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부모님께서 전라남도로 귀촌을 하셔서 부모님 사시던 작은 아파트를 팔던지 전세 든, 월세 든 세를 놓던지 하려고요"
내가 사는 앞집 부동산 중개업을 하시는 이웃에게 전화를 걸어 놓고 한숨이 쏟아진다.
태어나 마흔 중반을 넘어 애들을 낳고 키우면서
늘 옆에 계셨던 부모님께서 갑자기 귀촌을 하시겠다 하더니 일가친척도, 아는 이도 하나 없는 먼 곳으로 가신다고 하시는데 말려도 말려지지 않는 상황에서 답답하고 이별을 생각하니 미칠 것 같고 중년이 되었어도 엄마랑 헤어진다는 게
도무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두 분이서 1년여간 강원도 충청도 일대를 다니시며 귀촌하실 집을 찾고 다니셨다는데 본인들 경제사정에 맞추시다 보니 결국 딸 집과는 점점 더 멀어지게 되었노라고 이사 갈 곳을 결정하시고 나서야 말씀하시는 엄마 말씀을 들으면서도
따로 방법이 없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어 괜히 엄마에게 성질을 부렸다.
"그냥 울 집에서 같이 살자니까 꼭 그렇게 멀리 가야 해?
거기 친척이 있기를 해? 아는 사람도 없는 거긴 어떻게 찾은 거야? 내 차로 쉬지 않고 가도 5시간이야
애들이 할머니 보고 싶다면 바로바로 볼 수도 없는 곳에서 무슨 재미로 살 건데
나이들 수록 병원이 가까워야 한다는데
칠순 노인데 둘이 자식 떨어져 살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쩔 건데... "
그 후로도 한 참을 짜증을 부린 후에야 엄마의 집 문을 거칠게 닫고 나와 엘르베이트 앞에서 섰는데
갑자기 떨어지는 눈물을 멈추지 못해
아파트 1층으로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지도 못하고
한 참을 서 있었다.
이런 상황을 만든 아빠가 원망스럽고
두 분 못 가시게 집 하나 얻어 드릴 돈이 없는 내 처지가 한심스럽고, 부모님 사시라 사드렸던 아파트를 처분해 봐야 대출상환하면 경기도 인근 주택마련을 꿈도 못 꾸는 나의 무능력함에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아빠가 먼저 내려가셔서 집수리를 하시는데
4개월쯤의 시간이 흐르고
그 4개월의 시간 동안 거의 매일 엄마를 모시고 경기도. 인천. 서울 인근에 맛집들 찾아다니고
엄마가 좋아하시는 꽃구경을 부지런히 다니면서
헤어지는 날 울지 말고 배웅해야지 했지만...
결국 이삿날
온 가족 모여 점심식사를 마지막으로 먼저 시골집으로 출발하신 엄마를 대신에 짐을 싸서 보내기 위해
부모님 집에 갔는데 이삿짐업체분들이 짐을 싸시는 동안 첫 번째로 비어진 엄마 방에 서서 끝내 엉엉 울어버리고 말았다.
진작 돈 모으는데 관심도 갖고 공부도 하고 월급 모아 놓은 거 아빠 빚 갚는데 쓰지 말고 땅이라도 사둘걸 후회했지만 돌이킬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