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n 클래식' 시리즈를 시작하며
로아야,
최근에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이 놀랍구나. 이들 기술이 우리 삶에 넓고도 깊게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데, 앞으로 그 영향의 정도는 전문가들조차도 가늠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구나. 인공지능 기술이 가져올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이들 기술로 인해 인류의 종말까지도 초래될 것이란 끔찍한 경고도 자주 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예사롭지 않단다. 세계 인류 문화유산 유지와 보전을 담당하는 유엔 기구인 유네스코에서 ‘인공지능 윤리’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이 윤리 실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렇단다.
아직 어린 로아와 같은 세대를 생각하면, 이런 우려를 지켜보는 할아버지의 마음도 가볍지가 않구나. 그렇지만, 할아버지는 우리 인간의 ‘인간임’에 희망을 걸어본단다. 우리 인간은 그동안 많은 시련과 도전을 받아왔고, 그때마다 이 ‘인간임’을 통하여 현명하고 슬기롭게 시련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왔단다. 최근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과 문명은 우리에게 또 다른 도전을 제기하고 있구나. 특히, 로아와 같은 미래 세대가 디지털 문명에 휩쓸려 함몰되지 않고 이 도전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적응하여 현명하게 활용하는데도 ‘인간임’은 여전히 중요할 것으로 보인단다.
자유의지 그리고 공감에 바탕을 둔 진정한 인간관계!
자유의지와 공감. 전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인간을 ‘인간임’으로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면서도 디지털 시대에 갖추기 쉽지 않은 능력이구나. 많은 전문가들도 이들 조건은 현시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는 더욱 필요하고 갖춰야 할 조건이자 능력으로 보고 있단다. 공감과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할아버지도 무릎서재의 여러 글에서 동화를 통해 언급해 왔지만,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도 어떻게 그런 능력을 기르고 갖춰야 할지의 방법에 대해서는 소홀해 왔구나.
'스토리’n 클래식' 시리즈는 할아버지의 이런 자아 성찰에서 출발한단다. 공감 능력을 기르고 진정한 인간관계 형성 방법에 대해서는 로아와 같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나 조부모든, 전문가든 각기 다른 관점과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야.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 속에 스며들어 자양분을 만들 수 있냐는 것이겠지. 이 자양분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도 ‘인간임’의 생각과 마음, 행동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는지가 중요하겠지. 다양한 방법 중 할아버지에게는 창작에서 나오는 스토리와 클래식 음악이 가장 먼저 떠오른단다.
왜 스토리와 클래식 음악?
스토리와 음악이 다른 방법에 비해 어린이들에게 인간임의 공감능력을 기르고 진정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더 뛰어나다거나 효과적이라기보다는 오랜 세월에 걸쳐 시대를 초월하여 검증되어 온 지속가능한 방법이기 때문이지. 지금도 로아가 읽기 좋아하는 동화와 같은 스토리는 인간관계가 주된 내용으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타인과의 올바른 관계를 맺는 법을 알려준단다. 음악, 특히 클래식 음악 역시 어려서부터 정서를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은 전문가들의 주장을 빌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알려져 왔고.
스토리와 음악을 방법으로 선택한 또 다른 이유는 할아버지에게 익숙하고 좋아하기 때문이구나. 평생 영문학을 공부하고 가르쳐왔으니 소설이나 드라마와 같은 스토리가 익숙하고, 공부기간만큼이나 긴 세월을 취미로 클래식 음악을 들어왔으니 좋아한다고 볼 수 있겠지. 평생 다른 일을 해본 적이 없다 보니 스토리와 음악 이외에는 로아나 어린 친구들에게 의미 있게 들려줄 능력이 없다는 고백이기도 하고.
그래서 '스토리’n 클래식' 시리즈는 이 할아버지의 세상 보는 편협함의 또 다른 이름인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로아와 친구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서 기르고 갖춰야 할 ‘지혜’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는 되는 것 같아 기대도 된단다. 이 시리즈에서는 오페라나 발레, 프로그램 음악, 부수 음악 등으로 작곡된 동화나 신화, 민담, 전설, 소설, 희곡의 스토리를 음악과 함께 다룰 생각이야.
우선은 로아와 어린 친구들에게 익숙하고 좋아할 만한 ‘이야기’와 ‘음악’으로 시작하려고 하니, 우리 꼬마 독자들이 좋아했으면 좋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