" 아침에 첫차를 타야 돼. 버스가 띄엄띄엄이라 놓치면 한참 기다려야 돼. 20분 정도 가면 큰길에 버스정류장이 나와. 그럼 거기서 시간 맞춰 타고 가는 거야."


"몇 시가 첫차인데요?"


"6시 반에 첫차인데 그거 타고 가면 한 7시에 떨어져. 버스 내려서 한 20분 가면 병원이랑 약방에 가는 거지. 그 앞에서 기다리다가 병원 일찍 열면 1번으로 진료 보는 거야."


아...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왜 병원, 약국도 안여는 시간부터 나오셔서 빨리 좀 열라고 하시는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병원, 약국부터 볼일보고 장날이면 살 것 좀 사고 버스시간 맞춰 들어가시면 서너 시라고 하셨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늦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생각보다 이야기가 길어져 집에 도착하니 10시 가까이 되어있었다.


시골에 계신 어르신들은 읍내에 사시지 않는 이상 대부분은 저렇게 약국에 나오실 것이다. 그래서 병원에서 대기가 길어져 시간이 오래 걸리면 약국에서 약 좀 빨리 지어달라고 보채기도 하시고 약국에 오시면 이런 약 저런 약을 한 번에 많이 사서 가시는구나 하고 이해가 갔다.


  그 뒤로 멀리 사시는 어르신들이 약국에 오시면 몇 시 차로 가시는지 여쭤보는 습관이 생겼다. 버스를 놓치시지 않게 최대한 맞춰드리게 됐고 어르신들이 약타시면서 이거 달라 저거 달라하면서 귀찮게 하셔도, 다시 나오는 헛걸음 하시지 않도록 조금 더 꼼꼼히 챙겨 드리게 됐다.


  오늘 불가리스를 주셨던 할머니께서 약을 타러 오셨다. 먼 거리를 오신 어르신께 반갑게 인사를 건네어본다.



작가의 이전글 시골 약사의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