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제47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취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3번째로 두 번 이상 대통령에 취임한 사람이자, 120여 년 만에 연속으로 연임하지 않은 대통령이다. 그리고 파리협정(Paris Agreement 또는 Paris Climate Accord)에 두 번 탈퇴한 대통령이다.
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 협약이다. 이 협정은 기후변화 대응 측면에서 두 가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파리협정은 인류가 지속 가능하게 살아가기 위해 전 지구적 온도 상승 폭의 한계를 설정했다는 점이다. 즉,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2℃ 이내로 제한하고, 나아가 1.5℃ 이하로 유지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둘째, 파리협정에 동의한 모든 당사국이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설정하도록 의무화했다는 점이다. 파리협정 이전에는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에서 채택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있었다.
교토의정서는 선진국(Annex I) 국가들만이 법적 구속력을 지닌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도록 했던 반면, 파리협정에서는 협정에 동의한 모든 당사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에서는 ‘기후’나 ‘파리협정’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대신, 그는 미국을 다시 한 번 제조업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석유 시추 확대를 통한 에너지 가격 인하를 약속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더욱 심화시킬 수밖에 없는 석유 의존적 정책을 제시하며, 이에 따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백악관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정책을 발표했다. 그 중에 파리협정 탈퇴에 관한 내용이 있다. 그리고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의 캐피탈 원 아레나(Capital One Arena)에서 열린 취임 퍼레이드에서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할 것이다
President Trump will withdraw from the Paris Climate Accord.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가장 중요한 국제적 합의는 기후변화협약이다. 그리고 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정한 것이 파리협정이다. 법 체계에 비유하자면, 기후변화협약은 ‘법령’에 해당하고, 파리협정은 이를 구체적으로 시행하는 ‘시행령’의 성격을 가진다.
기후변화협약은 법령의 성격을 지니므로 국회의 동의와 비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파리협정은 시행령의 성격이므로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비교적 쉽게 탈퇴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파리협정에서 탈퇴했지만, 여전히 기후변화협약에는 참여하고 있다.
2016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미국의 제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파리협정에 서명했다. 이후 2017년 6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협정이 미국에 불이익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다만, 파리협정은 2016년 11월 4일 발효된 후 3년이 지난 시점부터 탈퇴 요청이 가능하며, 유엔에 공식적으로 통보한 후 1년이 지나야 탈퇴 효력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선언한 탈퇴는 2020년 11월 4일이 되어서야 정식으로 효력을 발휘했다.
미국의 제46대 대통령 조 바이든(Joe Biden)은 취임 첫날인 2021년 1월 20일, 파리협정에 재가입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공식 절차를 거쳐 2021년 2월 19일, 파리협정에 정식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파리협정을 탈퇴한 것이다.
파리협정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민주당 소속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가입했던 파리협정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다시 재가입을 결정했으나, 앞서 트럼프 대통령 또한 취임 첫날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화한 바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에서 다시 탈퇴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마이클 블룸버그(Michael Bloomberg) 전 미국 뉴욕시장은 파리협정에서 탈퇴한 미국을 대신해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미국의 분담금을 직접 부담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통상적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사무국 예산의 22%를 책임져 왔다. 2024~2025년 사무국의 예상 운영비는 9,650만 달러(약 1,400억 원)이며, 이에 따라 블룸버그 재단은 약 2,123만 달러(약 306억 원)를 대신 납부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재탈퇴로 인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1%를 차지하며(세계 2위), 미국이 감축 노력 없이 ‘무임승차’할 경우 다른 국가들의 노력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를 차지하는 중국(1위)과 8%를 차지하는 인도(3위)는, 미국의 탈퇴를 명분 삼아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속도조절론’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역사는 진보할 것이다. 비록 당분간 기후변화 대응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결국 균형을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했을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가입한 전례가 있다. 또한, 미국의 헌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을 넘길 수 없다.
파리협정 복귀를 촉구하는 유엔과 유럽 등 국제사회의 압박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트럼프 2.0)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역대급 산불 피해를 겪은 캘리포니아 주와 허리케인 및 해수면 상승의 영향을 받고 있는 플로리다 주 역시, 트럼프 행정부와 무관하게 기후변화 완화 정책을 추진할 것이다. 혹여 플로리다에 위치한 트럼프의 마라라고(Mar-a-Lago) 리조트가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를 입게 된다면, 그의 입장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트럼프 2.0 시대의 화석연료 의존적 정책으로 인해 미국인들은 그 혜택을 누리겠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전 세계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몫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