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쓰는 일을 하게 되었다.
아들이 지방의 어느 대학교에 입학을 했고 자연히 학교 기숙사 생활을 시작했다. 어차피 아이들이 개학을 하여 등교를 시작하면 낮 동안에는 집에 혼자 있기 마련인데 둘 중 한 아이가 집을 떠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집이 텅 비게 느껴졌다.
마치 아이가 아주 먼 나라로 유학이라도 간 것처럼 마음 한쪽 구석이 쓸쓸했다. 텅 빈 집에 혼자 있기가 싫어졌다. 아이들 방학 기간 외에는 원래 있는 일인데 참 이상한 기분이다. 그런 기분을 달래보고자 오전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다가 어린이집 보조라는 업무에 지원했고 마침 채용이 되어 근무를 시작한 지 며칠이 지났다. 보조라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고 정확히는 미화원이다.
이메일로 이력서를 보내면서 내가 이일을 제대로 할 수는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정신 멀쩡하고 몸 튼튼 다리 튼튼하면 되지 않을까. 그 몸 튼튼 다리 튼튼한 것도 사실 아주 감사할 스펙임에는 분명했다.
출근 전 일을 위해 맨 처음 준비한 물건은 고무장갑이었다.
쿠팡에서 주문한 고무장갑.
고무장갑이야 비치되어 있겠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일할 기세로 면 코팅이 된 고무장갑을 주문했다. 일단 이것을 챙겨 출근을 했다.
어린이집에서 준 앞치마는 수납장 안에 얼마나 오랫동안 묵혀있었는지 모를 후줄근한 것이었다. 털어 보지는 않았지만 탁탁 털면 먼지가 풀풀 날릴 것 같은 색상에, 마지막으로 사용한 사람이 대충 뭉쳐 한쪽 구석에 처박아놨나 싶을 정도로 잔뜩 주름이 잡혀있고 요즘 이런 디자인의 앞치마가 있기는 할까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구겨진 앞치마를 대충 목에 걸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공용 공간을 청소했다.
퇴근 후 돌아와 나의 본업인 저녁 근무를 끝내고 쉬는데 다리가 후들거렸다. 4시간 조금 넘는 파트타임 업무임에도 일하는 곳이 어린이집이다 보니 출근과 동시에 제출해야 할 서류가 몇 가지 있었다. 대부분 건강검진과 관련된 것이었다. 그중에는 잠복 결핵 검사, 향정신성 마약류 중독 여부 검사도 포함되었다. 미화원에게는 그런 것보다도 근력 검사가 포함되어야 하지 않나, 쑤시는 다리를 주무르며 생각했다.
몸살이 날 것 같은 걱정에 피로 회복제를 마시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수면제를 먹은 듯 잠이 쏟아져 겨우 씻고 침대로 기어들어가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노동 후의 기분 좋은 피곤함이었다.