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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니 Jul 31. 2020

글쓰기는 결국 온전히 나를 위한 일.

첫 조각 글



 어떤 글자라도 내 손가락에서 튀어나왔으면 하는 기분이 드는 날이다. 


 그런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알 수가 없다. 나에게 글은, 특히 나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글은 마음이 차분한 날에만 가능한 일이다. 마음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그 안에서 일렁이는 파도가 거칠면 거칠수록 내 글쓰기 기능에는 전원 버튼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정리되지 않은 그 마음에서 어떤 글자라도 튀어나왔으면 한다. 자판을 바쁘게 두드리면서 그 소리를 듣고 내가 무언가 쓰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이렇게 적는다.


 짧고 가벼운 글을 쓰고 싶다. 짧고 가볍지만 그 안에 분명한 깊이는 존재하는 그런 글 말이다. 더 읽고 더 써야지 가능한 일이겠지. 글도 결국 나를 표현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적인 행동 같아 보이지만 그 어떤 일보다도 동적으로 나를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에 어렵다.


-


 6월 어느 날에 적어 놨던 위의 글에 이어서 쓰는 글.


 단 한 번도 무언가 대단한 것을 이루기 위해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스쳐 지나가버리는 그 순간들이 아쉬워 그것을 붙잡고 싶은 마음에 홀로 글을 적기 시작했고, 혹시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나도 알고 있다고, 그러니 괜찮다고 말하고 싶어서 더 적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스스로를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적었던 글은 어디에도 올라가지 않는 글이었고 누구도 읽을 수 없는 글이었지만 내가 나에게 말하고, 내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위로받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기 위해 노트북을 켜 타자를 친다.


 이제는 누군가 읽을 수 있게 된 글이지만, 그래서 이것보다는 다듬어진 글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이런 글도 괜찮은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리고 이렇게 버텨 나가는 우리의 오늘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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