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창가 옆의 진열장을 열어 데이지 꽃이 그려진 파란 찻잔을 꺼내 탁자 위에 내려놓고 반짝이는 투명병 속의 말린 사과와 레몬 한 조각씩을 찻잔에 넣었다. 삐익 삐익 거리는 주전자를 들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뜨거운 물을 찻잔에 부었다. 상큼한 향기가 콧속을 통해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는 거 같았다. 창가 앞에 놓인 연한 체크무늬 초록색 소파에 앉아 끝도 없이 내려오는 꽃잎을 보며 말린 사과 레몬차를 마셨다.
똑 똑 똑
아래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나는 의자 위에 걸어 놓은 앞치마를 탁탁 털어 허리에 두르고 반쯤 남아있는 찻잔을 들고 1층으로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